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모습 간직해야” vs “안전 위해 필수”, “걷기 장려·어린이 보호” 시 정부 추진에 “내 집앞 잔디밭 못 내줘” 토박이들 반대
▶ 노년층-젊은 부부들 세대간 대결 양상도

아이오와주 윈저하이츠에서 학생들이 보도설치에 반대하는 사인을 지나쳐 걸어가고 있다.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외곽인 윈저 하이츠의 관리들은 주민안전을 개선하고 야외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보행로 설치안이 이렇듯 격렬한 저항을 불러오리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앞마당 잔디밭 가장자리를 따라 보도가 들어서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일부 주민들이 불평을 터트릴 것이라는 정도는 각오했지만 시위원회 공청회장이 미어터지고, 거리를 따라 항의 팻말이 긴 행렬을 이룬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거기에 보태 다음번 선거에서 보행로 설치를 밀어붙이려는 시의원들을 상대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날선 으름장도 나왔다.
크레아스 함스 시의원은“변화를 두려워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모르진 않으나 아무래도 도를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비만율 증가와 함께 시 정부가 앞장서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권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보도에 대한 격한 반대는 놀라운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논란은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미네아폴리스 교외인 에디나에서 워싱턴 DC의 외곽에 이르기까지 커뮤니티 보도설치에 반대하는 공청회는 늘 만원을 이룬다.
뉴욕의 로체스터시 바깥쪽인 아이언데킷, 칸자스시티 교외에 위치한 프레이리 빌리지, 밀워키의 델라필드 등지에서도 많은 주민들이 보행로 신설에 핏대를 올린다.
윈저 하이츠처럼 대부분의 불협화음은 1950대와 1960년대에 세워진 마을에서 가장 시끄럽게 들린다. 이런 동네들은 주변의 큰 도시와는 애초부터 다르게 설계됐다. 마을 조성 당시 보도를 만들지 않은 것은 교외풍의 분위기를 강조하고 주민들에게 더 많은 프라이버시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만해도 걷기 운동이 그다지 보편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주민들은 마을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 한다. 크리스 앤지어도 그 중 한명이다.
현재 그녀는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지만 80대 노모의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보행로를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는 생각에 ‘반대 투쟁’에 뛰어들었다. 노모는 1964년 이후 줄곧 윈저 하이츠에서 생활해온 동네 터줏대감이다.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앤지어는 보행로 설치운동의 ‘주범’으로 얼마전 새로 선출된 디모인과 인근 도시 출신 시의원들을 꼽았다.
앤지어는 “신참 시의원들이 원래 살던 지역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같은 동네 주민인 존 길빈 역시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우리를 향해 그들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고 충고를 한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DC의 외곽에 위치한 호손에서도 번잡한 주요대로인 체스넛 스트릿을 따라 보행로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놓고 주민들 사이에 벌써 수년째 말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시정부에 보도설치를 압박하고 있는 마을주민 에베렛 로프트는 “참 별난 싸움”이라며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이 보행로 신설을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나이든 주민들이 격하게 반대하는 등 세대간의 힘겨루기 같은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로프트는 현재 아홉 살인 아들이 두 살이었을 때 싸움판에 뛰어들었다. 그에 따르면 주민들 중 상당수는 30년 전 마을이 새로 조성될 당시 외양과 분위기에 끌려 이주했다. 보도설치 반대그룹의 주축인 이들은 마을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려들지만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미네아폴리스 교외의 부촌인 에디나의 주민들은 향후 20년에 걸쳐 보도를 추가한다는 시의원회의 계획에 반대하기 위해 공청회가 열릴 때마다 만사제치고 회의장으로 달려간다. 이들은 ‘도시화’는 싫다고 잘라 말한다.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인 제임스 호브랜드는 “계획을 차질 없이 밀고나갈 것”이라며 “조만간 반대의견도 수그러들 것”으로 낙관했다.
호브랜드 시장은 1960년대와는 사정이 판이하게 다르다며 “그 때는 모든 것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짜여졌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들을 매료시켰던 교외의 푸르른 목가적 환경에 왜 변화가 와야만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UCLA의 도시계획학 교수인 아나스타샤 루카이토우-사이데리스는 1세기 이상 프라이버시는 숲과 함께 교외생활의 최대 장점으로 꼽혔다며 나이든 주민들은 이를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내셔널 컴플릿 스트릿츠 코올리션’의 디렉터인 에미코 애더톤은 통계상으로 볼 때 보도설치는 안전도를 높이고 주택가격과 주민건강에 기여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윈저 하이츠의 관리들은 아직 최종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앞으로 수개월 내에 운전자들뿐만 아니라 도든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리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앤지어는 “윈저 하이츠에서 보행자들이 다친 심각한 자동차사고는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보도설치를 강행할 경우 차기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관련자들이 ‘표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그는 “다음번 선거에서 시장과 시의원에 대항해 출마하는 후보자는 선거자금을 모금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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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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