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총기폭력 인식의 날’ 하루 앞둔 충격의 총격극
▶ 기말고사 앞둔 학생들 ‘침착한 대응’이 대형참사 막아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에서 발생한 '살인 후 자살' 총격사건은 미국 사회에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이번 사건은 '미국 총기폭력 인식의 날'을 하루 앞두고 벌어졌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총기 사용의 해악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대학생과 대학원생 4만3천 명이 다니는 UCLA에서 기말고사 기간 벌어진 이번 사건은 또 다시 대형 총기참사로 이어지는 우려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침착한 대응과 경찰의 효율적 통제가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총기해악' 각인 계기…총기규제 탄력 받을까
이번 UCLA 총격사건은 전직 박사과정 대학원생 마이낙 사르카르(38)가 자신의 컴퓨터 코드를 훔쳐 다른 사람에게 줬다는 이유로 윌리엄 클러그(39) 기계항공우주공학과 조교수를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그는 자신의 노트에 살해 대상을 적시한 '살생부'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클러그 외에 또 다른 UCLA 교수와 미네소타 여성 등 3명이 살생부 명단에 들어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살생부에 적은 한 여성을 살해해 미네소타 자택에 방치한 사건에도 연루됐다. 경찰은 증오ㆍ원한에 따른 계획범죄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원한 관계인 사람만을 표적으로 삼은 살인이라곤 하나 4만 명이 넘는 학생과 교직원이 속한 학문의 전당에서 총격 살인 사건이 벌어진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주는 캠퍼스 내에서 총기 휴대를 전면 금지하고 강력한 총기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19개 주(州) 가운데 하나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 눈앞에서 벌어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면서 총기 사건을 처음으로 접하고 공포에 떤 학생들이 총기 규제 또는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번 사건이 '총기폭력 인식의 날'을 하루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총기 폭력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총기 규제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올해로 2년째를 맞는 '총기폭력 인식의 날'은 일리노이 주 시카고 남부에 거주하던 여고생 하디야 펜들턴이 2013년 1월 2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에 맞춰 시내 행진에 나선 지 일주일 만에 총에 맞아 숨진 게 계기가 됐다.
이 단체는 이날 '오렌지색 옷을 입자'(Wear Orange)는 운동을 전개한다. 당시 하디야를 추모하던 이들은 사냥꾼이 숲에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오렌지색 옷을 착용한 것에서 착안해 오렌지색 옷을 입었다.
이후 총기폭력 반대 단체는 총격으로 사망한 이들을 애도하고 총기사건에서 모든 이의 목숨을 구하자는 취지에서 이날 미국 전역에서 오렌지색 옷 입기를 대대적으로 벌인다.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텍사스 주를 비롯한 8개 주가 캠퍼스 내 총기 휴대를 인정한다. 23개 주에선 학교가 학생 또는 교직원의 총기 휴대 여부를 결정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UCLA 총격 사건이 2012년 12월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래 학교에서 벌어진 186번째 총기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 사고가 벌어지는 미국에서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학교에서도 총격전이 발생한 셈이다.
◇사건 발생 시 '침착한 대응ㆍ효율적 통제' 돋보여
특히 이번 총격 사건에서 기말고사를 준비하려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조용하던 캠퍼스에서 총성이 울리자 공부하던 학생들은 허리띠와 책걸상 등으로 머물던 장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총격 용의자의 침입을 봉쇄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예방 조치인 것이다.
UCLA에 상주하는 대학 경찰과 학교 측도 오전 9시 55분께 총격 신고를 접한 뒤 트위터 등을 통해 학생과 교직원에게 대피명령을 내리고 신속하게 학교를 폐쇄했다.
약 400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모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과 수사 기관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경찰국은 물론 미국 연방수사국(FBI),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 등 연방기관 수사요원 수백 명이 총출동해 사건 용의자의 도주를 막기 위해 캠퍼스를 에워쌌다.
동시에 1.7㎢의 광대한 면적에 산재한 UCLA 캠퍼스 건물을 샅샅이 뒤졌다. 대학 인근 주민에게 전략적 경계 경보를 발동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격사건 발생 후 30분에 불과했다.
캠퍼스에 진입한 경찰은 학생들을 철저히 수색하고 안전하게 보호했고, 학생들도 경찰의 지시에 따라 질서를 유지하면서 아비규환같은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2007년 한국계 조승희가 32명을 살해한 버지니아 공대 총기 참사 사건 등 여러 사건에서 배운 '학습 효과'가 이번 사건에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인명 피해가 최소화한 것 아니냐고 추정하기도 했다.
CNN 방송은 앞으로 재발할지 모르는 유사 사건을 가정해 각 학교가 강의실 출입문을 바깥에선 열리지 않는 것으로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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