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셔가에 올 봄 오픈 ‘마르시아노 뮤지엄’ 미술계 뜨거운 관심
▶ 마크 그로찬·다카시 무라카미·욘 보 등 게스 창업자 형제의 컬렉션 1,500점 전시
현대미술 한눈에… 프리메이슨 유물 눈길

마르시아노 아트 파운데이션의 제이미 마네 관장. [사진 Barbara Davidson]

밀라드 쉬츠가 디자인 한 구 스카티시 라이트 메이스닉 템플의 외벽은 보존된다. [사진 Barbara Davidson]
마크 그로찬·다카시 무라카미·욘 보 등게스 창업자 형제의 컬렉션 1,500점 전시현대미술 한눈에… 프리메이슨 유물 눈길2017년 봄 LA 코리아타운 인근 윌셔가에 새로 문을 여는 현대미술관 ‘마르시아노 아트 파운데이션’(Marciano Art Foundation)에 대한 기대로 미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청바지 패션 ‘게스’(Guess)의 공동 창업주인 폴과 모리스 마르시아노의 아트 컬렉션을 소장 전시하게 될 이 미술관은 남가주 화단뿐 아니라 미 전국의 뮤지엄 관계자들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월스트릿저널 매거진이 마르시아노 형제의 컬렉션과 이 뮤지엄의 탄생에 관해 심층 보도한 데 이어 지난주 LA타임스는 오랫동안 비어있던 유서깊은 건물의 새로운 변신과 날로 확장되는 남가주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자세하게 조명했다.
구 스카티시 라이트 메이스닉 템플(Scottish Rite Masonic Temple)을 개조한 폴과 모리스 마르시아노 형제의 ‘마르시아노 아트 파운데이션’은 회화, 조각, 사진, 설치 그리고 퍼포먼스와 멀티미디어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하나의 큰 질문을 던져봐야겠다. LA에 너무 많은 현대미술관이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 LA라는 도시가 콘템포러리 아트에 이렇게나 많이 굶주려있는 것일까?
2015년 LA 다운타운에 문을 연 ‘더 브로드’(The Broad museum)는 ‘모카’(Museum of Contemporary Art) 현대미술관과 그랜드 애비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올 가을에는 구 샌타모니카 미술관(Santa Monica Museum of Art)이 이름을 ‘인스티튜트 오브 콘템포러리 아트 L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로 바꾸고 다운타운 아트 디스트릭에 재개관할 예정이다. 이곳은 2016년 봄에 오픈한 뮤지엄 급의 대형전시관 ‘하우저 워스 & 쉬멜’(Hauser Wirth & Schimmel)과 지근거리에 위치하게 된다.
한편 넌 컬렉팅 뮤지엄인 ‘메인 뮤지엄’(Main Museum)이 지난 10월 다운타운의 올드 뱅크 디스트릭에 조용히 문을 열었다.(넌 컬렉팅 뮤지엄이란 미술작품을 소장하거나 구입하지 않은 채 중요한 현대미술품을 전시하는 곳을 말한다)
모카 이사회의 공동이사장이기도 한 모리스 마르시아노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LA는 전 세계 콘템포러리 아트의 중심지라고 본다. 뮤지엄이 많아서라기보다 중요한 아티스트들이 모두 이곳에 살고 있고, 또 LA로 계속 이주해오기 때문이다. 더 많은 뮤지엄이 생겨날수록 이를 보러 더 많은 사람들이 LA를 찾아올 것이고, 뮤지엄들은 더 많은 방문객을 맞게 될 것이다”
모리스는 마르시아노 아트 파운데이션이 뮤지엄이 아닌 재단으로서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획기적이고 비전통적인 기관으로서, 이름 난 기성작가들뿐만 아니라 아직 뮤지엄에는 소개된 적이 없는 젊은 신진작가들도 다수 만나게 될 것이란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마르시아노 아트 파운데이션으로 명명된 이곳은 브로드나 해머 뮤지엄처럼 입장료가 무료다. 소장품은 1,500점에 달하는데 대부분 1990년대 이후의 작품들로 마크 그로찬, 스털링 루비, 폴 매카시, 다카시 무라카미, 마이크 켈리 등 유명 현대작가들로부터 떠오르는 신진들인 아날리아 사반, 오스카 투아존, 욘 보(Danh Vo)까지 망라한다. 콘템포러리 미술세계의 흐름을 모두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모리스의 설명이다.
