▶ ■ 볼쇼이 발레단 안무 웍샵 수장 복귀한 세르게이 필린 감독
▶ “황산공격 이해 안가… 발레단 파벌정치 잘 모른 탓”

볼쇼이 발레단의 세르게이 필린 전 감독.
2013년 1월의 눈오는 저녁, 볼쇼이 발레의 세르게이 필린(Sergei Filin) 감독은 모스크바의 자기 아파트 단지 파킹랏에서 복면을 쓴 남자에게 공격당했다.
황산 병이 그의 얼굴에 날아든 것이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 그 공격은 발레단 내에서 불만이 있는 무용수가 사주한 것이었다.(검찰 측 주장에 의하면 그는 동료 무용수인 자기 여자 친구가 마땅히 받아야할 기회를 받지 못하자 분노했다) 20여차례의 수술 후에도 필린의 시력은 영구히 손상을 입었고 한쪽 눈은 거의 실명 상태다. 그는 언제나 선글래스를 쓰고 다닌다.
그의 커리어 역시 손상을 입었다. 독일에서 일련의 수술을 받고 볼쇼이로 복귀한 지 2년만인 작년 7월 그는 발레단과의 계약이 연장되지 않은 수모를 겪었다. 최근에 나온 다큐멘터리 ‘볼쇼이 바빌론’(Bolshoi Babylon)은 그가 극장 측의 총애를 잃었고 특별히 새로 부임한 총감독 블라드미르 우린의 환심을 사지 못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볼쇼이 발레로부터 필린에게 새로운 포지션 오퍼가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그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포지션으로, 볼쇼이의 젊은 안무가들을 위한 새로운 웍샵의 수장이 된 것이다.
필린은 지난 달 국제 발레 콩쿠르인 유스 아메리카 그랑 프리의 심사위원 및 안무상 시상자로 뉴욕에 왔다. 통역자를 통해 진행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볼쇼이 발레와 그의 새로운 일, 그리고 그때의 사건 이후 달라진 삶에 대해 이야기 했다.

볼쇼이의 총감독 블라디미르 우린.
-볼쇼이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는가?
▲음, 사실은 안전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때 황산 공격을 사주했던 댄서 파벨 드미트리첸코가 형량 축소를 신청했고 곧 감옥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그는 2013년 12월 6년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발레단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 결정은 새로운 행정부에서 내릴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다큐멘터리 ‘볼쇼이 바빌론’에서 당신은 볼쇼이 수장의 일을 맡았을 때 “내가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그렇게 느끼는가?
▲나는 볼쇼이에서 했던 일들에 대해 결코 후회하거나 회의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나 당시를 되돌아보면 내가 그 제안을 수락했던 때의 타이밍이 잘못된 것이다. 나는 발레단 내부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엔 스캔들이 있었고 전 감독(제나디 야닌)은 섹스 스캔들 때문에 사임해야만 했다. 나는 스캔들 투성이에다 여러 파가 나뉘어 있는 발레단에 들어갔다. 너무 정치적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일했지만 대가가 너무 컸다.
-그 공격이 당신의 인생과 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시력이 전 같지 않고 항상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남은 생애 동안 계속해서 나는 시력을 잘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만 한다. 그것이 그날의 공격으로 생긴 중요한 변화이고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는 그렇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지 않다. 이제는 극복했다.

공격을 사주했던 댄서 파벨 드미트리첸코.
-그래도 참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아직도 나는 그 이유를 믿을 수가 없다. 그런 야만적인 공격을 할만한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드미트리첸코의 주장으론 자기 여자친구를 위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형을 선고받은 후에 그는 다른 사람과 결혼했고, 그 여자친구도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사랑이 너무 빨리 증발해버렸고, 거기에 남은 것은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라는 질문만 남아있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가?
▲계속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면 받아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안무 웍샵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이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이사회에서 추진한 것이다. 볼쇼이에서는 이런 타입의 프로그램을 해본 적이 없다.(사실은 전례가 있었다. 볼쇼이는 알렉세이 라트만스키가 예술감독으로 재직하고 있던 2004-2008년 안무 웍샵을 열었다)
-당신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는 아직도 그 포맷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훈련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 분야에서 선택된 사람들에게 실습교육이나 웍샵을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이 배운 것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발레는 볼쇼이의 뉴 스테이지에서 공연될 것이다.
-첫번째 안무가들을 선정했나?
▲그렇다. 첫 번째 그룹은 대부분 볼쇼이 출신의 댄서들이다. 일부는 무용수 커리어가 끝나가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나머지는 아직도 커리어 초기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댄서들이다. 그들 중 몇몇은 다른 발레단에서 했던 작품들로 인해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 몇몇은 여러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다. 불가리아 인이지만 스페인 여권을 갖고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하나 있다. 지금 현재로는 9명의 남자와 여자를 선정했다.
-러시아에 안무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보는가?
▲아직은 의견을 말할 수 없다. 그들이 작업하는 결과를 본 다음 의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볼쇼이의 총감독 블라드미르 우린과의 관계는 어떤가?
▲일하는 관계다. 그에 대해 어떤 긴장감도 갖고 있지 않고, 긴장을 유발할 상황도 만들지 않는다. 나에게서 블라드미르 우린에 대해 적대감을 표현할 어떤 공적인 멘트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당신이 그런 인상을 갖고 있다면 그 긴장의 원인은 다른데서 온 것이다. 그가 총감독으로 임명되고 난 후 함께 한 작업에서 훌륭한 프로덕션이 많이 나왔다.
-요즘 발레단의 분위기는 어떤가?
▲조용한 분위기다. 어느 발레단과 마찬가지로 마찰이 있지만 전혀 큰일은 아니다.
-감독으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업적은 무엇인가?
▲내가 남긴 것 모두가 위대한 업적이다. 나는 멋진 새로운 레퍼토리들과 훌륭한 무용수들을 남겼다. 대중, 언론, 비평가들 모두 인정했다. 첫 번째는 올가 스미르노바로, 내 생각에 그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재능있는 발레리나의 한 사람이다. 그리고 또 나는 존 크랭코의 ‘오네긴’과 존 노이마이어의 ‘동백 아가씨’ 같은 걸작과 볼쇼이를 위해 만들어진 4개의 오리지널 발레 작품들에 대해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볼쇼이 바빌론’을 보면 전부 나쁘다는 인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모든 것이 나쁘다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당신은 거기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데 어떻게 안전하게 느낄 수 있겠나? 그런 상황을 당한다면 결코 안전하게 느끼지 못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