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조사 엎치락뒤치락에 부동층 5∼10%…“불확실성 증폭” 분석도
▶ 세계 증시는 소폭 상승…브렉시트 우려 완화로 해석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한 노동당 여성의원 조 콕스(41)가 “영국 우선”(Britain First)를 외치는 괴한의 총격에 사망하면서 23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둔 영국이 충격에 빠져 있다.
한동안 브렉시트 여론조사에서 찬반 의견은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었고 부동층도 많아 향방을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어린 두 자녀의 엄마이자 브렉시트 반대 활동을 활발하게 펴온 콕스 의원의 피습 사망으로 EU 잔류로 표가 결집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당장 금융 시장이 이번 사건으로 브렉시트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일제히 상승하면서 영국의 EU 잔류 가능성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 브렉시트 여론조사 ‘찬성’ 우세…베팅업체는 ‘잔류’ 무게
그동안 브렉시트에 대한 여론조사로는 접전이 치열했으며 의사를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도 조사마다 5∼10%씩 나와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중반만 하더라도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영국인들이 많았으나 그해 하반기부터 찬반 여론이 팽팽해지더니 최근에는 브렉시트 찬성이 우세하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전세가 역전될 기미를 보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그동안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집계한 자료를 보면 작년 2∼8월에 실시된 여론조사 수십 차례 가운데 'EU 탈퇴' 지지가 우세하게 나타난 것은 불과 1차례였고 나머지는 모두 'EU 잔류'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13일 파리 테러를 전환점으로 판세가 눈에 띄게 바뀌었다. 11월 13일 이후 연말까지 진행된 15차례의 여론조사에서 'EU 탈퇴' 여론이 우세한 결과가 5차례나 나왔다.
올해 들어서는 EU 잔류 우세 결과와 EU 탈퇴 우세 결과가 번갈아 나오고 그 격차도 작아 초접전이 이어지다가 이번 달 들어서는 브렉시트 찬성으로 표심이 뚜렷하게 기울었다.
이달 들어 실시한 개별 기관들의 조사에서 ‘EU 탈퇴’ 찬성 우세로 나타난 것이 11차례, ‘EU 잔류’ 의견이 우세한 조사가 5차례였다.
특히 투표 10일 전인 13일 이후 결과를 발표한 여론조사 7건 중에는 6건에서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비율이 반대하는 비율보다 3∼7%포인트 높게 나왔다.
FT가 17일 기준으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로는 영국 여론은 현재 브렉시트 찬성이 48%, 반대가 43%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포함해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도박사들의 베팅 결과는 그와 달리 여전히 잔류가 우세하다.
영국 최대 베팅업체 베트페어는 16일 오전(현지시간) 국민투표 결과가 영국의 EU로 잔류로 나올 가능성을 60%로 전망했다.
여기에 총격 사고가 일어나자 반나절 만에 이 베팅업체는 영국의 EU 잔류 가능성을 65%로 올렸다.◇ 총격 테러에 EU 잔류 전망 솔솔
영국을 비롯한 EU 등 관련 당사국들은 이번 총격 테러로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향배가 예측 불허라고 봤지만 금융권을 중심으로는 영국의 EU 잔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콕스 의원이 괴한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으로 내주 브렉시트 투표의 결과를 더욱 말하기 힘들게 됐다면서 이제는 전보다 더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사건이 EU 잔류를 위한 동정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콕스 의원 살해 사건이 브렉시트 캠페인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보도했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BMG는 총격 테러 발생 후 브렉시트에 대한 여론 조사 공표를 연기하는 등 영국 내에서도 이번 사건이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처럼 전반적인 반응은 브렉시트 투표에 대한 예측이 더욱 힘들게 됐다고 하지만 동정 여론이 확산하면서 EU 잔류를 택하는 영국인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커지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스티븐 바넷 교수는 “나는 이번 총격 테러가 사람들에게 EU 잔류에 약간 더 생각하게 할 것으로 보지만 투표에 있어 대중 여론에 영향을 미칠지를 추측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에릭 골드스타인 보스턴대학 교수는 이번 총격 테러가 EU 잔류에 대한 동정표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만일 그 범인이 영국의 EU 잔류를 반대한다는 게 사실로 밝혀지면 브렉시트 찬성 진영은 역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웨스턴 유니언 비지니스 솔루션스의 조 마님보 애널리스트도 “콕스 의원이 잔류 진영의 저명인사였다는 사실은 EU 잔류에 대한 일부 동정 여론을 잠재적으로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우려 완화에 세계 금융 시장 일제히 상승
미국과 아시아 등 전 세계 금융 시장은 이번 총격 테러가 영국의 EU 잔류에 유리할 것으로 보면서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16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2.93포인트(0.53%) 상승한 17,733.1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6.49포인트(0.31%) 높은 2,077.9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9.99포인트(0.21%) 오른 4,844.92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락 출발한 지수는 장중 상승세로 돌아섰다. 콕스 의원이 괴한의 공격을 받고 숨지는 일이 발생한 이후 증시가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23일로 예정된 영국의 국민투표가 이번 사건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공격에 정치적인 동기가 반영된 것으로 밝혀지면 영국의 EU 잔류에 대한 지지가 강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다.
전날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책 유보와 브렉시트 우려로 3% 넘게 급락했던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17일 장 초반부터 상승세를 보이다가 종가보다 1.07% 오른 15,599.66로 마감했다.
토픽스지수도 오전 장중에 1.81% 상승세를 보이다가 0.75% 오른 1,250.83에 거래를 마쳤다.
대만 가권지수는 0.87% 오른 8,568.08에, 한국의 코스피는 0.07% 오른 1,953.40에 장을 마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43% 상승해 2,885.10에, 선전종합지수는 0.81% 뛴 1,900.74에 각각 마감했다.
브렉시트 우려에 약세였던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도 반등했다.
파운드 환율은 오후 4시 5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09% 올라 파운드당 1.428달러를 보이고 있으며 유로화 환율은 유로당 1.125달러로 0.384% 올랐다.
금융 애널리스트인 제임스 매킨토시는 콕스 의원의 사망 후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반등에 대해 “그의 사망은 더 많은 영국 유권자들에게 EU 잔류를 확신시키는 쪽으로 금융 시장이 배팅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제니 몽고메리 스콧의 수석 투자 분석가 마크 루치니는 “최근 여론 조사는 브렉시트에 대해 접전을 벌이거나 탈퇴로 기우는 것으로 보여왔다”면서 “약간 진정된 브렉시트 캠페인은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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