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앞에서 우리는 작아진다. “와인을 입에 넣는 것은 인간의 역사라는 강물을 한 방울 맛보는 것과 같다” (미국 작가 클리프턴패디먼) 같은 문장을 읽으면 더 작아진다. 살면서 부끄러워지는 순간은 차고 넘친다. 와인을 마시면서까지 그럴 필요 있을까. 와인은 발효된 포도주스일 뿐인데. 비티스 비니페라(제일 흔하게 쓰는 와인주조용 포도 품종)코달리(와인을 마시고 여운이 지속되는 시간 단위) 필록세라(포도나무에 기생하는 해충) 샹브레(와인 온도를 실내에 맞추는 작업)같은 어렵고 실속 없는 용어는 일단 빼 두자.올 가을 와인을‘무심한 듯 시크하게’ 즐기는데 필요한 초보자용 팁을 모았다.
즐겁게 마시려면
Q. 와인을 잔에 따르고 얼마나 돌려야 하나.
A. 와인 잔을 가볍게 돌려 향을 끌어 올리는 것을 스월링(Swirling)이라 한다. 3, 4번이면 된다. 오래, 격하게 돌리는 건 비매너다.
오래된 와인, 최고급 와인은 스월링하면 지칠 수 있다. 잔을 기울여 향을 맡는 것으로 충분하다. 와인 향을 맡을 때 숨을 크게 들이 마시면 후각이 일시적으로 마비될 수 있으니 가볍게.
Q. 눈물을 흘려야 좋은 와인이라는데.
A. 스월링 할 때 와인이 잔 안쪽 표면에 점액처럼 맺혀 천천히 흘러 내리는 것을 와인의 눈물 또는 아치, 다리라 부른다.
마랑고니(Marangoni)라고도 한다. 알코올 도수와 당도, 밀도가 높은 와인일수록 눈물이 천천히 흐른다. 눈물이 흘러야 좋은 와인인 것은 아니다. 기름기가 제대로 씻기지 않은 더러운 잔에 눈물이 많이 맺히기도 한다.
Q. 디캔팅, 꼭 해야 하나.
A. 병에 갇혀 잠든 와인을 깨우는 것이 디캔팅(Decanting)이다. 와인을 디캔터에 옮겨 담으면서 공기 중의 산소와 접촉시켜 맛을 열고 잡내를 날린다. 코르크 찌꺼기와 침전물도 거른다(침전물은 인체에 무해하다). 화이트 와인, 오래된 와인, 샴페인, 가벼운 레드 와인은 디캔팅하지 않는다.
매우 어리고 강한 풀보디 와인은 마시기 3시간 전에 디캔팅 한다. 어린 와인은 목이 넓은 디캔터를, 오래된 와인은 목이 좁은 디캔터를 쓴다.
Q. 와인이 제일 맛있는 온도는.
A. 온도가 높을수록 향은 풍부해지고, 산도와 타닌은 감소한다. 스파클링 와인은 6~8도, 화이트 와인은 8~13도, 레드 와인은 14~18도가 좋다. 20도가 넘으면 어떤 와인도 맛 없다. 와인을 잔에 따르고 15분이 지나면 평균 4도가 올라간다. 와인을 빨리 차갑게 하려면 큰 통에 찬물과 얼음, 소금 한 움큼을 넣고 와인 병을 넣어 두자.
Q. ‘레드와인엔 고기, 화이트와인엔 생선’은 진리인가.
A.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 기름진 소스를 곁들인 고기와 화이트 와인, 생선과 가벼운 레드와인 조합은 꽤 괜찮다. 타닌이 강한 레드 와인과 해산물, 달지 않은 화이트 와인과 디저트, 달콤한 와인과 요리는 피하자. 와인은 식초와 상극이다. 맵고 짠 한식과 조합도 어렵다.
