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활동에 지장 많고
▶ 자칫 정신 질환 우려도
부모 입장에서는 많이 먹는 아이도 걱정이지만 가려 먹는 아이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과식하는 아이는 비만이, 가려 먹는 아이는 영양 불균형이 늘 걱정이다. 어려서 음식을 가려 먹는 습관은 성인이 되면서 대부분 없어지거나 나아지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어릴적 가려 먹는 습관이 성장해서 없어지는 현상은 겉보기에만 그럴뿐 성인이 된 뒤에도 ‘선택적 식이장애’(SED: Selective Eating Disorder)로 고생하는 비율이 꽤 높을 것이라는 연구가 소개됐다. ‘가려 먹는’ 성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바가 없고 까칠한 식성이 창피하다는 생각때문에 숨기는 성인이 많지만 실제로 선택적 식이장애를 호소하는 성인이 상당수라는 연구 결과다.
듀크대학의 식이장애연구센터 낸시 주커 박사팀이 지난해 스스로 식이장애자로 생각하는 성인 약 2,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5%가 어릴 때 가려 먹던 습관이 커서도 지속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여러서 가장 먹기 싫어하는 음식 중에는 채소가 단연 1위를 차지했고 대신 부드러운 음식이나 갈아 만든 음식을 먹던 습관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성인 선택적 식이장애 증상의 원인인 가려 먹는 아동에 대한 통계 자료는 있지만 5%에서 25%로 너무 광범위 해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어릴 적 싫어하는 음식을 성인이 되서도 먹지 못하게 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어려서 어떤 음식을 먹다가 목에 걸려 고생을 했거나 구토까지 한 경험이 있다면 이 음식은 커서도 먹지 못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주커 박사는 “음식에 대한 기억은 매우 강력한데 사회 활동이 많아지는 성인이 되면서 특정 음식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게 된다”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어떤 사람은 특정 음식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여 보기만해도 기겁하는데 음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사람의 유전자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오리건 주립대 식품과학기술학과 임주연 교수에 따르면 모든 음식은 수천종류의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들 성분이 음식만의 특유한 맛과 향을 결정한다. 그런데 똑같은 음식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은 맛있게 먹지만 어떤 사람은 냄새를 역겨워하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향초인 실란트로를 거의 모든 요리에 넣어 맛있게 즐기지만 한국인 중에는 마치 비누 냄새 같다면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서로 다른 유전자가 원인일 수 있지만 자꾸 먹다보면 익숙해지는 경우도 많다고 임교수가 설명했다.
때로는 음식의 질감이 원인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비타민 K, C, 식이섬유, 엽산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오크라’(Okra)는 끈적끈적한 점액질의 표면 질감때문에 영양소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토마토를 씹을 때의 느낌이 싫어서 못 먹겠다른 사람도 있다. 씹을 때 안에 터져 나오는 물질이 마치 뱃속에서 내장이 터져 나오 것과 같다는 것이 토마토 혐오자들의 이유다.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까칠한 식성을 고치고 싶다는 것이 선택적 식이장애를 가진 성인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적절한 치료없이 간단한 장애를 방치할 경우 거의 모든 음식을 피하려는 ‘음식섭취장애’(ARFID)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까칠한 식성을 고치기 위해 전문 의료 센터를 찾는 성인도 적지 않다.
선택적 식이장애 관련 서적의 작가 스테파니 루시아노빅은 어려서 채소라면 질색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밥상에 채소가 나오면 상을 치울 때까지 코를 막고 있어야 하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채소를 먹지 못하는 그녀의 식성은 각종 음식을 즐기는 ‘식도락가’ 가정에서 자란 남편을 만나면서 더 높은 벽에 부딪히게 됐다. 결국 그녀는 까다로운 식성을 바꿔야 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했는데 두 가지 성공 비결을 소개했다. 첫번째는 주변에 까다로운 식성을 지적하지 않는 조력자가 있어야 하고 두번째는 원하는 대로 음식을 할 수 있도록 요리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루시아노빅은 채소를 삶는 방식 대신 기름에 가볍게 볶아 먹는 방법으로 남편과 함께 즐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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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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