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SK 조기패소” vs SK “기각해달라”…재판부에 의견서 제출
▶ 조사국은 ‘SK 패소 찬성’ 유지…미 정부 개입 가능성도 제기

LG화학 본사가 위치한 여의도 LG 트윈타워(왼쪽)와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위치한 종로구 SK서린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이고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관련 소송에서 LG화학이 요청한 '조기 패소'를 두고 또 정면충돌했다.
최근 두 회사의 소송전이 세계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골칫거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 상황이어서 소송을 맡은 ITC의 고심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23일(한국시간 기준) ITC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Office of Unfair Import Investigations) 등 3대 주체는 재판부 요구에 따라 입장을 재정리한 2차 의견서를 이달 6일과 11일에 각각 제출했다.
LG화학은 의견서에서 "SK이노베이션은 계획적이고 고의적으로 증거를 훼손·은폐했다. 자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SK가 입증해야 하지만 SK는 입증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 거듭 SK이노베이션의 패소를 요청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일부 증거 보존 면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긴 했으나 고의성은 없었고, 소송이 제기된 후에는 전사적으로 증거 보존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LG화학의 요청을 전부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15일 LG화학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시했던 불공정수입조사국은 이번 2차 의견서에서도 "여전히 SK 패소 판결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같은 의견을 유지했다.
조사국은 "SK이노베이션의 증거 훼손은 여타 다른 사례와 비교해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한다"며 "ITC의 포렌식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데에도 악의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ITC는 10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한 중요 정보를 담고 있을 만한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LG화학의 요청을 받아들여 포렌식 조사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후 LG화학은 11월 초 SK가 조직적·고의적으로 소송 전·후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하고 포렌식 명령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재판을 SK 패소로 끝내달라는 요청(Default Judgment)을 했다.
OUII는 LG화학 의견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SK이노베이션은 반박 의견서를 11월 중순에 차례로 제출했다.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자 재판부가 주요 쟁점을 다시 정리해서 의견을 내라고 했고, 이에 따른 2차 의견서에서도 각 주체 모두 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 '왜 세계 자동차 산업이 한국의 한 분쟁을 우려하나' 제하의 기사에서 "ITC의 조사국은 LG화학 편을 드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공장을 늘리고 싶어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SK이노베이션에 관대한 결론이 나길 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이 경우 북미 지역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차질이 생겨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고, 미국이 자국 내 배터리 생산 공장을 더 늘리고 싶어한다는 점을 WSJ은 지적했다.
WSJ은 그러면서 "이 건은 결국 거부권을 가진 미 무역대표부(USTR) 선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ITC 소송에서 LG화학이 승소하더라도 미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 소송이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 업계, 각국 정부에게까지 예민한 문제라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재판부의 부담이 한층 커졌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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