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노동 연합전선 vs 우파성향 대중지·국가주의자
▶ 영국 최대부수 더선 1면 사설에 “비민주적 EU 탈퇴할 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자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그간 캠페인에 다소 미온적이던 제러미 코빈 대표가 뒤늦게 브렉시트 찬성 진영에 직격탄을 날리며 노동자 표심 잡기에 뛰어들었다.
코빈 대표를 비롯한 노동당 지도부 다수가 14일(현지시간) 런던 중심가 소재 영국 최대 노조단체인 TUC 본부에서 몇몇 노조단체 대표 등이 주최한 행사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코빈은 브렉시트 찬성 운동을 이끄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대표를 “양의 탈을 쓴 늑대들”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코빈은 “EU 탈퇴는 국민건강서비스(NHS)를 위험에 빠뜨리고 NHS를 무너뜨리고 싶어하는 이들의 손아귀에 쥐어주는 것”이라며 “나이절 패라지와 보리스 존슨은 자신들의 진짜 의제를 감추려고 NHS에 대한 걱정을 활용하는 양의 탈을 쓴 늑대들”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우리를 지지하는 모두가 이점을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23일 EU 잔류에 한 표를 던지기를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존슨 등은 영국이 EU에 매년 내는 분담금 178억파운드(약 30조원)를 영국의 학교와 NHS, 과학기술 투자 등에 투입하면 복지 향상과 경제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브렉시트에 반대하면서도 그동안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여 왔던 코빈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은 브렉시트 찬성이 반대에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브렉시트 현실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저지 운동에는 보수당 수장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앞장서 왔으나,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브렉시트 찬성 측의 공세에 흔들리는 노동자 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노동당과 노조가 나선 것이다.
캐머런 총리와 함께 브렉시트 저지 운동을 펼쳐 온 노동당 소속의 사디크 칸 런던 시장, 노동당 출신 고든 브라운 전 총리도 총력전을 시작했다.이날 가디언의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ICM가 실시한 조사에서 브렉시트 찬성이 53%, 반대가 47%로 6% 포인트 앞섰다. 같은 날 유고브온라인 조사에서는 찬성이 43%로 반대보다 1% 포인트 많아 여전히 치열한 접전으로 나타났다.
영국 내에서 최대부수를 발행하는 대중지 더 선은 이날 브렉시트 찬성에 투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14일 자 신문 1면에 사설을 내고 “비민주적인 EU 체제에서 빠져나올 마지막 기회"라며 "그 기회를 잡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EU가 “탐욕스럽고 낭비적이며 약자를 괴롭히고 놀랍도록 무능력하다”며 “EU 밖에서 우리는 더 부유하고 안전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EU에 머물면 영국은 몇 년 안에 독일이 지배하는 가차없는 확장 정책에 휩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내 일부 대중지들은 그간 난민사태로 인한 이주민 유입, EU의 간섭 등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해왔다.
이들 매체의 국수주의적 성향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찬성 캠페인으로 연결돼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발행 부수가 줄어 대중지의 영향력이 약화했으나 브렉시트 반대론자들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 찬성론자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나이절 파라지 영국 독립당 대표는 반대론자들이 불리한 여론을 뒤집으려고 국민을 겁박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와 정부기관들이 각종 경제통계를 들어 브렉시트 때 고용, 복지, 연금 등이 재조정돼 축소된다고 주장하는 행위를 '공포 작전'으로 지적하고 있다.
존슨 전 시장은 이날 텔레그래프 기고문을 통해 “불과 몇 달 전에 캐머런 총리가 우리가 EU 밖에서 더 번영할 것이라고 제일 먼저 말했다”며 “사람이 논쟁에서 질 때면 화를 내고 때론 위협적으로 변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찬성 캠페인에서는 EU 집행위원회 관리들이 값비싼 개인 제트기, 고급 호텔, 최상급 택시 등을 이용해 호화로운 출장을 다닌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캠프 운영자인 프리티 파텔은 “EU 집행위 관리들이 우리 돈으로 상류층 생활을 한다”며 영국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U에 따르면 집행위는 2014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2만2천193유로(약 2천940만원), 브리즈번 스탬퍼드 호텔에서 5만4천677유로(7천230만원), 제트기 전세에 43만9천341유로(5억8천120만원), 고급 택시에 2만3천696유로(3촌135만원) 등을 사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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