작가들에게 이 건물에 맞는 신작을 위촉하는 일도 마르시아노 미술재단이 지향하는 비전의 중심축이다. 이 재단은 이사회가 없이 모든 재정을 마르시아노 형제가 지원하고, 아직은 아무런 기금도 받지 않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과 시행도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장점이라고 재단의 관장 제이미 마네(Jamie G. Manne)는 자랑했다.
LA와 뉴욕의 갤러리들에서 일하다가 7년전 이 곳의 컬렉션 매니저로 합류한 마네 관장은 재단의 미술품 구입을 총괄하고 있으며 소장품의 90%가 지난 7년 동안 수집한 것이다.
마르시아노 형제는 1980년대부터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상파와 후기인상파 작품들을 구입했으나 차츰 게르하르트 리히터, 모리스 루이스, 샘 프랜시스, 도널드 저드, 케네스 놀란 등의 포스트워 미술품과 콘템포러리 아트로 옮겨갔다.
그런데 1991년 미술시장이 붕괴했을 때 두 사람은 소장품의 대부분을 매각해 버렸다.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빌렘 드쿠닝, 장 미셸 바스키야 등 그때 처분한 작품들이 지금 경매시장에서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리는 것을 보면서 형제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현대미술에 대한 모리스의 관심은 2007년 모카에서 열린 다카시 무라카미의 회고전을 보면서 다시 꽃피기 시작했고 형제는 새롭게 미술품 수집을 시작했다. 그들이 2009년에 산 첫 작품도 무라카미의 것이었다. 마르시아노 형제는 2013년 미술재단을 설립했고 바로 그 해에 윌셔 가에 있는 프리메이슨 빌딩을 800만달러에 구입했다. 마네 관장의 오랜 친구인 아티스트 알렉스 이스라엘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1994년 이후 비어있던 이 빌딩은 1961년 밀라드 쉬츠가 디자인한 11만 스퀘어피트의 건물로 지금은 쿨라파트 얀트라사스트(Kulapat Yantrasast)가 리노베이션을 맡아 내부공사를 하고 있다. 발코니 포함 2,000여석의 극장을 메인 갤러리로 바꾸어 전시공간은 총 6만5,000 스퀘어피트를 망라한다. 건물 외벽에 있는 대리석 조각물과 벽화 등 건축물이 갖고 있던 오리지널 디테일은 보존하기로 했다.
입구 옆에 조성된 5,000 스퀘어피트의 조각공원에는 투아존과 욘 보 등의 작품이 들어서게 되고, 두명의 비디오 작가가 빌딩의 오리지널 모습을 담은 49분짜리 필름도 개관기념전의 일부로 상영될 예정이다. 아울러 비밀조직인 프리메이슨이 이 건물에 남긴 수많은 유물-가발들과 모자, 의상들, 빛바랜 서류기록물 등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일도 추진되고 있다.
개관전 ‘마르시아노 컬렉션을 풀다’(Unpacking: The Marciano Collection)는 전 모카 큐레이터 필립 카이저가 ‘포스트 팝 운동’과 ‘고고학자로서의 작가들’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또한 프리메이슨 의식에 사용됐던 무대장치를 이용한 장소특수적 개인전 ‘짐 쇼: 가발 박물관’(Jim Shaw: The Wig Museum)도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 이 뮤지엄은 자체 큐레이터를 두지 않고 프리랜서들을 기용, 각기 다른 관점에서 자유롭고 신선하게 컬렉션을 조명하는 전시를 보여줄 계획이다.
“우리가 가진 소장품과 미술에 대한 열정을 대중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재단을 오픈하는 정말 중요한 이유는 LA에 살고 있는 모든 작가들을 위한 것입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활기 넘치는 작가들에게 그들의 예술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전시장을 주고 싶습니다”

올 봄 개관예정인 마르시아노 아트 파운데이션의 내부 모습 렌더링. 1,500여점의 미술품을 소장, 전시하게 된다. [사진 wHY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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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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