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Biz 리더 <15편>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
▶ 300만개 숙소 보유, 세계 최대 숙박업체
휴가여행에서 출장으로 영역 대폭 확대
이란·시리아·북한 제외한 모든 나라에 진출

지난해 LA에서 열린 ‘에어비앤비 오픈’ 행사에서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가 호스트들 앞에서 회사의 새로운 소식들을 설명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제공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호스트(집주인)와 게스트(여행객)가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에어비앤비 제공
소유하고 있는 호텔 하나 없이 이용자들이 세계 어디서나 묵을 수 있게 만든 에어비앤비의 출발은 여느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는 여타 스타트업과 달리 에어비앤비는 사람들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끌어낸다. 그렇게 세계로 퍼져 나간 사람들은 에어비앤비 이용자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 구석구석의 ‘동네’ 여행
전 세계 1억,5000만명이 에어비앤비로 여행했다. 에어비앤비는 개인 간 숙박 거래를 중개하는 업체다. 집주인(호스트)이 자신의 집 전체나 일부를 묵을 곳이 필요한 손님(게스트)에게 일정 기간 돈을 받고 빌려주는 과정을 조율하는 서비스가 에어비앤비의 ‘제품’이다.
언뜻 생각하면 집주인이 아무리 돈이 필요하더라도 일면식도 없는 낯선 이를 자기만의 공간에 들이는 게 망설여지지 않을까 싶다. 게스트 역시 다양한 서비스가 잘 갖춰진 호텔을 마다하고 굳이 ‘남의 집’에서 잠을 청할 이유가 있을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그러나 전 세계인이 이 어이없는 시도에 반응했다. 그것도 폭발적으로. 2007년 창업 당시 ‘제로(0)’에 가까웠던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10년 만에 300억달러를 돌파했고, 지금은 191개국 6만5,000개 도시에 300만개가 넘는 숙소를 보유한 세계 최대 숙박업체가 됐다. 이란과 시리아, 북한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다.
이 놀라운 성장의 비결은 간단하다. ‘더 인간적인 여행’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어느 나라를 가도 비슷비슷한 호텔에 묵는 정형화한 여행 패턴에 신물이 나 있다.
호텔 방에 누워 있으면 그곳이 이집트 카이로인지, 캐나다 몬트리올인지, 호주 시드니인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외출할 때도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호텔 주변 관광지와 맛집만 다니다 보니 누가 가도 같은 패턴의 여행이 돼버린다. 에어비앤비는 이런 여행에 질린 소비자들을 자극했다.
■‘침대와 아침 식사를 제공합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36)와 조 게비아(36), 네이선 블레차르지크(33)가 처음부터 이처럼 거대한 변화를 예견한 건 아니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각자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아나가던 체스키와 게비아는 오래지 않아 직장 생활에 환멸을 느꼈다.
창업을 결심한 그들에게 청천벽력이 날아들었다. 집주인이 집세를 올려버린 것이다.
고육지책으로 두 사람은 인근에서 마침 컨퍼런스가 열리니 집의 빈방과 침대를 참가자들에게 저렴한 값에 빌려주고 아침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에어 매트리스와 침대, 아침 식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결합한 ‘에어베드앤브랙퍼스트’라고 이름 붙인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인도인 첫 예약자를 받았다.
서비스를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며 각종 컨퍼런스와 축제, 정치인들의 행사 등을 겨냥해 끊임없이 웹사이트를 선보였다. 이용자는 조금씩 많아졌지만 실패도 되풀이됐다.
예약 건수가 늘었더니 웹사이트가 다운됐고, 야심 차게 서비스를 개선했는데 아무도 접속하지 않았고, 대금 지불에 생각지 못한 오류가 생겨 이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쓰러져 가던 에어베드앤브랙퍼스트를 2009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알아봤다. 자금 지원과 컨설팅 도움을 받으며 세 청년은 다시 기회를 잡았고,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투자도 받아냈다. 회사 이름은 에어비앤비로 확정했다. 그해 여름, 날개를 단 에어비앤비의 1주일 매출은 1만달러로 뛰었다.
■신시장 개척자 vs 시장 파괴자
집을 공유하는 개념이 에어비앤비 입장에서야 틈새시장 발견이고 신시장 개척이지만, 기존 숙박업계에게는 ‘시장 파괴’나 다름없다.
특히 성수기 때 바짝 영업해야 하는 숙박업체들에게 에어비앤비는 커다란 위협이다. 2년여 전부터 비즈니스맨들의 출장에 적합한 숙소에 별도의 자격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에어비앤비의 영역은 휴가여행에서 출장으로까지 확장됐다.
급기야 대형 호텔들이 에어비앤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의 호스트들이 호텔과 같은 수준의 안전과 위생 기준을 따라야 하고 세금도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선 집을 타인에게 대여해 돈을 버는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숙박업계 기득권 세력의 이 같은 공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에어비앤비의 성장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더 큰 문제는 생각지 못한 데서 드러났다. 게스트가 호스트의 집을 망쳐놓거나 반대로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위해를 가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캐나다 한 호스트의 집이 게스트가 연 마약 파티로 쑥대밭이 됐고, 스페인을 방문한 한 미국인 게스트는 호스트에게 감금당했다.
에어비앤비의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 안전과 신뢰라는 사실을 창업자들은 그때야 깨달았다. 현재 에어비앤비 측은 “심각한 숙소 피해로 호스트에게 1,000달러 이상의 보상금이 지급된 경우는 게스트 4만1,000명 중 1명꼴(0.002%)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에인절? 천사를 믿어요?”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체스키는 경영에 대해선 정말 문외한이었다. 미국 경제지 ‘포천’ 부편집장인 레이 갤러거가 쓴 ‘에어비앤비 스토리’에 따르면 창업 초기 에인절을 소개해주겠다는 한 스타트업 CEO의 말을 듣고 그가 천사를 믿는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에인절은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인 에인절투자자를 뜻한다. 그랬던 체스키가 올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제치고 ‘포천’이 선정한 ‘세계를 이끄는 위대한 지도자’ 18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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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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