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
▶ (48) 성덕대왕신종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신비스러운 무려 3만7,800파운드(1만8,900kg) 구리를 녹여서 웅장한 소리를 내는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은 불교가 국교였던 신라에서 33대 성덕왕(聖德)의 삼남 경덕왕이 아버지 성덕대왕의 공을 기리고자 만들기 시작해서 실패를 거듭하다 34년 만에 아들 대에 와서야 어렵사리 완성시킨 신라시대 최대 걸작 범종(梵鐘)이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을 매다는 용허리 고리인 종류 또는 용류에는 예전 강철 쇠막대기가 삽입되어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Photo ⓒ 2021 Hyungwon Kang]

성덕대왕신종에는 손잡이 향로를 받쳐 든 천상의 선녀들인 비천상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불교가 국교였던 신라에서 33대 성덕왕(聖德王)의 삼남 경덕왕이 아버지 성덕대왕의 공을 기리고자 만들기 시작해서 실패를 거듭하다 34년 만에 아들 대에 와서야 어렵사리 완성시킨 신라시대 최대 걸작 범종(梵鐘)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은 녹인 철물이 단계적으로 위에서 아래 부분으로 더해 종을 만든 흔적이 보인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성덕대왕신종의 아래 부분이 연꽃무늬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국립경주박물관 야외에 위치한 성덕대왕신종은 높이 3.66m, 입지름 2.27m, 두께 11∼25㎝이며 무게는 18.9톤에 달한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웅장하면서도 끊어질 듯 이어지는 여운의 기묘한 울림. 1250년 전 무려 3만7,800파운드 (1만8,900kg)의 구리를 녹여서 이처럼 장엄한 소리를 내는 종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우리의 종 제작 기술이 종의 주조와 설계뿐 아니라 음향과 진동 등 놀라운 기술력으로 오묘한 천상의 소리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신비스러운 종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은 불교가 국교였던 신라에서 33대 성덕왕(聖德)의 3남 경덕왕이 아버지 ‘성덕대왕’의 공을 기리고자 만들기 시작해 실패를 거듭하다 34년 만에 아들 대에 와서야 어렵사리 완성시킨 신라시대 최대 걸작 범종(梵鐘)이다.
우리 땅에서 1,200여 년 세월 동안 우렁차게 울리다가 작아졌다 반복되는 저음을 울려오면서 아직도 천상의 소리를 내는 성덕대왕신종은 봉덕사종 또는 에밀레종으로 더 잘 알려졌는데, 음악적인 종소리가 천상의 선녀들인 비천상 4명의 천의가 하늘거리고 구름을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모습의 문양으로 종 표면에 입체적인 그림으로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아버지 뒤를 이어 신라의 왕이 되었던 성덕왕의 둘째 아들 제34대 효성왕(孝成王)이 젊은 나이로 재위 5년 만에 죽자 성덕왕의 3남 경덕왕이 형의 뒤를 이어 신라 전제왕권의 전성기를 이룩한 아버지의 공을 기리고자 만든 성덕대왕신종에는 ‘성덕대왕의 덕은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었고 어진 사람을 발탁해 백성들을 편하게 해 태평성대를 열었다’고 칭송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성덕대왕 신종은 여러 가지 독특한 특징을 갖는데, 종의 윗부분에서 용의 머리 모양의 종을 매다는 고리와 타종할 때 파상되는 잡음을 제거하는 음관(음통)으로 대나무 모양의 통이 하나 있다. 신라의 국력을 모으는 상징적인 성덕대왕신종의 디자인에서 이 음관이 세상의 온갖 어려움을 없애고 평안하게 하는 피리 ‘만파식적’을 상징한다고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다.
“세상을 울리는 소리” “천상의 음악” “종소리의 여운이 마치 사람이 심호흡을 하는 것 같다” 등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성덕대왕신종을 771년에 완성시킨 혜공왕(惠恭)은 8세 때 왕이 되었는데, 재위 16년 동안 많은 혼란을 겪었으며 안타깝게도 혜공왕으로 신라 중대왕실(中代王室)이 막을 내렸다.
필자가 1987년 6월 한국 민주화의 현장을 취재할 때, 중학교 1학년 때 전 가족의 미국 이민 이후 한국에서 배우지 못해서 궁금했던 우리 민족의 역사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틈나는 대로 평생교육 프로그램 강의를 경청하며 공부했다.
그 당시 은퇴교수님들의 명강의를 통해서 한국 문화와 주변 국가들 간의 문화적인 차이 등 우리 민족의 정체성(正體性, identity)에 대해서 배웠는데, 명확하게 기억나는 강의 내용 중 하나는 1975년 성덕대왕신종을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위치로 이전했을 때 있었던 에피소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거운 종을 지탱할 수 있는 콘크리트와 강철로 새로 건축한 종각에 성덕대왕신종을 매달려고 3만7,800파운드(1만8,900kg)의 무게를 안전하게 지탱할 수 있게 특별 제작한 강철 쇠 원통(막대기)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가 수학적인 계산에 맞추어서 준비했는데, 막상 종을 매다는 용허리 고리인 종류 또는 용류에는 이 강철 쇠막대기가 삽입이 안 되었다. 용허리의 구멍이 너무 작았고, 에밀레종의 무게에 맞는 강철 쇠막대기는 너무 굵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옛 종각 자리에서 버렸던 녹슨 쇠막대기를 다시 찾아서 새 종각에 종을 매달을 수 있었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가늘게 만든 쇠막대기가 18.9톤의 하중을 받치며 부러지지 않는지가 미스터리로 남았다. 1,200여 년 전의 철기 다루는 노하우가 오늘날까지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문화적 손실이다.
쇠붙이는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차가운 온도에는 더욱이 위험해 영하 온도에서는 강철도 쉽게 깨진다. 겨울에 타종시에는 종에게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1,250년 동안 바깥 기후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지금도 손색없이 타종이 가능한 신라 범종 성덕대왕신종은 2003년 마지막 타종 이후로 보호 차원에서 쉬고 있다. 조사 차원에서 2020년 10월에 타종을 해 봤는데, 아름답고 장엄한 종소리를 내는 데는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고 예전 타종 때와 진동수가 거의 일치한다고 한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에 의하면 바깥 온도와 습도 변화에 그동안 노출되어 있어서, 현재 종각에서 아쉬운 점을 보완하는 새 종각의 건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성덕대왕신종은 신라 천년의 과학기술을 반영하는 인류문화 역사속의 으뜸가는 예술품으로 세계적으로 비교를 할 다른 종이 없을 만큼 독창적으로 우수한 보물이다. 하루속히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보호 공간에 소장해서 자손대대로 하나 밖에 없는 성덕대왕신종을 온전하게 물려줘야 하겠다.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우리·문화·역사 Visual History & Culture of Korea 전체 프로젝트 모음은 다음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kang.org/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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