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20 · 아세안 정상회의 잇단 ‘결례’
▶ 오바마 전용기 중간문에다 트랩

중국 항저우에서 이틀 간의 일정을 마치고 5일 폐막된 G20 정상회담 참석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라오스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계산된 무시를 당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세계 맹주 자리를 넘보는 중국이 외교 전례를 무시하고 고의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무례를 범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5일 폐막한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일 중국 도착 때 중국이 레드 카펫이 깔리지 않은 전용기 가운데 문으로 내리게 하고 기자들의 취재를 엄격 제한하는 등 홀대를 받은 것으로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외교에서 대단한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맨 먼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던 필리핀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막말을 쏟아냈다가 후에 유감 표명을 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오바마, 레드카펫 없이 중입국… 미·중 관리 티격태격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일 항저우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내릴 때 평소처럼 전용기의 앞쪽 문이 아닌, 동체의 중간 부분에 있는 다른 문을 통해 트랩을 내려 왔다.
G20 참석을 위해 항저우 공항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다른 정상들은 모두 레드카펫이 깔린 계단을 통해 전용기에서 내렸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미국 측이 중국과 상의해 정한 협의를 지켰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미국 측에 사건 발생의 책임을 돌렸다. 그는 이어 “왜 유독 미국 측 실무자들과 유쾌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전용기의 앞쪽 문이 아닌 레드카펫이 깔리지 않은 중간 부분 문을 통해 내려온 것은 “미국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이 고의로 오바마 대통령을 ‘홀대’했다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외교적인 무시를 당했다”고 표현했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공항에서의 풍경이 “현재의 (미·중)관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 중국 관리에 혼나
오바마 대통령의 항저우 공항 도착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백악관 출입 TV 카메라 기자들이 평소처럼 트랩 아래쪽에 자리를 잡았을 때, 한 중국 관리가 나타나 그곳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백악관 직원이 나서 “우리 대통령이고 우리 비행기”라며 오바마 대통령 취재에 관한 규칙을 알아서 정하겠다고 항의하자 이 관리는 “여기는 우리나라이고 우리 공항”이라고 맞받으면서 공항 환영행사 취재는 금지한다고 말했다.
취재진뿐 아니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벤 로즈 부보좌관이 비행기에서 내린 후 기체 앞쪽으로 이동하려 할 때도 이런 제지를 당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기자들이 머물러 있도록 요구된 장소는 ‘에어포스 원’의 날개 아래로, 대통령의 모습이 거의 안 보이는 지점이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화 중국 대변인은 “미국 측 취재진 수십명이 중국의 현장 통제를 따르지 않고 수시로 경계선을 침범한 탓에 현장에서 소란이 빚어졌다”며 미국 기자들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미·중 정상회담 준비 분위기 험악
3일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임박해서도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의전팀과 비밀경호국(SS) 직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도착을 준비하기 위해 회담장에 먼저 도착했으나, 보안검색대에서 발이 묶였다. 이들을 회담장에 입장시키려는 중국 관리와 보안검색을 담당하는 또 다른 중국 관리 사이에서 몇 명의 미국인을 들여보내느냐를 놓고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이 도착하기 20분 전, 미국과 중국 관리들은 회담이 열리는 홀에서 계속 티격태격했다.
중국 측은 “미국 기자 12명이 들어올 만한 공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측은 공간은 충분하다고 맞섰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두 정상은 회담이 끝난 후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오바마에 ‘개XX’ 발언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개XX’라고 부른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6∼8일 라오스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 두테르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필리핀의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인권침해 우려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자 선공을 펼친 발언이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5일 라오스로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필리핀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해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개XX’라고 욕을 해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AP통신은 보도했다.
하지만 이 발언이 문제가 돼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되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6일 욕설 논란과 관련,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직접적 원인은 기자 질문에 대한 강경 발언이었다”며 “미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이 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고 대신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하기로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유감을 표시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이 다시 성사될 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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