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시 최우선 과제인 홈리스대책 ‘임시방편’ 불쑥
▶ 수용 예상규모도 60~70명 불과 효용성에 의문
LA 한인타운 주민과 단체 관계자들이 노숙자 임시 셸터 부지 인근인 버몬트와 윌셔 코너에서 공청회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한 의견 수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수희 기자>
버몬트·7가 인근 웨스트모어랜드와 7가 선상에 노숙자 텐트들이 몰려 있다. <박상혁 기자>
LA 한인타운 한복판인 버몬트 애비뉴와 7가 인근 주차장에 노숙자들을 수용하는 임시 셸터를 설치하겠다는 LA시의 계획이 한인사회와 한인타운 커뮤니티 전체를 뒤흔드는 초대형 현안이 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홈리스 문제를 안고 있는 LA시가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의 하나로 들고 나온 ‘노숙자 임시 셸터’(Emergency Homeless Shelter)의 첫 번째 예정지로 한인타운 한복판 부지가 느닷없이 발표되면서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한인타운 주민과 비즈니스 등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선 것이다. 한인타운 내 홈리스 셸터 설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존재하는 가운데, 대다수의 한인들은 물론 한인타운 내 라티노 등 다른 커뮤니티들까지 LA시가 노숙자 셸터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데 대해 성토하며 공청회 개최 등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인타운 노숙자 셸터 설치 계획 관련 배경과 이슈, 문제점 및 찬반 주장, 대안 등을 종합 정리한다.
■배경과 이슈는
한인타운 노숙자 셸터 이슈가 불거진 것은 지난 5월2일이었다. 버몬트 애비뉴 선상 윌셔 블러버드와 7가 사이의 LA시 교통국 소유 시영주차장(682 S. Vermont Ave.)에서 에릭 가세티 LA 시장과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10지구 시의원인 허브 웨슨 시의회 의장이 몇몇 한인 단체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이 부지에 노숙자 임시 셸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느닷없이 발표한 것이다.
올들어 홈리스 문제 해결을 시정의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내세운 가세티 시장은 그 첫 단계로 시 전역에 간이 침상과 샤워 시설 등이 갖춰진 임시 셸터 시설을 설치해 길거리의 홈리스들이 우선 노숙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른바 ‘브리지 홈(A Bridge Home)’ 프로젝트를 시행한다며, 그 첫 번째 셸터 부지를 한인타운 버몬트+7가로 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LA시와 LA 카운티에서는 지난해 주민투표를 통해 노숙자 문제 대처 기금 조성을 위한 발의안 H와 발의안 HHH가 통과돼 총 12억 달러를 투입해 향후 10년 간 1만 채에 달하는 노숙자 수용 주택을 건설하고 매년 조성되는 3억5,500만여 달러의 예산으로 각종 홈리스 지원 서비스를 시행한다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단기 대책으로 ‘임시 셸터’ 설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커뮤니티 반발
그러나 가세티 시장과 웨슨 시의장의 한인타운 임시 셸터 계획 발표는 일방적인 통보 식으로 이뤄지면서 커뮤니티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 2일 오전 기자회견 당시 시장과 시의장은 LA 한인회를 포함한 상당수의 한인 단체 및 커뮤니티 인사들에게 연락을 취해 기자회견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는데, 대다수의 단체 관계자들은 사전에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현장에 와서야 임시 셸터 설치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한인들을 포함한 주민과 비즈니스 업주들은 ▲시정부가 커뮤니티의 의견 수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노숙자 셸터 설치 계획을 확정해 발표한 점 ▲노숙자 셸터 설치 장소인 버몬트+7가 부지가 상권이 활발하고 인근에 메트로 전철역과 거주자들이 밀집한 아파트와 학교들이 많은 번화한 장소여서 주변 비즈니스와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큰 장소인데도 이를 선택한 점 ▲노숙자 셸터가 들어설 경우 치안과 위생 대책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상당수의 한인 단체와 주민들은 특히 이같은 반대 운동이 지역 이기주의를 뜻하는 ‘님비(NIMBY)‘ 행동이 아니라 정당하고 합리적인 절차와 의견 수렴을 통해 버몬트+7가 부지보다 보다 적합한 셸터 장소를 찾으라는 커뮤니티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A시의 입장
LA 시정부는 임시 셸터 설치가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가세티 시장과 웨슨 시의장은 현재 15개 시의회 지역구 별로 우선 1곳씩의 셸터 부지를 선정한 뒤 향후 임시 셸터 수를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한인타운 지역이 첫 번째 셸터 후보지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10지구 관할 웨슨 시의원이 시의장이기 때문에 솔선하는 차원에서 가장 먼저 발표를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공청회 등 커뮤니티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게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통과된 홈리스 셸터 건설촉진법(SB2)에 따라 응급 규정을 적용해 시정부 소유 부지에 공청회 등 없이도 신속하게 셸터를 설치할 수 있게 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노숙자 임시 셸터에는 전담 경찰과 공무원이 배치돼 다운타운 스키드로우처럼 인근 지역이 슬럼화할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셸터가 영구적 시설이 아닌 3년 정도 운영하고 연장 여부를 검토하는 임시 시설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점
그러나 한인타운 버몬트+7가 노숙자 임시 셸터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노숙자 임시 셸터가 홈리스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미봉책일 뿐이며 그나마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LA 지역에는 곳곳에 홈리스 셸터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정작 노숙자들은 이를 기피하거나 꺼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LA시에 따르면 특히 한인타운에 400여 명의 노숙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버몬트+7가에 노숙자 임시 셸터가 들어서도 많아야 60~70명 정도밖에 수용할 수 없고, 그나마 노숙자들을 강제로 이주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노숙자들이 외면하면 실제 효용이 전혀 없을 것이라 점이다. 즉, 한인타운에 추진되고 있는 임시 셸터는 미봉책이자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후보지 교체 대안찾기
이와 관련 한인사회와 타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단 노숙자 셸터 위치를 10지구내 다른 부지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LA 시 10지구 관할지역내 시 소유 부지로 노숙자 쉘터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대략 7군데로 압축된다.
▲사우스 LA지역 4023 말톤 애비뉴 ▲라시에네가와 발로나 크릭 인근 주차장 부지 ▲옥스포드 스퀘어 인근 빅토리아 애비뉴와 컨트리클럽 드라이브 코너의 공터 ▲4600 웨스트 워싱턴 블러버드 인근 주차장 ▲웨싱턴 블러버드와 페어팩스 애비뉴 코너 주차장 ▲페어펙스 애비뉴와 베니스 블러버드 인근 부지 등이다.
페어팩스 애비뉴와 베니스 블러버드 교차로 부지의 경우 10지구에서 임시 쉘터 부지로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으나 한인타운 버몬트와 7가 주차장 부지에 이은 추가 장소일 뿐 대안은 될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다.
10지구를 제외한 타 지역구에서 노숙자 임시 쉘터 부지로 검토되고 있는 부지는 9지구의 경우 5800 사우스 피게로아, 13지구 1533 슈래더 블러버드, 5지구 11010 샌타모니카 블러버드, 2지구 11220 벤추라 블러버드와 11471 챈들러 블러버드, 4지구 가드너 도서관 등이라.
차이나타운을 포함한 11지구 엘 푸에블로 파킹랏의 경우 유력 노숙자 쉘터 부지로 추진되고 있으나 역사 보존지를 내세운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
김철수·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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