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혐오요법으로 행동 교정하는 도구·앱 주목
▶ 디저트 먹거나 중독 증세, 최대 450볼트 쏘는‘파블록’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 혐오 요법으로 행동수정을 시도하는 다른 기구나 앱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미시건주 샐린의 제시카 아이리시는 지난 10년간 매년 1월이면 똑같은 새해결심을 반복해왔다. “야식을 끊고 30파운드를 뺄 것”.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처럼 아이리시(31) 역시 2주 정도가 그 한계였다. 그런데 올해는 달라졌다.
“벌써 18파운드나 뺐어요. 그리고 어느 때보다 다이어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야식에 대해 더 이상 거의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아이리시는 수많은 다이어트와 체중감량 프로그램, 비싼 체육관과 자신의 결연한 의지로도 오랫동안 해내지 못했던 야식 끊기 성공의 공로를 파블록(Pavlok)이라는 새로운 착용기구에게 돌리고 있다. 그녀는 초컬릿이나 치즈잇처럼 피해야할 음식을 한입 베어물 때마다 파블록을 사용해 자신에게 섬광과 같은 전기충격을 주고 있다.
“한입 먹을 때마다 나 자신을 한방 먹이는 거죠. 첫날밤에는 다섯 번이나 했는데 둘째날 밤에는 두 번 했고, 3일째에는 더 이상 먹게 되지 않더군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이론을 사용한 행동수정 도구 파블록. 원치 않는 충동이 생길 때 전기충격을 가해진다.
199달러짜리 파블록은 손목에 차는 기구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이론을 사용하여 특정 행위에 부정적인 효과를 내도록 고안된 것이다. 담배가 피고 싶거나, 손톱을 물어뜯고 싶거나, 정크푸드를 먹고 싶을 때 이 기구를 살짝 두드리거나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면 전기충격이 가해진다.
충격은 1초의 몇분의 1도 안 되는 순식간에 지나가는데 충격의 강도는 자기가 정해야 한다. 강한 진동처럼 느껴지는 50볼트에서 왕벌에게 큰 침으로 쏘이는 느낌 정도의 450볼트 사이에서 정할 수 있다. 참고로 경찰이 사용하는 테이저 충격은 5만 볼트를 쏘는 것이다.
혐오 요법으로 행동수정을 시도하는 다른 기구나 앱들로는 페이저와 비슷한 49달러짜리 모티브에이더(MotivAider)와 손목에 차는 99달러짜리 리-바이브(RE-vibe)가 있다. 두가지 모두 일정 간격을 두고 진동이 울리도록 함으로써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거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루모 리프트는 몸에 부착하는 디스크 코치로 구부정한 자세를 취할 때마다 진동을 보내준다.
80달러의 루모 리프트(Lumo Lift) 자세 코치는 몸에 부착하는 디스크인데 구부정한 자세를 취할 때마다 진동을 보내준다.
또 150달러의 스파이어(Spire)는 몸에 붙이는 센서가 사용자의 호흡 패턴을 감지함으로써 신체적인 활동과 마음의 상태를 추적하여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불안한 느낌을 감지하면 스마트폰에 진동이나 신호를 보내 심호흡을 하도록 만들어준다.
그러나 파블록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훨씬 더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기구를 시험해보기 위해 필자는 일주일간 사용하면서 디저트를 먹을 때마다 자신을 쏘도록 해보았다. 목표는 식사 후 단것을 찾는 습관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다크 초컬릿 하나를 먹기 전과 먹은 후에 쏘았고, 나중에는 아이스크림, 컵케익, 초컬릿칩 쿠키를 먹고 나서 충격을 주었다. 충격을 낮게 조절하면 좀 강한 간지럼 같고, 높게 조정하면 무척 아팠다.
파블록을 창안한 마니쉬 세티는 한때 한 여성을 고용하여 자신의 옆에 앉혀놓고 자기가 페이스북을 하는걸 볼 때마다 따귀를 한 대씩 때리도록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였다고 한다. 필자는 세티에게 전화를 걸어 만일 우리가 만날 일이 있다면 이처럼 끔찍한 고문도구를 만들어낸 데 대해 얼굴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반응을 많이 접한다면서 “사람들은 파블록을 좋아하든지 싫어하든지 딱 둘중 하나”라고 말하고 이 도구는 고통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즉각적인 놀람과 충격을 줌으로써 자동모드에서 빠져나오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기가 자신에게 가하는 이런 종류의 혐오요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예일대학의 정신과 교수 닥터 마크 포텐자는 습관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인지행동 요법이나 약물치료 혹은 12단계 프로그램 등 좀더 편안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격을 매개로 하는 요법의 윤리적 측면에 대해 연구진이 문제의식을 갖고 검토했다고 말했다.
혐오 요법은 지난 80년간 시행돼왔다. 시애틀에 본부를 둔 시크 샤델 병원(Schick Shadel Hospital)은 이 방법으로 6만5,000명 이상의 알콜 중독과 마약 중독 환자들을 성공적으로 치료해왔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요법은 술을 마시면 구토하고 싶게 만드는 약물이라든지 잘 감독된 상태의 충격 요법 등 반대조건 부여 방법이다.
이 병원의 닥터 칼리안 댄달라는 10일간의 입원 치료 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그 회복 효과를 지속하도록 돕기 위해 파블록을 사용하는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전문적으로 감독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행동 수정을 위한 처방도구로서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한 닥터 댄달라는 “파블록 회사가 좀더 개선해서 교육적인 부분을 강화한다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맨해튼의 정신과 임상간호사 미셸 프리드랜드는 손톱 물어뜯기, 중독, 강박행동 등의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파블록을 사용했던 5명의 환자들의 케이스를 주목했다.
“환자들 중 한 사람이 침대에서 자신을 일으켜줄 도구로 이것을 사용했다고 했을 때 처음에 나는 회의적이었습니다”라고 말한 그녀는 “충격이라는 것은 보호장치가 거의 없어서 말이죠. 그러나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안다면 사람들이 자가 치료에 좀더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잘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발명자 세티는 파블록은 작년 11월부터 일반에 시판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약 1만명이 사용했다고 말하고, 이 도구를 장기적으로 사용하여 성공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면서 곧 임상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재적 고통 가능성과 장기적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 부족에도 불구하고 사용한 사람들은 페이스북 그룹에 피드백을 남기거나 메시지 보드에 굉장히 열광적인 반응을 기록하고 있다. 특별히 과식하거나 과음하는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큰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세인트루이스의 블로거 버드 헤네케스(24)는 하루 두갑씩 피우던 흡연 습관을 없애기 위해 파블록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전에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했을 때는 다시 피우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는 그는 “그런데 파블록을 사용하자 그런 갈망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게 과학적인 방법인지 플라시보 효과인지 아니면 뭔지 모르지만 내게 효과가 있었으니 상관하지 않는다”는 찬사의 글을 남겼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사진 ny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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