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녀린 몸매의 르네 젤웨이거(50)는 얇은 미소에 눈웃음을 쳐가면서 사근사근하게 굴었다.
인터뷰 때도 노래 부르듯 고운 목소리로 자상하고 상세하게 물음에 대답했다.
이러니 정이 안 갈 수가 없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로 나와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를 열창한 소녀배우 출신의 할리웃 황금기 스타로
가수이기도 했던 주디 갈랜드의 마지막 삶의 부분을 다룬 ‘주디’에서 주디 갈랜드로 나온
젤웨이거와의 인터뷰가 토론토 영화제 기간 중인 9월 토론토의 페어몬트 로열요크호텔에서 있었다.
갈랜드는 생애 모두 다섯 번 결혼했는데 두 번째 남편이 명감독 빈센트 미넬리로 둘 사이에 본 딸 라이자 미넬리도 배우요 가수이다.
갈랜드는 40대에 접어들자 인기가 시들면서 술과 약물을 상용하다가 47세로 사망했다.
영화에서 갈랜드의 노래들을 젤웨이거가 직접 부르는데 노래와 함께 영육을 불사르는 연기를 한다.
젤웨이거는 ‘콜드 마운틴’으로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 조연상을 탔다.
젤웨이거는 2020년도 오스카 주연여우상과 골든 글로브 주연여우상(드라마 부문)과 을 탔다.
영화에서 주디는 영화사 사장과 담당 직원으로부터 이미지 유지를 위해 몸매도 가꾸고 먹는 것도
자제하라고 시달림을 받는데 본인도 배우로서 이런 경험이 있는지.
할리웃은 배우의 모습이 대중의 토론 대상이 되는 곳이니 만큼 어느 정도 그런 주문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주디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모두들 그가 ‘오즈의 마법사’에 나왔던 1939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것을 생애 마지막 까지 가지고 갈 것을 바랐다.
마릴린 몬로를 비롯해 과거 영화사들은 배우를 자기들 마음에 맞게 만들어
하나의 상품처럼 팔아먹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 때와 비해 많이 나아진 편이다.
난 생각 외로 그런 주문을 심각하게 받진 않았다.
음악은 당신의 삶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가.
난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무언가를 대변하는 곡들을 여럿 수집하기도 했다.
영화를 찍을 때 보통 내가 고른 레코드를 갖고 간다. 그래서 후에 그 노래를 들으면서 내 과거의 작품을 회상하기도 한다.
또 그 것이 나의 앞으로의 영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돕기도 한다.
특별히 무언가를 돌이켜보게 하는 곡이라도 있는지.
비틀즈가 내겐 매우 중요하다. 또 탐 페티를 사랑한다. 애벳 브라더스의 시와 음악은 무언가를 내게 얘기해주고 있다.
그리고 브루스 웨인라잇의 곡과 가사는 나를 깊이 감동시키는데 그 것은 사람들이 주디 갈랜드의 노래를 들을 때
느끼는 그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지금 말한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가수들의 노래들을 갖고 있다.
당신도 주디와 같이 연기에 대해 강한 정열을 가지고 있는지.
난 대중 앞에서 공연한 주디와 달리 배우로서 소규모의 사람들과 접촉을 하면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그와는 경우가 다소 다르다.
내가 타고난 연기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것은 내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 것은 축복 받은 내 삶의 큰 부분임에 틀림없다. 연기는 감독과 촬영감독 등과 공동으로 하는 작업으로
삶에 무언가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디로 변신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가.
분장사와 의상 담당자들의 공로가 지대하다. 내가 과거에 나온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색다른 경험이었다.
모든 것은 공동 작업에 의해 잘 성사됐다고 말하고 싶다.
노래 리허설 할 때 피아노 반주자와 작곡가가 늘 함께 하면서 항상 역동적인 분위기에서 활동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분위기여서 생기 있게 역을 준비할 수 있었다.
온 얼굴을 뜯어 고친 분장을 다 마치고 주디가 되어 거울을 보고 아주 행복했다.
실제의 나 자신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역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에 달라진 얼굴을 보고 크게 만족했다.
그러나 촬영이 끝나고 분장을 지울 땐 정말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루퍼트(감독 루퍼트 굴드)는 내게 중요한 것은 분장보다 감정이라면서 분장이 그 것을 표현하는데 지장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장이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주디를 이해하는 탐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분장하는데 얼마나 걸렸는가.
때론 더 걸릴 때도 있었지만 보통 2시간 정도였다.
내가 할 수 있는데도 콘택트 렌즈마저 담당자가 와서 끼워줬다.
