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증 등 시달리다 장기 실종상태로 애태워
▶ “내 아들 본 적 있느냐” 스키드로우 뒤지고 다녀
수심 가득한 아버지가 사진 한 장을 들고 홈리스들이 몰려 있는 LA 다운타운 스키드로우 거리를 뒤지고 다닌다. 제법 그럴싸한 모습으로 찍힌 사진을 들고 혹시 이 남자 본적이 없냐고 이리저리 묻고 다닌다. 애타게 노숙자 아들을 찾는 아버지는 바로 허브 웨슨 LA 시의회 의장이고, 사진 속 남자는 노숙자로 살고 있는 그의 50세 아들 더그 웨슨이다.
LA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사람인 허브 웨슨 시의장에게 ‘노숙자’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LA 카운티 수퍼바이저에 출마한 그가 선거 캠페인 동영상을 통해 가족의 비밀을 어렵사리 털어놓았다고 28일 LA타임스가 전했다. 이 동영상은 웨슨 시의장의 아내가 내레이션을 했다.
신문에 따르면 웨슨 시의장의 아들 더그는 20대 초반부터 양극성 장애와 난치성 우울증에 시달렸다. 스스로 약물치료를 시작했고 마약에 빠져들었다. 아주 잠시 안정이 되는 듯하다가 장기간 실종 상태가 되었다. 그런 아들을 찾기 위해 웨슨은 오랜 세월 스키드로우를 뒤지고 다니며 아들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웨슨 시의장은 “처음에 그곳에 갔을 때는 두려웠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다”며 “어느 새 스키드 로우 주민들과 친해졌다. 그들은 아들이 어디에 머무는지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를 만날 수 있도록 귀띔해주기는 했다”고 고백했다. 웨슨에게 아들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은 35%. 그래도 찾아 다녀야 했다. 웨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스키드 로우에는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있고 그들은 스스로를 돌볼 줄 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수십년 동안 웨슨 시의장에게 노숙자 아들이 있다는 사실은 친한 친구와 가족들만 하는 비밀이었다. 그는 이런 일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아들 더그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LA에 노숙자 위기가 심화되면서 웨슨은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노숙자로 전락해 가슴에 못을 박은 채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을 만나게 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숨기는 것이 다는 아님을 깨달았다고 한다.
웨슨에게도 아들이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던 시절이 있었다. 몇 년 전이다. 더그에 대한 가족의 보살핌과 치료가 마침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 웨슨은 “아들의 상태가 호전되어 룸메이트와 함께 작은 아파트 생활을 했다. 여자친구도 있었다. 결혼식, 가족 행사, 아내의 생일파티에 덕이 참석하기 시작했다. 이젠 됐다. 아들이 다시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년 만에 아들 더그는 다시 무너졌다. 7주 정도 얼굴을 보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웨슨은 거리로 사라진 아들을 찾기 위해 다시 스키드로우로 향했다. 수년 간 사진을 들고 ‘이 사람 본 적 있냐’고 묻던 아들을 찾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했다. 다행히 웨슨은 추수감사절을 앞둔 주말, 아들을 딱 한 번 볼 수 있었다. 토요일이었다. 그 다음날 아들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생사를 확인했으니 다시 희망이 생겨났다.
웨슨 시의장은 “가족의 비밀을 영상으로 공개한다는 것은 결심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가족의 결정이기도 했다. 내가 먼저 공개하면 그들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 치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라며 “지금 이 사회는 노숙자 문제에 대해 뭔가 급진적인 처방을 원한다. 우리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가장 위로 올라가 책임을 맡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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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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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선거때문에 이런 기사를 내놓는게 아닌가? 웨슨 이 인간이 그동안 리커면허 남발과 범죄조직과 합작하여 망쳐놓은 사람덜이 한두명인가.. 그래도 신은 있는 모양... 천벌을 받는구나..
바퀴벌래도 집안에 들어오면 3일만에 죽는 땅이라, 바깥에서 날아 다니고,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지역에, 강 하나, 공원 하나도 없고, 뭐가 천사의 땅입니까? 라사장, 메리 크리스마스. 방서방, 전화 한번하게.
미국생활은 페이먼 인생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완전 공감하는 말입니다. 서민 대부분은 무슨 이유가 됐건 몇달 일 못하면 홈리스가 될 수 있습니다. 홈리스를 위한 정책은 우리를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웨슨 시의장의 공개결정도 쉽지 않았을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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