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LA 코리아타운, 25년전과 현재 ‘비교 보고서’
▶ 시민단체 ‘리콘실아시안’ 조사 결과, 한-히스패닉 경제적 격차 ‘갈등 불씨’
1992년 LA 한인사회에 엄청난 상처와 피해를 안긴 ‘4.29 LA 폭동’.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돼 남아 있지만 폭동이 남긴 상처는 참혹했다. 무고한 시민 53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부상을 당했다. 한인들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재산피해만도 최소 10억달러에 달했다.
더욱 상처가 쓰라렸던 것은 이 과정에서 드러나 한인과 흑인 커뮤니티 간의 극에 달했던 인종갈등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25년이 흐른 지금 한인타운의 모습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LA 시민단체 ‘리컨실아시안’이 지난 4월 7일 ‘4.29 LA 폭동’ 25주년 기념행사에서 공개한 ‘4.29 다시 기억하기 & 새로운 미래 보고서’를 통해 달라진 한인타운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이 보고서는 남가주정부기관협의회(SCAG)의 이철호 수석 연구원, USC대 사회혁신센터(CSI) 최정현 박사, LA 카운티 지역개발국 최소영씨 등 3명의 한인 전문가들이 인구센서스 자료된 그간 공개된 각종 통계와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한인들 대거 타운 유입.. 흑인·백인은 급감
한인타운은 떠나는 이들과 새로 유입되는 주민들이 빠르게 교차하면서 지난 25년 급격한 변모를 겪었다. 지난 1990년과 2015년 한인타운에 살고 있는 주민 수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주민들의 인종 구성은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센서스 자료를 보면, 1990년 14만 6,000여명이었던 한인타운 주민수는 2015년 14만 8,000여명으로 추산돼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인종 구성 비율에서는 눈에 띠는 변화가 나타났다. 한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한인 거주율이 늘어난 반면, 흑인과 백인 주민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중이다.
1990년 19.4%에 그쳤던 한인 인구 비율이 2015년 25.3%로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나 한인타운 주민 4명 중 1명이 한인 주민인 것으로 조사된 것. 반면, 흑인 주민비율은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고 백인도 상당 폭 감소했다. 7.5%였던 흑인 주민이 25년만에 4.4%로 줄었고, 11.9%를 차지하던 백인 주민도 7.8%로 떨어졌다. 한인타운에서 백인이나 흑인 주민을 찾아보기가 더 어려워진 셈이다.
한인들의 대거 유입에도 불구하고 히스패닉계는 25년과 다름없이 한인타운 거주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990년 50.7%였던 히스패닉계 주민은 2015년 50.3%로 눈에 띠는 변화는 없었다.
한편, 이 기간 LA 카운티 전역에서는 히스패닉계 인구가 37.3%에서 48.3%로 크게 늘었고, 한인 인구는 1.6%에서 2.2%로 증가했다. 반면, 41%로 절반에 육박했던 백인은 26.9%로 급감했고, 흑인도 10.7%에서 8.0%로 줄었다.
■한인 거주지 서진 중...행콕팍 지역까지 거주지 확장
한인타운에 사는 한인들의 거주지역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비교적 주거환경이 나은 한인타운 서쪽 지역으로 한인들이 옮겨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990년 한인타운 윌셔가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베벌리가에서 올림픽가, 동서로는 노르만디에서 웨스턴가에 이르는 그리 넓지 않는 지역에 밀집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한인들의 주거지역이 한인타운 외곽인 행콕팍 지역까지 확장되는 서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1990년에는 한인 주민이 드물던 행콕팍 일부 지역에서는 한인 주민 비율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한인들이 한인타운 서쪽 지역에서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한인타운 거주 한인이 늘면서 한인 거주비율이 30%가 넘는 주거지가 한인타운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편, LA시 전 지역을 놓고 보면, 1990년 이스트 LA 지역에 치우쳐있던 히스패닉계 주민들의 주거지역은 LA 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스패닉계 주민 비율이 40% 이상인 거주지는 이스트LA에서 센트럴 LA까지 확장 중이었다. 반면, LA시 외곽의 서남부의 광범위한 지역에 거주하던 흑인 거주지는 2015년 밀집 거주지역이 좁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인타운 사업체 7,800여개....30%가 한인 소유...1만 2,700명 한인 업체서 일해
2015년 현재 다양한 업종에서 영업 중인 한인타운 비즈니스 사업체는 2015년 현재 7,862개로 집계됐다. 이 사업체들 중 한인이 소유한 한인 업체는 30.5%로 조사됐다.
한인타운 지역에서 영업 중인 사업체 3개 중 1개가 한인 소유인 셈이다.
