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면요법 각광, 영화배우들 “불안·강박증·식습관 개선효과” 담배 끊으려… 설탕 중독… 스트레스 고민…
▶ 주류 명사들 사이서 ‘만병통치요법’ 통해, 전통 의학계선“명상에 불과” 회의적 반응

최면요법이 최근 주류 명사들 사이에 ‘만병통치요법’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다이어트, 스트레스, 흡연, 불면증 등의 문제를 최면술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일러스트레이션 James O’Brien>
당신은 졸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지금 잠재의식과 만나고 있습니다…
당신은 회사의 송년파티에서 디저트를 건너뛸 겁니다…
사실 당신은 디저트를 좋아하지도 않으니까요.
연말연시 수많은 파티 때문에 살찔까봐 걱정하는 사람, 정신없는 할러데이 시즌의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사람,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 담배를 끊고 싶어 애를 쓰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요즘 부쩍 많이 찾아가는 곳이 있다. 다이어트 클리닉이나 피트니스 클럽 혹은 전문 병원이 아니다. 놀랍게도 최면술사를 찾아가 건강과 미용,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최면요법의 역사는 사실상 아주 오래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최면요법은 새롭게 주류 명사들 사이에 ‘만병통치요법’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배우 리즈 위더스푼은 영화 ‘와일드’ 촬영 때 불안정하고 힘드는 역을 소화하기 위해 최면요법을 사용했다. 또 올리비아 먼은 강박신경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최면술사를 만났고, 퍼기는 최면술을 통해 건강한 식습관을 찾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최면술이란 수많은 전통 치료법을 다 시도한 후에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요법이다.
다니엘 치엘은 수면에 문제가 있었다. 패션업체의 간부인 그녀는 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시차를 엉망으로 겪는 바람에 인체 시계가 고장나버리고 말았다. 한밤중에 깨어있는 채로 누워있는 그녀를 보면 가족들은 수면제를 좀 먹지 그러냐고 권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약에 의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한 친구의 권유로 맨해튼의 최면술사 엘레나 모제이너를 찾아갔다. 그리고 치엘은 지난 달 모제이너와 치료 세션을 가진 후 10일 연속으로 깊은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모제이너의 다른 고객인 플로라 디칸디아는 텍사스 주 맥알렌에 거주하는 비즈니스 매니저인데 설탕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뉴욕까지 날아왔다.
“단 음식을 좋아해서 엄청나게 먹는답니다. 과자 한 봉지는 단숨에 먹어치우고, 캔디도 봉지 째로 안고 먹지요. 이걸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모제이너와 2회의 세션(각 45분)을 갖고 난 후 달콤한 음식에 대한 강박증이 사라진 것을 알고 깜짝 놀란 디칸디아는 “최면요법은 내가 이제껏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계 미국인 모제이너(36)는 자격을 갖춘 최면술사로서 2006년부터 입소문을 타고 고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최면술사는 공인면허는 없지만 미국 임상최면술 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Hypnosis)와 공인 임상 최면요법 전국보드(National Board for Certified Clinical Hypnotherapists)에서 인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모제이너가 어퍼 이스트사이드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최면요법은 비주류 의료술로 분류됐다. 그러나 대안요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그녀의 오피스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고객은 대부분 비만과 스트레스 문제로 고생하다가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뉴욕에서는 사람들이 연중 내내 체중 문제로 고민하지요. 할러데이 시즌뿐만이 아닙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최면술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최면에 걸린 사람은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는 우스운 행동을 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모제이너의 세션은 안내자를 따라서 함께 하는 명상과 비슷하다. 고객이 릴랙스 상태가 되면 모제이너는 미리 동의한 말을 반복하도록 한다. 디칸디아의 경우는 “나는 설탕에 ‘노’라고 말한다. 나는 나 자신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세션이 끝나면 모제이너는 그 테입을 고객에게 주고 매일 집에서도 반복하도록 숙제를 준다. 대부분의 문제는 2회의 세션으로 치료되고, 담배 끊기는 한번으로 족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효과를 본 사람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전통 의학계는 최면술에 대해 아직도 회의적이다. 그저 명상에 지나지 않는데 더 싼 곳을 놔두고 왜 최면요법사를 찾아가느냐는 것이다. 모제이너는 시간당 200달러를 받는다.
거기에는 최면술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가 있다고 뉴욕의 심리학자 세라 라벨은 말한다. 자신의 상담심리에 최면요법을 결합시킨 그녀는 전통적인 심리 상담과 최면술을 결합시키면 아주 고질적인 습관도 끊을 수가 있다면서 식이장애를 가진 환자들을 성공적으로 치료했다고 밝혔다.
성공 사례들이 왜곡된 채 전달되는 경우도 많다. 뉴욕의 신경정신병학자 줄리아 샘튼은 “최면요법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그냥 보통의 아무나가 아니라 비만이나 불면증 등 고치기 힘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굉장히 애쓰다가 오는 사람들”이라고 전하고 최면술 자체가 다이어트나 불면증 치료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면술의 효과가 얼마나 오래 가느냐 하는 점도 명확치는 않다. 최면술 옹호론자들은 치료에 성공하면 그것으로 나쁜 습관과는 연을 끊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맨해튼의 일반내과의 홀리 필립스 같은 의사들은 환자를 최면요법사에게 리퍼하기도 한다.
“넓은 견지에서 보면 내 환자의 대다수가 최면요법을 아주 긍정적이고 심지어 즐겁기까지 한 경험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한 닥터 필립스는 “환자들은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감정적으로 상쾌해진다고 말한다. 한 사람은 ‘멘탈 리셋’을 한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면술이 만병통치는 아니라고 지적한 닥터 필립스는 담배를 끊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경우 정말 끊으려는 강렬한 의지를 가졌을 때 최대의 효과를 본다고 강조했다.
LA의 극본작가 재크 몬손은 최면요법사 케리 게이너(세션당 250달러)를 만난 후 마리화나 흡연을 끊는 데 성공했다. 그는 마리화나가 점점 내 삶을 심각하게 방해하기 시작해서 최면요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를 치료한 게이너는 모제이너와는 달리 몬손이 최면 상태에 들어가자마자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그의 흡연 문제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아주 직설적이고 임상적으로 흡연의 수많은 해악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강의를 듣는 거나 마찬가지였지요”라고 말한 몬손은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라이터를 켜지 않고 있다.
“나의 이성은 때로 이런 말을 합니다. ‘무슨 방법으로든 사실 너는 끊을 준비가 돼있었잖아’라는 말이죠. 그러나 이번이 내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금연하고 있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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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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