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
▶ (46) 제주 흑돼지

제주도 축산진흥원에서 사육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550호 제주 흑돼지(濟州 黑돼지) 들이 사람을 보고 호기심을 보인다. 내륙과 떨어진 독립된 환경에서 다른 돼지와 계통(系統)이 잡종화 되지 않고 생존해온 제주 고유의 가축인 제주 흑돼지는 사육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서 고기생산에서는 경쟁력이 없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천연기념물 제550호 제주 흑돼지의 얼굴 표정을 보면 지능이 높은 동물임을 알 수 있다. 입과 코는 가늘고 길며, 귀는 서있고 자그마한 몸집의 특성을 지닌 제주흑돼지는 눈치와 동작이 빠르며, 영특해서 반려동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실내에서 돼지를 반려동물로 키워왔는데, 총명하고 눈치 빠른 소형 제주토종돼지 정도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애완동물로 편안히 살 수 있어 보였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입과 코는 가늘고 길며, 귀는 서있고 자그마한 몸집의 특성을 지닌 제주흑돼지는 눈치와 동작이 빠르며, 영특하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민첩한 제주 흑돼지 새끼들은 애완동물의 구비조건을 갖추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귀여운 새끼돼지들이 따뜻한 열등 밑에 모여 있다. 땀샘이 없는 돼지들은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Photo ⓒ 2021 Hyungwon Kang]

30년 넘게 천연기념물 제550호 제주 흑돼지만 고집스럽게 사육해온 제주시 한경면 제주 늘푸른농원의 김응두씨가 까다로운 행정규제로 돼지들이 즐기는 방사환경을 계속 유지하며 사육하지 못하게 함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감염 전파 우려 때문에 축사 건물 안에서만 키우고 있는 제주 흑돼지들이 방문자 인기척에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흑돼지 농장에는 외부인 출입 금지는 물론, 돼지들이 즐기는 방사 사육을 금하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중성화가 아직 안된 수퇘지의 고환. 수퇘지를 도축하기 최소 한 달반 전에 중성화 하면 냄새도 안 나고 고기맛 또한 좋다고 한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15~18개월 살찌워서 도축한 제주 흑돼지 고기는 감칠맛과 고소함이 다른 돼지고기와는 차별화된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돈내코(豚川口) 원앙폭포. 돼지 돈(豚)자가 들어간 돈내코는 여름에 야생 돼지들이 물을 먹으러 계곡 입구에 모였다는 뜻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제주 섬에는 선사시대 때부터 돼지의 고고학적인 유적이 발견된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인간이 가축화한 동물 중에서 가장 영리한 돼지는 지구상의 포유동물 중 사람 79억 명, 소 14억 마리 다음으로 10억 두가 넘는 개체로서, 지구상에서 큰 존재감이 있으며 인간하고 생활공간을 가까이 나누는 특별한 관계의 동물이다.
우리말에서 돼지를 전라도에서는 돼야지라고 불렀고, 제주에서는 도야지 또는 도새기라고 부르는데, 돼지는 지구상의 9억 마리에 달하는 개와 비교해서도 훈련을 더 잘 받고, 훌륭한 후각과 청각을 가졌으며, 개들은 시력이 색맹인 반면 돼지들은 더 많은 색깔을 볼 수 있고 310도까지 넓게 볼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영특한 동물 중 하나라고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가축화된 돼지와 가까운 멧돼지의 천적인 푸마(mountain lion) 같은 맹수가 인간에 의해서 없어지면서, 미국에서만 900만 마리 이상의 야생 멧돼지가 39개주에서 농작물 피해를 주고 있어 미 농무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에서는 연방 정부 사냥꾼들에게 전국에서 농작물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을 사냥해서 없애도록 하고 있다. 시속 30마일(48킬로) 속도까지 뛸 수 있고 자기보호 본능과 지능이 곁들여진 멧돼지는 사냥하기 가장 어렵고 위험한 동물이라고 필자가 부친과 사냥교육을 받을 때 교관이었던 경찰관으로부터 배웠다.
조선 표범과 한국 호랑이 같은 먹이사슬의 우두머리가 없어진 대한민국에서도 야생 멧돼지로 인한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한반도에서 균형 잡힌 자연을 완성시키려면 우리 산에도 먹이사슬이 완성되어야 할 것이다.
