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동 안 되는 생활 속 ‘플라시보 버튼’과 이유, 컴퓨터 통제 이후에 설치된 횡단보도 신호등 버튼‘가짜’
▶ 사무실 내 온도조절 장치 실제 작동 않는 엉터리 많아

엘리베이터에서 층수를 누르는 버튼은 작동하지만 문 닫힘 버튼은 작동하지 않는다. <사진 Beatrice de Gea>
버튼을 보면 일단 누르고 보는 게 사람들이 습관이다.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거나 닫히고, 벤딩 머신에서는 상품이 떨어져 나오며, 계산기와 전화기도 버튼을 눌러야 계산이 되고 통화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처럼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고 누르는 버튼의 상당수가 사실은 속임수일 뿐 플라시보 효과 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 실제로 버튼이 하는 일은 없는데 사람들에게 마치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 위해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 누르거나 아무리 세게 눌러도 결과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진실을 알고 나면 무척 실망스러울 몇몇 버튼의 예는 다음과 같다.
◆엘리베이터의 문 닫힘 버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버튼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빨리 문이 닫히기를 마음에서 클로즈(door-close)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많지만 그런다고 해서 빨리 닫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버튼의 효과는 단지 누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뿐이다.
내셔널 엘리베이터 인더스트리의 한 간부에 의하면 문 닫힘 버튼이 기능을 잃은 것은 1990년 미국 장애인법이 제정되고 난 후부터다. 그 법은 엘리베이터 도어가 목발, 지팡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충분히 타고 내릴 수 있는 시간 동안 열려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어떤 사람도 그 시간보다 빨리 문을 닫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 하지만 비상시에 소방대원이나 건물관리 용역업체 직원들은 열쇠나 코드를 사용해 조정할 수 있다.
아직도 문 닫힘 버튼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보통 엘리베이터의 수명이 25년인 점을 감안하면 오늘날 현대 건물 내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의 클로즈 버튼은 거의 모두 장식용일 확률이 높다.
◆횡단보도 신호등 버튼
뉴요커를 비롯한 대도시 시민들은 길을 건널 때 신호등 기둥에 쓰인 지시에 따라 버튼을 누른다. “길을 건너려면 버튼을 누르고 보행 신호를 기다리시오”(To Cross Street/ Push Button/ Wait for Walk Signal)가 그것이다.
그러나 2004년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뉴욕시는 컴퓨터가 통제하는 트래픽 시그널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한 후 횡단보도 용 버튼의 기능을 정지시켰다. 보도 당시 뉴욕 시 전역에 있는 3,250개의 보행자 버튼 가운데 2,500여개가 미캐니컬 플라시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중 500개 정도는 큰 건축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제거됐고 현재 뉴욕 시에서 제 기능을 가진 시그널은 120개 남짓하다. 나머지는 모두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인 1970년대의 유물로서, 주로 맨해튼 외곽의 뉴욕시 전역에 지금도 그대로 있다. 뉴욕시가 이 가짜 버튼을 그냥 계속 두는 이유는 모두 없애는 데만 100만달러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내 모든 도시가 이런 것은 아니다. 지역과 교차로가 자리잡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아직도 많은 신호등 버튼은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이 신호등은 ‘걸으시오’(WALK) 사인이 한번도 나오지 않은 채 사이클이 돌아갈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버튼을 누른 즉시 ‘WALK’ 사인이 뜨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기 사이클을 충분히 돈 후에 보행신호가 떨어지는 시간이 트래픽 상황에 따라 적게는 5초에서 길게는 2분까지도 걸린다. 또 하루의 시간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시간대와 왕래가 뜸한 시간대를 고려해 미리 세팅해 놓았기 때문이다. 뉴욕처럼 컴퓨터로 움직이는 시스템에서는 이 버튼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럼 어떤 신호등 버튼이 가짜이고 어떤 것은 기능을 할까? 보통 사람이 그걸 가려낼 방법은 없으니 그냥 인내심을 갖고 보행 신호가 나오기를 기다리라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대도시의 횡단보도 버튼은 대부분 기능이 정지돼 있다. <사진 driversed.com>
◆사무실 실내 온도계
실내온도에 관해서는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사람마다 체감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맞추기가 어렵다. 같은 온도에서도 어떤 사람은 춥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덥다고 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사무실이면 더욱 그렇다. 직장에 따라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지금 당신이 일하는 오피스의 한쪽 벽에는 온도계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케이스가 하나 붙어 있을 것이다. 열쇠로 열어야 하는 잠금장치가 붙어 있는 플라스틱 통 말이다.
이걸 보면서 열쇠만 있다면 실내온도를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온도계 역시 작동하지 않는다.
2003년에 에어컨디셔닝과 히팅 및 냉동업계 뉴스가 70명의 독자(건물내 장비설치업자들)에게 온라인 서비스를 실시한 결과 그중 51명이 ‘엉터리’ 온도계를 설치해 놓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은 자기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믿으면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과 함께 이렇게 해놓으면 서비스 콜 전화가 75%나 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제감에 관하여
이런 버튼들은 실제 기능을 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한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엘렌 J. 랑거 박사는 주장한다. 통제감의 환상에 대해 연구하는 그녀는 “인식된 통제감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그게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행복감을 높여준다”고 강조했다.
필라델피아의 드렉셀 대학 심리학 교수인 존 쿠니오스 박사 역시 이런 버튼들의 존재는 ‘악의 없는 거짓’(white lie)이며 나쁠 것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한다. 엘리베이터의 문 닫힘 버튼에 관해서도 “내 통제 밖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무력해지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살짝 치료적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버튼을 눌러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안다 해도 사람들은 계속 누를 것이라고 말한 그는 어찌됐건 엘리베이터 도어는 닫힐 것이므로 버튼 누른 행위는 보상을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신호등의 횡단보도 버튼 역시 사람들은 그걸 보면 누르게 돼있다고 말한 쿠니오스 교수는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달리 할 일도 없고, 혹시 하는 기대감에 누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
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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