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딧·데빗카드나 앱으로 결제, 고객들 ‘환영’ ‘충격’ 반응 갈려
▶ 가장 신난 건 크레딧카드 회사들, “카드만 받으면 1만달러” 제안도
얼마 전 미드타운 맨해턴에서였다. 디자이너 보조로 일하는 20세 여성 샤니아 브라이언트는 새로 문을 연 카페테리아 식당 딕 인(Dig Inn)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닭고기와 현미밥, 고구마를 주문하고 계산대로 가서 50달러짜리 지폐를 냈다.
계산대 직원이 당장 하는 말은 “죄송합니다” 였다.
“현금은 받지 않습니다.” 설마, “50달러짜리는 받지 않아요.” 현금은 안 됩니다. 끝. 브라이언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요?”
계산대 직원은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크레딧 카드와 데빗 카드는 받고, 식당 앱을 셀폰에 다운 받아서 계산해도 된다. 하지만 전지전능한 지폐가 그곳에서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에요.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대에 들어선 것 같아요.”
사실이다. 현금 안 쓰는 비즈니스가 가끔 등장한 적은 있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급속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 시 전역에서는 현금 없는 비즈니스가 정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아직 완전히 정상은 아니다. 그래서 딕 인의 계산대 직원은 브라이언트를 한번 봐주기로 했다.
“이번 한번만 돈 내지 말고 그냥 가져가세요. 하지만 다음부터는 안 됩니다.”
다음 언젠가 달러 지폐는 박물관 진열대에서나 구경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지금 같은 전환과 혼돈의 순간을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회상하게 될 것이다. 미크로네시아의 야프 섬에서 거액의 물건들을 거래할 때 거대한 돌 판을 돈으로 사용하는 관습을 연상하면서 말이다.
현금 사라진 미래를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검 한통을 사고도 카드를 긁으면서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볼 때는 현금 안 받는 식당이 “도대체 무슨 문제인가?” 싶을 것이다.
뉴욕 주교육국에서 감사로 일하는 34세 여성 크리스틴 정코우는 지난 일주일 동안 현금을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면서 크레딧카드 안 받는 곳보다는 현금 안 받는 곳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업무 상 출장이 잦아요. 그런데 크레딧 카드를 안 받으면 아주 곤란해지지요.”
그런가 하면 크레딧 카드 지출을 빚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그 반대편에 있다. 가능한 한 카드 쓰기를 자제하고, 뭔가 큰 지출이 있을 때만 카드를 쓰는 사람들이다.
66세의 회계사인 한 남성은 딕 인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대단히 낯선 경험”이라는 것이다.
브루클린에서 현금 안 받는 식당에 갔던 작가 맥 러플린(59)은 처음에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다 뒤늦게 깨닫고 그가 보인 반응은 “아니, 뉴욕에서 영업하는 식당이 수익을 모두 다 기록으로 남긴다고? 그러면서도 장사를 할 수 있단 말인가?”였다.
많은 식당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그리니치빌리지의 샐러드 식당인 포키(Pokee)에서는 현금이 마치 전염병 같은 취급을 받는다. 계산대의 여직원은 말한다.
“정확한 금액을 지불하면 돈을 받겠습니다. 돈은 매니저가 가져가서 금고에 집어넣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현금 계산대가 없거든요.”
크레딧카드 회사들은 카드 결제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 만큼 이런 추세에 당연히 박수를 친다. 비자는 고객들의 지불수단 선택 권리를 박탈하는 상점들에 대해 1만 달러의 사례금을 주겠다고 최근 제안했다. 비자의 한 중역은 이런 추세가 샤핑객들에게 현금 없이 다닐 자유를 준다고 CNN에서 설명했다.
이런 자유는 고객들에게 좋고 비즈니스에 좋고 그리고 지구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고 해당 식당들은 말한다.
뉴욕의 멕시칸 식당 체인 도소 토로스(Dos Toros)는 시 전역 13개 지점에서 현금을 없애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동 사장인 리오 크레머에 의하면 현금은 소중한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 각 지점 총 매니저들은 계산대의 현금을 세고 또 세느라 매일 두어 시간을 쓴다는 것이다. 현금을 없애면 그 시간에 종업원들을 훈련할 수도 있고, 고객 관리를 더 잘 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매니저가 식당에 나오지 않고 뒤편 사무실에서 돈을 세고 있으면 종업원들 사기에 좋을 게 없고, 현금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고객들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한다. 계산대 앞에서 병목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크레머 사장은 현금 안 받는 정책에 불만을 표하는 고객은 극히 일부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선 계산대 직원들이 보기에는 꼭 그렇지도 않다.
“매일 그 문제로 누군가와 논쟁을 하게 된다”고 도소 토로스의 한 계산대 직원은 말한다.
현금 안 받는 정책은 결과적으로 은행구좌가 없는 저소득층을 배척하게 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이 합법적인 걸까? 전문가의 해석에 의하면 예를 들어 어느 식당이 고객에게 현금 받지 않는 정책을 미리 알려줬을 경우, 고객이 음식을 주문해서 먹었다면, 식당의 정책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이 된다.
하지만 때로 이 같은 기술혁신에 반대하는 러다이트들이 승리를 하기도 한다. 브루클린에 사는 리사 게이턴(60)은 몇 주 전 친구와 함께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현금을 내니 현금은 안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크레딧 카드를 내니 카드 기계에 문제가 있었다. 결국 계산대 직원은 사과를 하고 게이턴과 친구는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받았다.
“이따금은 디지털보다 아날로그 세상이 더 잘 돌아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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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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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싫어하는 사람이나 업체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