Q. 와인과 치즈의 궁합은.
A. 소프트 치즈는 화이트·스파클링 와인, 하드 치즈는 레드 와인, 향이 센 치즈는 달콤한 와인, 짭잘한 치즈는 신맛 와인과 어울린다. 화이트 와인은 향이 강한 종류를 제외한 모든 치즈에 무난하게 맞는다.
맛있게 보관하려면
Q. 와인을 오래 묵힐수록 맛이 좋아지나.
A. 시중 와인의 90% 이상은 1년 안에 마시는 게 좋다. 5년 이상 숙성시켜야 제 맛이 나는 와인은 극소수다.
나머지는 숙성되면서 맛과 향이 떨어진다. 가벼운 화이트 와인은 포도 수확 후 1, 2년, 가벼운 레드 와인은 2, 3년, 무거운 화이트 와인은 3~5년, 무거운 레드 와인은 3~7년 안에 최상의 맛을 낸다.
Q. 와인을 잘 보관하려면.
A. 어두운 곳에 병을 눕혀 두자. 특히 코르크마개 와인은 세워 두면 코르크가 마르면서 산화된다.
몇 년 보관할 거라면 섭씨 6~18도, 수십 년이라면 11~14도를 유지해야 한다. 와인이 자꾸 출렁거리면 향이 변하니 세탁기 근처는 피하자.
Q. 와인 셀러, 사야 하나.
A. 그다지 비싸지 않은 와인을 가끔 즐기는 정도라면 필요 없다. 셀러를 사면 와인을 자꾸 쟁이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Q. 마시다 남은 와인은 어떻게 보관하나.
A. 코르크로 막아 냉장고에 넣거나 실온에 뒀다 2, 3일 안에 마신다. 대부분 와인은 개봉 후 48시간 정도는 풍미가 어느 정도 유지된다. 요리용으로 쓰거나 과일, 꿀, 계피 등을 넣고 끓여 뱅쇼를 만들어도 된다. 와인을 남기지 않는 게 최선이다.
품위있게 마시려면
Q. 와인을 여러 병 마실 때 순서는.
A.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필름이 끊기고 혀가 무뎌지기 전에’ 좋은 와인을 마시면 후회할 일이 없다.
Q. 따라주는 와인을 두 손으로 받아야 하나.
A. 잔을 들면 와인을 따르는 사람이 병을 더 높이 들어야 해 힘들다. 굳이 예의를 차리고 싶다면 한쪽 손 끝을 잔 받침에 살짝 올려 둔다.
Q. 잔의 어디를 잡고 마셔야 하나.
A. 편한 곳. 와인을 내내 들고 있어야 하는 스탠딩 파티가 아니라면, 체온 때문에 와인이 맛 없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Q. 와인을 따라 줄 때 적당한 양은.
A. 잔의 3분의 1까지만 채워야 와인이 숨을 쉬며 향을 충분히 발산한다.
Q. 첨잔해도 되나.
A. ‘조상님 술잔이나 첨잔하는 것’이라는 말이 와인엔 적용되지 않는다. 와인을 잔에 소량 남겨 두거나, 더 따라주려 할 때 손가락을 잔에 살짝 대는 건 그만 마시겠다는 신호다.
Q.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와인을 진짜 물러도 되나.
A. 상한 와인만. 맛 없다고 무를 순 없다.
Q. 옷에 레드 와인을 흘렸다면.
A. 냅킨으로 바로 빨아들이고 화이트 와인을 적시면 어느 정도 지워진다.
똑똑하게 고르려면
Q. 비쌀수록 맛있나.
A. 당연히 그렇진 않다. 2008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과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연구에서 가격표만 다르게 붙인 같은 와인을 사람들에게 마시게 하면서 뇌를 촬영했다. 모두 비싼 와인이 맛있다고 답했다. 가격과 쾌락은 그렇게 미묘한 관계다.
Q. 천연 코르크 대신 돌려 따는 스크루캡이나 합성 코르크를 쓴 와인은 싸구려인가.
A. 5년 이상 숙성해 마실 와인이 아니면 천연 코르크는 필수가 아니다. 보관 환경이 나쁘면 스크루캡이 나을 수 있다. 불량 코르크 때문에 와인이 상하기도 한다(코르키드 와인·부쇼네라 부른다). 미국·호주·뉴질랜드에선 고급와인에도 스크루캡을 쓰는 추세다.
Q. 와인 라벨 읽을 때 주의할 점은.
A. ‘Grand vin de Bordeaus(훌륭한보르도 와인‘)’Vieilli en futs de chene(오크통에서 숙성)’같은 무의미한 수식어에 속지 말자. 라벨이 직사광선에 바랬거나 와인에 물들었다면 상한 와인일 가능성이 크다.