렌즈를 까워 주는 사람의 손이 마치 운동선수의 그 것처럼 커 겁이 나기도 했다.”
-관객으로 나온 엑스트라 앞에서 노래 부른 경험은 어땠는지.
“1주일 간 200여명의 엑스트라 앞에서 노래 부르는 힘든 작업이었다.
생각할 여유라곤 없었다. 그냥 해야 된다라는 각오로 달려들었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나와 엑스트라들은 친구들이 되어 서로가 주디를 기억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우린 협조자로서 그 장면에 기여했다. 많은 사람들이 주디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
그 장면 촬영은 마치 주디에 대한 애정의 표시와도 같은 것이었다.
주디가 부른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우리의 어린 시절과 관계가 있어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 다 큰 사람들은 그 노래를 들으면
모두 자신들의 꿈이 어찌 되었나하고 궁금해 할 것이다.
소녀 도로시가 부른 그 노래는 아직 개척하지 못한 당신의 미래에 관한 것이요 동경과 기대의 아름다움에 관한 얘기다.
역경을 거친 주디 갈랜드의 희망과 행복에 대한 기대를 잘 나타내주는 노래라고 본다.
당신은 키나 체구가 작은 주디 보다는 큰 사람인데 그런 주디를 연기하기에 어떤 기술을 발휘했는지.
난 주디가 내적으로 강력한 사람이어서 한 번도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난 그저 주디만이 가진 독특한 연기 언어에 적응하려고 했을 뿐이다.
개인으로서의 주디와 대중이 보는 주디와의 간극에서 고뇌한 그에게 가깝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주디의 음성묘사는 어떻게 했는가.
정말로 어려웠다. 그의 노래를 통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 않아야 될 것을 해 배운 셈이다.
추운 사운드 스테이지에서 계속해 그의 노래 ‘맨 후 갓 어웨이’를 28번이나 부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맹렬한 연습 후 다음 날 그 곡을 녹음했다.
보통 때도 노래를 즐기는가.
내 개들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다. 그들은 매일 내 피아노 곁으로 와 나와 함께 하루에 두 곡씩 노래공부를 한다.
그들은 각기 자기들이 좋아하는 곡들이 있다.
어떤 곡을 치면 싫다는 반응을 보낸다. 그러나 즐거운 일이다.
우린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노래를 부르면서 기쁨에 젖는다.
어떤 노래를 부르는가.
요즘 노래와 옛날 노래들을 함께 배우려고 한다.
내가 부르기를 즐겨하는 것으로선 패티와 루퍼스의 노래이고 또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몇 곡이 있다.
어렸을 때 들은 그 노래들의 가수들은 내게 큰 영감을 준 사람들이다.
얼마 전 50세가 된 소감은.
그저 좋을 뿐이다. 아직 난 아이처럼 느낀다. 이제부터 모든 것이 다 새 것일 뿐이다.
아주 흥분된다. 뭐라고 표현 할 수가 없다.
새로 태어나 삶의 새 장으로 들어가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볼 생각에 스릴을 느낀다.
주디는 47세 때 영화계에 의해 삶이 파괴 됐는데 50세인 당신은 그런 경우를 어떻게 피해 나갈 수 있었는가.
그때와 지금과는 경우가 다르다. 우리 세대는 과거보다 자주권을 강하게 행사하면서 우리의 생애를 뜻대로 진행해 나갈 수가 있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당당히 얘기할 수도 있고 하기 싫으면 거절 할 수도 있다.
주디 땐 그 것이 불가능 했을 것이다. 특히 여배우들의 경우는 더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난 주디와 달리 약물과 가까이 해 본적이 없다.
난 감정적으로 위험한 지경에 처하면 약물이 아니라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의지한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는데 주디는 그러기가 어려웠던 줄로 안다.
주디 갈랜드의 노래를 직접 부르기로 결정된 뒤 어떤 각오를 했는지.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를 전연 몰랐다. 할 각오는 했으나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우리가 어떤 업적을 이루어낼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너무 지나치게 그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서 주디의 노래 스타일을 공부하는 학생이 되어
나를 열고 그의 소리와 몸동작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나쁜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몸을 지나치게 비틀어대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의 노래하는 모습을 연구하기 위해 유튜브를 샅샅이 뒤졌다.
주디의 전기와 자서전과 그의 공연을 기록한 영상 뿐 아니라 그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도 무수히 들었다.
내 노래의 녹음이 모두 끝나고 나니 주디가 몹시 그리웠다.
출처: H 매거진 - 글 : 박흥진<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http://www.weeklyh.com/detail/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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