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자영업자
불안한 주부들
자포자기 젊은이...
수년째 장기 불경기의 그늘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인사회 전반에 ‘불황 증후군’이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사업부진이나 경제난, 취업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는 자영업자나 직장인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취업에 나서는 주부들도 급증하고 있다. 또 취업난과 경제적 문제 때문에 학교를 휴학하거나 아예 포기하고 구직에 나서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버지니아에서 남편과 함께 세탁소 3개를 운영했던 L씨(56)는 수년 전부터 경기가 바닥을 치며 비즈니스가 사양길에 접어들며 생활이 어려워졌다. 2개의 세탁소를 정리하고 1개만 운영하고 있으나 경영난으로 문 닫을 일만 남은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부싸움도 잦아졌고 우울증과 심장병이 찾아와 건강도 말이 아니고 밤이면 잠을 못 잔다. DC에서 델리 가게를 운영하는 K씨(45). 그는 최근 이유 없는 두통과 불면증, 체중감소 등에 시달리다 닥터스 오피스를 찾았다. 하지만 신체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는 의사의 권유로 신경정신과를 방문, ‘가면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불안감과 무기력감에 시달리는 우울증상이다. 한인 닥터스 오피스나 상담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1~2년 전부터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 문을 두드리는 한인 환자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우울증이 요즘에는 사업 경영난이나 금전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는 남성들에게까지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인 복지센터 구직 프로그램 담당자인 김영민 코디네이터는 “구직 프로그램을 찾는 분들 가운데는 장기 불경기의 여파로 운영하던 자영업을 닫거나 건축업에 종사하다 접을 수밖에 없던 분들이 꽤 많다”고 밝혔다. 불황 증후군은 가정주부들에게도 파고들었다. 대형 한국 그로서리 업체나 잡화 업체에도 최근 들어 직원모집 광고를 내면 예전과 달리 주부 지원자들이 많이 몰리는 추세다. 불황 증후군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졸업 후에도 취직이 어려울 것을 염려한 한인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부모 생업을 돕거나 임시직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경기가 지표상으로 크게 호전되면서 실업률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취업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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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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