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켓판매 수익 줄어 운영난 허덕, 클래식 음악계 위축 미 최고의 교향악단 뉴욕필도 십여년 적자
▶ “지출 줄여라”연봉삭감 노조와의 관계 악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피츠버그 심포니 등 시위

피츠버그 심포니의 베이스 주자 존 무어(왼쪽)와 첼리스트 마이클 립맨이 하인즈 홀 밖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Jeff Swensen>
미국의 오케스트라들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냉혹한 현실의 문제는 당연히 돈이다. 요즘 교향악단들은 연주회 티켓 수입보다 자선가들의 후원에 의지해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다.
물론 오케스트라들은 언제나 지원금에 의존해왔다. 왕실, 교회, 정부, 혹은 패트론의 후원 없이 티켓 수입만으로는 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균형이 전도돼 티켓 판매수익보다 후원금에의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미국오케스트라연맹(League of American Orchestras)은 전했다.
이 연맹의 보고서는 2013년을 기점으로 티켓 판매의 양상도 달라졌다고 밝혔다. 과거 수십년 동안 주 수입원이던 티켓의 예약 패키지(subscription package) 선구매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오케스트라들로 하여금 직원 조정으로부터 업무 성격까지도 재구성하도록 내몰고 있다. 연주자, 행정가, 노조원들 모두가 변화의 바람을 느끼고 있으며, 문화 전반에 걸쳐 클래식 음악이 위축돼가는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 시즌에만도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장기간의 스트라이크를 벌였고, 유서깊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도 48시간 스트라이크를 벌인 적이 있다.
또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지금까지 비통한 스트라이크가 계속되고 있다. 피츠버그 심포니야말로 이 지역 제조산업이 쇠퇴하면서 겪어야 했던 힘든 시기도 잘 넘긴, 이 도시의 자존심과 같은 음악단체인데 말이다.
이제 오케스트라들은 마케팅 부서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싱글 티켓과 그룹 티켓의 판매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주장 좌석 메우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한 장 한장 파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클래식 연주회 청중 숫자는 2010년에서 2014년 사이에 10.5% 감소했다.
음악단체들은 독지가의 후원을 더 따내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음악 연주만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다른 참여 활동을 개발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케스트라들의 생존의 열쇠는 자선가들의 후원을 얼마나 잘 받아내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에 오케스트라의 수입 1달러 중에서 43센트는 후원자의 기금이었고 40센트는 티켓 판매, 투어, 공연장 대여, 주차비 등의 수입에서 왔다. 나머지는 투자 등에서 얻은 수익이다. 물론 이것은 평균치이며 어떤 곳은 티켓 세일이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금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오케스트라연맹의 제시 로젠 회장 겸 CEO는 “우리가 콘서트를 열면 사람들은 표를 사고 그 돈으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그런 상황은 오래전에 지났고, 지금은 독지가의 후원이 중요하다”고 잘라 말하고 “앞으로는 우리가 이 커뮤니티에서 어떤 기여를 하느냐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젠 회장에 따르면 후원금은 지난 불황 때 크게 줄었으나 지금은 그 이전 상태로 회복됐고, 적자 상태인 오케스트라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노조 분쟁이 심화돼 오케스트라 활동이 정지된 일이 14건이나 됐고, 켄터키 주 루이빌과 호놀룰루, 필라델피아의 오케스트라들은 뱅크럽시를 신청했다. 심지어 미국 최고의 교향악단인 뉴욕 필하모닉도 2001~2002 시즌 이래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LA 필하모닉과 보스턴 심포니의 경우는 좀 다르다. LA 필에는 할리웃보울이, 보스턴 심포니에는 탱글우드와 같은 다양한 음악장르의 공연도 가능한 대형 연주장이 있어서 재원확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회복세를 보이는 곳들도 있다. 16개월이나 폐쇄됐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는 쿠바와 유럽 투어를 재개했고, 루이빌 오케스트라는 단원수가 77명에서 51명으로 줄긴 했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지휘자 테디 아브람스를 맞아 다시 연주회를 열고 있다.
근년에 두차례나 폐쇄됐던 애틀란타 심포니는 지난달 2,500만달러 모금 소식을 밝히고 그동안 채우지 못했던 공석에 연주자들을 영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델타 에어라인이 250만달러를 기부했기 때문에 튜바 수석 연주자는 ‘델타 에어라인 체어’라는 직함을 갖게 된다.
사실 1960년대 이전만 해도 오케스트라들이 연중 내내 음악인들을 고용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데 1966년 포드 재단이 8,000만달러를 투입, 시즌을 더 길게 하고 연주자 급여와 예술적 성과 등의 기준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프로그램은 성공했으나 문제는 기금을 다 쓰고 나자 오케스트라들은 인상된 연주자들의 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노조들의 힘은 더 커졌던 것이다.
대불황 때 많은 오케스트라들은 노조와의 관계가 크게 악화됐다. 어느 정도였나 하면 연방 중재 및 화해 서비스국이 클래식음악 산업의 노조분쟁 해결 전문가를 기용해야 했을 정도다. 오케스트라 내부의 이야기를 그린 유명한 TV시리즈 ‘정글의 모차르트’(Mozart in the Jungle)는 노조분쟁을 중요한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이사들과 행정가들은 지출을 줄이려 압력을 행사하면 결국 파업과 같은 노조 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경기 불황을 핑계로 임금과 혜택 삭감을 강행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결정은 결국 음악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도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피츠버그 심포니는 연주자들의 연봉을 15% 삭감하고 연금을 동결하며 악단의 사이즈를 줄이려 하고 있다. 2011년에 9.7%의 봉급이 삭감됐던(나중에 부분 회복) 단원들은 그렇게 큰 폭으로 연금이 삭감되면 실력있는 연주자들을 보유할 수가 없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현재 10만7,000달러인 기본 급여에서 15%가 삭감된다면 피츠버그 심포니는 더 이상 미국의 10대 오케스트라에 낄 수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인츠 홀 밖에는 아직도 피켓 라인이 서있다. 오케스트라의 오보 수석인 신디아 콜레도 데알메이다는 “차라리 오보 리드를 만드는게 낫겠다”고 쓴 사인을 들고 서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무대에는 빈 의자들과 빈 보면대들만이 서있고 연주홀은 정적에 싸여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존 후드가 오프닝 나잇에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Mark Makela>

연주자들이 스트라이크를 벌였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이번 시즌 오프닝 나잇. <사진 Mark Mak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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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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