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뜻밖 호재에 트럼프측 총공세…“힐러리, 실패한 법 더 강화하겠다는 것”
▶ ‘황당한’ 백악관, 브리핑서 관련 질문에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라”

3일 미시간주 플린트 유세장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3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세상에서 가장 미친 제도"라고 비판했다.
'아군'을 공격해 논란이 일자 클린턴 부부는 즉각 수습에 나섰으나 호재를 만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는 오바마케어를 지지하는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하고 나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 주(州) 플린트에서 한 지원유세에서 오바마케어를 '작동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혹평하면서 국민이 '메디케어'(노령층 의료지원)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를 쉽게 구매해 그 제도로 확대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어느 날 갑자기 2천5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보험에 가입하고, 또 파산하는 이런 미친 시스템이 있는데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1주일에 60시간을 일하고도 프리미엄 플랜 보험료는 배로 인상되고 보장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미친 것(제도)"이라고 일갈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앞으로 보건정책과 관련해 뭘 해야 할지를 파악해 나가야 한다"면서 "현행 시스템(오바마케어)은 오로지 사람들이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거나 메디케어 또는 메디케이드에 등록해야만 작동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제도로 죽어 나가는(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보조금을 받기에는 아주 약간 더 버는 소기업이나 개인들"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 같은 공개 비판은 자신의 부인이자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입장과도 배치될 뿐 아니라 '힐러리 킹메이커'를 자임하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직접 공격이기도 하다.
파문이 확산하자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하루 만에 오바마케어를 지지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오바마케어를 비판한 다음 날인 4일 오하이오 주 스튜번빌 유세에서 "오바마케어에 대해 이 한 가지를 말하고 싶다"며 "나는 오바마케어를 지지했으며 지금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케어는 2천500만 명이 넘는 국민의 복지를 보장하는 데 훌륭한 일을 했으며, 조건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말 민주당 전당대회장의 버락 오바마(왼쪽)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힐러리 클린턴도 남편의 발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태도를 보이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는 4일 펜실베이니아 유세 후 기자들이 오바마케어에 관해 묻자 오바마케어를 계승 발전하겠다고 약속하며 "남편의 발언이 그 노력을 약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빌 클린턴의 오바마케어 발언을 명확하게 설명해달라는 요청에는 "그가 말하려는 바를 확실하게 말한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현재 오바마케어를 지지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를 더욱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예산지원 확대 방안도 민주당의 대선 정강에 공식 반영한 상태다.
반면 트럼프를 비롯해 공화당은 대표적인 '오바마 레거시(업적)'인 오바마케어를 재앙으로까지 규정하며 집권 시 폐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2010년 도입돼 2013년 처음 시행된 오바마케어는 민영보험에만 의존해 온 기존 의료보험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 및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로, 수년간의 위헌 논란 속에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최종적으로 합헌 판정을 받았다.
빌 클린턴의 발언 이후 트럼프캠프는 즉각 논평을 내고 공격의 소재로 삼았다.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프리미엄 플랜 보험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州) 정부 보험시장은 무너지며, 기업들이 '일자리를 죽이는' 이 강제조항 때문에 허덕이는 현 상황에서 빌 클린턴과 같은 민주당원들이 이제야 오바마케어라는 나쁜 정책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를 깨닫기 시작한 것"이라며 "수백만 미국인들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느라 고전하는 상황인데도 힐러리 클린턴은 이 실패한 법과 비현실적인 정책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3일 콜로라도주 러브랜드 유세장의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백악관은 직접 대응을 삼가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오바마케어를 옹호하면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고 한 것인지는 그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케어의 성과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면서 "미국인들은 오바마케어가 시행돼 혜택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대중 앞에서 '자폭'하는 '막말왕' 자리에 오른 트럼프에 이어 경솔하게 말하는 노장 빌 클린턴이 등장했다고 표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내의 백악관 입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사람 중 한 명인 민주당 경선 상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공격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는 4일 오하이오 대학 유세에서 청중 중 누군가 흑인 범죄자 형량에 차별을 불러온 법안을 1994년에 통과시킨 것을 두고 비난하자 "샌더스 의원은 법안에 투표했지만 힐러리는 안했다"며 아내를 보호하려다가 '팀킬'을 해버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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