얘깃거리가 필요할 때, 와인‘ 알뜰신잡’
▲와인 한 병의 평균 86%는 물이고, 포도알600~800개가 들어 있다.
▲와인엔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없다.
▲인류가 와인을 언제부터 마셨는지는 불명확하다. 와인 주조용 포도나무를 재배한 건 최소 8,000년 전이다.
▲와인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건 기원전1,700년경 작성된 함무라비 법전이다‘. 와인에 물을 섞지 말라‘’ 술주정하는 자에게 와인을 팔지 말라’는 조항이 있다.
▲포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이다.
▲와인에 아황산염이 들어 있다고 라벨에 표기하는 건 천식 있는 사람에게 문제될 수 있어서다.
▲적포도 껍질을 벗기면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와인 색은 포도 껍질에서 나온다.
프랑스 샹파뉴, 캘리포니아 진판델은 적도포로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샤토 마고와인을 사랑해 손녀 이름을 마고 헤밍웨이로 지었다.
도움말= 이기태 한국국제소믈리에 협회이사, 이준행 웨스틴조선 소믈리에
참고= 와인 바이블(케빈 즈랠리 지음 ·한스미디어), 와인 상식사전(이기태 지음 ·길벗), 와인은 어렵지 않아(오펠리 네만 지음·그린쿡)
<최문선 기자>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미남서부지회(회장 박굉정)와 한국 예비역기독군인회 미남서부지회(회장 김현석 목사)는 한미재향군인회(이사장 윤피터), 미재향…
어바인 세종학당은 여름을 맞이해서 2가지 특별 무료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고 세종학당 재단이 주관하는 ‘세종 문화 아카데…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에 있는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관(9876 Garden Grove.,)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11시까지 일반인과 시니어를…
오렌지 아카데미’는 7월 19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6시까지 5주동안 플래센티아에 있는 오렌지 중앙 교회(102 S. Brad…
가든그로브 시와 가든그로브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은 매주 목요일 저녁 6시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이스트게이트 공원(12001 St. Mark …
LA 한국문화원(원장 이해돈)은 ‘2025 K-팝 아카데미’를 7월28일(월)부터 8월15일(금)까지 미 3개 도시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LA…
상담, 코칭, 의학, 영성을 통합한 독자적인 교육 철학을 지닌 GIFT 전인 코칭 전문학교가 지난달 28일‘관계 회복과 소통’을 주제로 한 특…
LA 한국교육원(원장 강전훈)은 지난달 20일부터 7월2일까지 3회에 걸쳐 한인 성인을 대상으로 한‘해질녘 인문학 특강’을 진행했다. 이번 특…
KFAM(한인가정상담소·소장 캐서린 염)은 지난달 16일부터 27일까지 한인 종교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 40시간 전문가 교육과정’을…
민족학교 청소년 풍물교실 중·고교생 대상 14일부터이민자 정치력 향상과 청년 리더 양성 등 활동을 하고 있는 민족학교(KRC)가 중·고교생을 …
뉴욕한인회(회장 이명석) 주최, 뉴욕한국일보 주관으로 오는 10월4일 맨하탄 한복판에서 열리는 ‘2025 코리안 퍼레이드 및 페스티발’ 조직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보와 함께 새롭게 추진되는 이민 정책들로 인해, 최근 한인사회에서 시민권 신청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제 80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 준비위원회 모임이 지난 1일 오후 1시 30분에 샌프란시스코 시청…
![]() | ||
|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베스트 이런거 자주 찾아봣는데 조각조각 정보모으느라 힘들었는데 ㅠㅠ 이렇게 모아보니까 좋네여 ㅋ. ㅋ
대부분의 시중와인은 1년 이내에 마셔야한다니 좋은정보네요! 유명한 와인 리스트와 저가 와인 중 추천해줄만한 와인이 궁금합니다~~ 디저트 와인도 좋구요!!
와!! 이런 정보 너무 좋으네요~ 정말 와인 알쓸신잡!!ㅎㅎㅎㅎㅎ 저는 와인 종류에 대해 궁금합니다!! 달달한것도 있고, 다양하잖아요~
먹다만 와인은 냉장고에 넣어야하는군요...실온에 두고 벌써 몇달됬는데 ㅠㅠ 오래된건 버려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