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시대에 다시 뜬 조지 오웰의 ‘1984’, 상류층 오웰 런던 빈민가서 생활
▶ 투옥 경험하려 일부러 체포 당해…스페인 내전 참전 후 책 집필
올해 1월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즈음, 조지 오웰의 SF 소설 ‘1984’의 아마존 판매량은 무려 9,500% 올랐다고 한다.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취임식에 참가한 청중이 미 역사상 가장 많았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실은 오바마 취임식 청중이 그보다 3배 많았다. 비판이 이어지자 백악관 선임고문 콘웨이는 이를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고 말했다. 황망해진 시민들은 다시 ‘1984’의 구매 버튼을 눌렀다. 이는 지난 2013년,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정부의 사생활 감시가 ‘1984’보다 심하다고 폭로했을 때 치솟은 판매량보다 더 높은 수치다.
■가장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 한 작가
오웰은 상류층 자제였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차별받으며,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사립명문 이튼을 졸업했지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미얀마로 갔고, 미얀마 경찰로 근무했지만 제국주의 압제자의 삶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런던 빈민가로 들어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았다. 이 생활은 평생 그를 괴롭힌 폐병을 선사했다. 그는 순전히 ‘투옥 경험’을 위해 일부러 경찰에 체포된 적도 있다.
![[SF, 미래에서 온 이야기] 억압받은 이들과 함께한 오웰, ‘빅브라더’ 사회를 예견하다 [SF, 미래에서 온 이야기] 억압받은 이들과 함께한 오웰, ‘빅브라더’ 사회를 예견하다](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7/07/31/l_2017080201000033400037601.jpg)
1984년 첫 날 전세계에 위성 생중계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퍼포먼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영상 이미지들
오웰이 ‘1984’를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1936년, 스페인내전에 참전하면서였다. 헤밍웨이도 참전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낳은 전쟁이었다. 인민전선과 파시즘파인 프랑코 사이의 내전으로, 당시 인민전선은 사회주의자를 중심으로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국제 여단이, 프랑코는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지원하여 제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 같은 양상을 띠었다. 파시즘에 저항하고자 참전한 오웰에게 이 체험은 후에 그의 목을 꿰뚫은 총알만큼이나 깊은 상처를 남겼다.
목에 부상을 입고 돌아온 오웰은 전쟁의 체험을 살려 ‘동물농장’을 집필했고, 연이어 ‘1984’를 집필했다. ‘동물농장’이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생각되어, 당시 소련과 동맹국이었던 영국 정부가 출간을 저지한 것은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참전의 상처는 깊었고, 어머니와 아내, 누나가 연이어 죽은 뒤 폐결핵이 도져 건강도 악화되었다. 오웰은 ‘1984’가 자신의 마지막 책이 될 것을 예감했다. 책을 탈고하지 못하고 죽게 되면 원고를 폐기해 달라는 말도 남겼다. 병상에서 무리하게 집필을 계속한 오웰은 마지막 탈고를 끝낸 다음날 쓰러졌고, 이듬해에 숨을 거두었다.
■1984년, 세계는 오웰을 생각했다
‘1984’는 전체주의의 개념을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이다. 이 책은 ‘동물농장’과 함께 전쟁 직후 가장 먼저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책이기도 했는데, 한국에서는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책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웰은 일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고, 단지 전체주의가 사상과 국가와 집단과 시대를 가리지 않고 어느 곳에서든 발현할 수 있음을 알아보았을 뿐이다.
세계인은 소설일 뿐인 ‘1984’가 예언서라도 되는 듯, 그 해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기다렸다. 1984년, 세계인의 마음에는 오웰이 있었다. 그 해 첫날,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전 세계에 송출했다. 대중매체가 빅 브라더 역할을 좀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세계는 나름 괜찮다고 오웰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이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생중계 쇼이기도 했다. 1월22일, 리들리 스콧 감독은 ‘1984’를 모티브로 한 광고를 슈퍼볼 경기장에 내보냈다. 빅 브라더가 연설 중인 스크린을 한 여전사가 부수는 영상으로, 막 매킨토시를 출시한 애플의 광고였다. 이 광고는 애플이 IBM의 독주를 타파할 것을 강렬한 인상으로 알려 애플 약진의 계기가 되었다. 서베를린에서 마거릿 애트우드는 오웰을 생각하며 ‘시녀 이야기’를 썼고,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은 동명의 영화를 발표했다. 7월, 체코 천문학자 안토닌 마르코스는 직경 14㎞의 소행성을 발견해 오웰의 이름을 선물했다.
■감시자를 감시하는 오웰
1984년에서 33년이 지난 현재, 오웰이 걱정한 대량 감시사회는 IT 발전과 함께 세계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2013년 스노든이 미 정부의 대규모 개인사찰 정황을 공표한 이래, 감시는 훨씬 더 노골적이 되어가고 있다.
![[SF, 미래에서 온 이야기] 억압받은 이들과 함께한 오웰, ‘빅브라더’ 사회를 예견하다 [SF, 미래에서 온 이야기] 억압받은 이들과 함께한 오웰, ‘빅브라더’ 사회를 예견하다](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7/07/31/l_2017080201000033400037602.jpg)
조지 오웰
지난 2015년 루마니아에서는 국가안보기관이 국민의 개인정보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6개월간 고객 데이터를 보관하고 안보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48시간 내에 제공하라는 법을 통과시켰다. 2016년 러시아에서도 마찬가지의 법을 통과시켰고, 같은 해 영국도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사용자의 기록을 1년간 저장하게 하고, 이 정보에 영장 없이 경찰을 비롯한 법률 기관이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오웰은 이미 그 위험을 세계인의 마음에 각인시켰다. 법안이 발의되자마자 미디어와 시민단체는 즉시 이를 ‘빅 브라더 법’으로 부르며 저항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같은 해, 한국에서도 테러방지법이라는 이름 아래, 국정원이 테러 용의자로 지목하면 절차 없이 통신이용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되어 통과되었다. 야당은 이에 저항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고, 더불어민주당의 최민희 의원과 정의당의 김제남 의원은 토론 중 ‘1984’의 구절을 낭독했다. 이들 모두의 저항 문구는 한결같이, “우리는 빅 브라더 사회를 원치 않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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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SF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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