1990년의 한인타운 지역 비스니스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2015년과 1990년의 사업체 현황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한인 인구가 대거 유입된 것으로 나타나, 한인 소유 업체수도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7,800여개의 사업체들 중 30.5%에 해당되는 약 2,400여개가 한인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한인 업체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인타운 지역 비즈니스 사업체가 고용 중인 노동자는 4만 8,359명으로 조사됐고, 이들 중 약 26.3%가 한인 소유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만 2,700여명이 한인 소유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한인타운 사업체들이 가장 몰려 있는 업종은 법률사무소와 같은 전문 서비스 업체로 1,745개 업체가 영업 중이었으며, 이들 중 29.3%가 한인 업체였다. 이어 교육 및 건강 관련 업체가 1,315개로 가장 많았고, 이 업종에서 한인 업체는 38.3%를 차지했다.
금융 및 부동산 관련 업체 1,106개 중 한인 업체는 32.1%를 차지해 비교적 높은 한인 소유비율을 나타냈고, 소매업체도 1,027개중 32.2%가 한인 업체들이었다.
한인타운 전체 사업체 7,800여개 중 30%를 차지하는 한인 업체들은 대체로 한인타운 웨스턴가, 올림픽가, 버몬트가, 6가, 윌셔가 등에 대거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타운은 빈곤타운, 여전히 저소득층 밀집지역...경제사정 더 악화
한인타운의 경제 사정은 1990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주민들의 소득 수준은 더 낮아져 ‘빈곤타운’이라는 오명은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1990년의 소득액을 2015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1990년 한인타운 주민들의 중간소득(median income)은 3만 6,543달러였다. 25년이 지난 2015년 한인타운 주민 중간소득은 3만 4,146달러로 실질 소득은 오히려 더 감소해 경제 사정은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3만 4,000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한인타운 주민들의 중간소득은 LA시 전체 주민 중간소득에 5만 6,196달러비해 2만달러이상 낮았다. 이는 한인타운이 빈곤계층 주민들이 대거 몰려있는 빈곤타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한인타운의 경제사정만 유독 악화된 것은 아니다. 1990년 6만3,407달러였던 LA시 주민 중간소득 역시 2015년 5만 6,196달러로 떨어졌고, 한인타운 주변지역 주민들의 중간소득 역시 4만 1,577달러에서 3만 7,165달러로 낮아졌다.
■주거 사정 여전히 열악, 주택소유율 8.9% 불과
25년 전에 비해 한인타운은 고급 콘도들이 즐비하게 들어섰고, 대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들이 활발하게 진행돼 외관상 주거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주민들의 주거환경은 여전히 열악했다.
그간 한인타운에서 그간 많은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현재도 37개 부동산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들은 한인타운의 외형만을 변화시켰을 뿐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한인타운의 경우,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로 세입자가 대부분인 한인타운 주민들의 주거비 부담만 대폭 상승시켜 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주택을 소유한 한인타운 주민 비율은 1990년 8.7%에서 2015년 8.9%로 0.2%포인트 증가에 그쳐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LA 시 전체 주민들의 주택 소유율 46%와 비교하면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렌트비 부담 높고, 주택보조금 아파트는 최저 수준
세입자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주민들의 주택임대비 부담도 LA 전역에서 한인타운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보조금 아파트 비율은 최저 수준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렌트비에 허덕이는 한인타운 주민 비율은 64.4%로 조사돼 LA 시 전체의 56.8%로 보다 크게 높았다. 반면, 저소득층이 주택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 비율은 5.2%에 불과해 LA시 전체의 8.7%보다 낮았고, 주변 지역의 13.3%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히스패닉·한인 주민 간 경제 격차 심화
25년전 한인들과 직접적인 인종갈등을 빚었던 흑인 주민들이 대거 한인타운을 빠져 나갔으나 주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히스패닉 주민들과 한인들의 경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인과 히스패닉 주민은 소득과 주거환경에서 큰 격차가 나타났다. 히스패닉 주민들의 중간 가구 소득이 3만 2,561달러에 그쳤으나, 한인들의 중간소득은 4만 880달러로 격차가 적지 않았다.
주거환경에서는 더욱 격차가 컸다. 자신의 주택을 소유한 한인이 8.7%인데 반해, 히스패닉계 주민은 1.7%에 불과했다.
또, 주택을 소유하지 않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렌트비로 인한 거주환경 격차가 심하게 나타났다. 한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렌트비는 히스패닉 주민에 비해 월 300달러 이상 더 높아, 아파트 렌트비 격차로 인한 거주지 분리 현상이 한인타운 내부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업률에서는 한인과 히스패닉 주민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히스패닉계 주민 실업율은 평균 10.8%로 집계됐고, 한인 실업률은 이보다 1% 포인트 낮은 9.8%였다.
■범죄률 높고, 공원·녹지 환경은 최악
한인타운 지역 범죄률은 LA시 다른 지역에 비해 여전히 높아 주민들의 치안 우려가 크게 개선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타운의 범죄발생률은 4.62%로 LA시 평균 3.24%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또, 주변지역의 범죄발생률 4.22%와 비교해도 한인타운 지역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인타운은 LA 전 지역에서 공원 및 녹지 공간이 가장 부족한 지역으로 꼽혔다. 한인타운의 주민 1,000명당 공원 및 녹지 공간은 0.2에이커에도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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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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