야생에서 가축화된 돼지의 고고학적인 발굴로 확인되는 선사시대 때부터의 제주섬에서의 돼지 사육 역사는, 아라비아·북동아프리카·동남아시아·발칸 등을 포함하는 근동(Near East) 지역에서 1만 년전 첫 야생 멧돼지를 가축화해서 집돼지로 사육했고, 북유럽에서는 6.500여 년 전부터 돼지가 사육되었다는 연대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뛰어난 돼지고기 맛을 자랑하는 제주 흑돼지가 전국적으로 유통되는데, 면밀하게 보면 이는 다양한 세계적인 돼지종과 우리 토종 제주 흑돼지와의 교잡종으로 고기맛과 사육기간의 최적화가 시장경제에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국립축산과학원 기록에 의하면, 1908년 전후로 조선흑돼지와 서양 버크셔종, 요크셔종과의 교잡을 통해서 성장기간의 단축과, 많은 고기를 생산가능한 돼지로 우리 토종돼지가 개량되었다. 일제강점기 때 추가로 외국 돼지종들과 잡종화된 우리 돼지는 지금도 사육기간에 비례해서 고기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종돈개량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 계량돼지의 구성종자는 요크셔(Yorkshire)+듀록(Duroc)+랜드레이스(Landrace)의 삼원교잡종인 ‘YDL’종과, 고기 맛이 뛰어나고 빨리 성숙하며 번식이 왕성한, 비교적 깨끗한 사육환경을 유지하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사육되는 버크셔(Berkshire) 종으로 이루어졌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제주 흑돼지’ 고기는 6개월 사육해서 도축할 때 평균 105kg 나가는 개량 돼지로 우리 천연기념물 제550호 제주 흑돼지(濟州 黑돼지)와 다양한 비율로 교잡한 것이다.
차별나게 고기 맛이 좋지만 성장기간이 15개월에서 18개월 걸려야 성숙하는 토종 제주흑돼지는 야생 멧돼지와 가까운데, 주둥아리가 가늘고 길며, 귀는 서있고 자그마한 몸집의 특성을 지녔으며, 눈치와 동작이 빠르고, 한번 빠져나가면 잡을 수 없을 만큼 날쌔고 민첩하다. 비교적 암퇘지 고기가 더 맛이 있고, 수퇘지를 도축하기 최소 한 달반 전에 중성화 하면 냄새도 안 나고 고기 맛 또한 좋다고 한다. 18개월산 평균 90kg 전후 토종 돼지를 도축하면 정육으로 40kg 정도 나온다고 한다.
1894년 조선을 방문했던 영국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1831-1904)가 쓴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 책에 기록된 우리 토종 흑돼지는 크기가 소형견 잉글리쉬 테리어(English Terrier) 정도로 26파운드(12kg) 미만이었다.
물과 기후가 좋은 제주에서 사육된 돼지고기의 전국적인 인기로, 제주도 축산과에 의하면 제주 260 농가에서 2021년 6월 현재 52만3,450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 농가에서는 전통적으로 농사에서 필요한 거름을 만드는 목적으로 토종 흑돼지 한두 마리를 키우는 전통이 있었는데, 비료가 흔해진 요즘에는 대부분 제주 돼지들은 수백, 수천두씩 대량 사육하는 농장들에서 키우며, 제주도 축산과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에는 90만 마리 (하루 평균 3,500마리) 이상의 제주 돼지가 도축되었다.
내륙과 떨어진 독립된 환경에서 다른 돼지와 계통(系統)이 잡종화 되지 않고 생존해온 제주 고유의 가축인 천연기념물 제550호 제주 흑돼지는 사육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자본주의 경제 환경에서 요구되는 고기생산에서는 경쟁력이 없어 일반 농가보다는 국가기관 중심으로 혈통이 유지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멸종되는 동물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토종 동물 혈통을 국가에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제주도 축산진흥원에서는 300여 마리의 천연기념물 제550호 제주흑돼지를 사육하고 있으며, 매년 농가에 5~6개월된 제주 흑돼지를 분양하는데, 지난 3년간 총 53 농가에 259마리를 분양했다고 한다.
100% 천연기념물 제550호 제주 흑돼지 고기를 맛볼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한 농장은 30년 이상 제주재래돈(豚) 흑돼지만 고집스럽게 사육해온 제주시 한경면 제주 늘푸른농원의 김응두씨가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연리지 가든’이다.
가장 최근에도 축산진흥원으로 부터 제주 흑돼지 20마리를 분양받아 현재 총 1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김응두씨는 “지난 30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에 의하면 제주 흑돼지는 15개월에서 18개월 살을 찌워야 고기 맛이 좋다”고 말한다.
땀샘이 없는 돼지들은 “더위를 물에 들어가서 식히고,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 찰흙탕에 들어가서 뒹굴며, 겨울철에는 북풍이 막아진 햇빛 나는 돌벽 앞 양지에서 낮잠을 즐긴다”며, “그것이 바로 동물복지”라고 김응두씨는 힘주어 말한다.
안타깝게도 요즘에는 지하수 오염 우려로 인한 까다로운 행정규제와 강원도에서 발병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감염 전파 우려 때문에 흑돼지 농장 외부인 출입금지는 물론, 돼지들이 즐기는 방사환경을 계속 유지하며 사육하지 못하게 해서 축사 건물 안에서만 키우고 있다.
필자가 신발까지 소독하고 흑돼지 농장을 방문했을 때 멀리서 축사건물 창살 사이로 흑돼지 한 마리가 코를 내밀고 벌렁거리며 주변 환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실내에서 돼지를 반려동물로 키워왔는데, 총명하고 눈치 빠른 소형 제주토종돼지 정도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애완동물로 편안히 살 수 있어 보였다.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우리·문화·역사 Visual History & Culture of Korea 전체 프로젝트 모음은 다음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kang.org/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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