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비용 부담 등 놓고 정면충돌
▶ 이민·무역정책 양국관계 위기 고조

멕시코 국경도시 티화나에서 주민들이 국경 시설 옆을 걷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와 멕시코가 양국 간 국경 건설 문제를 놓고 격한 갈등을 빚으면서 오는 31일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이 전격 무산됐다. 이는 ‘트럼프 정부’ 들어 발생한 첫 외교적 충돌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멕시코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경 장벽 건설 강행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무효화 시도에 분노를 표출하며 반발하는 민심이 커지고 있다.
■미-멕 정상회담 취소 불똥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오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만약 멕시코가 꼭 필요한 장벽을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을 내지 못하겠다면 향후 예정된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멕시코가 장벽건설 비용 부담을 끝내 거부할 경우, 양국 간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먼저 던진 것이다.
이에 맞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미국에 공식으로 통보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트위터 글을 통해 이달 말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방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날 오전 백악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멕시코는 양국에 도움이 되는 협정에 도달하고자 미국과 협력할 용의가 있음을 재차 밝힌다”며 여지를 남겼다.
두 정상은 31일 워싱턴 DC서 정상회담을 열고 무역, 이민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멕시코 정부의 거절에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의 입장이 선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열어봐야 ‘성과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의원 연찬회에서 연설을 통해 “멕시코 대통령과 나는 내주로 예정된 회담을 취소하기로 합의했다”고 확인하면서 “멕시코가 존중심을 갖고 미국을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 이상, 그런 회담은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다른 길로 가겠다”는 말로 이민 문제에 대한 강공책을 예고했다.
그러나 니에토 대통령은 전날 밤 TV 녹화 연설을 통해 “국경장벽 추가 건설을 강행하는 미국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규탄한다”는 말로 국경장벽 건설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멕시코의 반 트럼프 민심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다음 날인 26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시민들은 트럼프 정책에 대한 의견을 질문받자 분노와 우려를 토해냈다.
디에고 알칸타라 콘트레라스(30ㆍ회사원)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달리) 범죄자가 아니다”며 “그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장벽건설을 위해 증오와 인종차별을 이용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훗날 국경장벽 건설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들의 송금을 규제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트럼프 장벽과 나프타 재협상 등 ‘반 멕시코’ 공약 실행으로 우호적이던 양국 관계가 변했다”고 전했다.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루이스 미겔 마르케스(60)는 “장벽건설은 굉장히 모욕적인 결정”이라면서 “나프타 재협상 내지는 탈퇴는 국수주의적인 결정이고 멕시코는 물론 전 세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는 바네사(28)는 “장벽건설로 전통적인 양국의 우호 관계가 나빠질 것”이라면서 “나프타는 굉장히 나쁜 결정으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도 격한 반응을 나타냈다. 보수 성향 야당인 국민행동당(PAN)의 차기 대선 후보로 점쳐지는 마르가리타 사발라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니에토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국경장벽 건설 행정명령에 서명해 멕시코에 모욕을 안겨줬다”고 했다.
■국경 검문 더 엄격해져
멕시코인들은 국경검문이 더 엄격해졌다고 토로했다. 멕시코 북서쪽에 있는 국경도시인 티후아나 국경검문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자동차 줄이 더 길어지고 국경통과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진 분위기다.
직장이 있는 샌디에고로 건너가기 위해 부인, 딸과 함께 자동차 안에서 긴 줄을 기다리던 훌리안 타마요(49)는 전날 AFP통신에 “국경검문소 직원들이 매우 난폭하고 거만해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에게 더 까다롭게 굴라고 백지위임장을 줬다”고 비꼬았다.
건축학을 전공 중인 엑토르 렌테리아(29)는 “국경장벽은 그렇게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면서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경장벽 건설로 국경을 넘으려고 대기하는 차량 행렬이 더 늘어나고 검문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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