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디추싱 손보기’ 거센 후폭풍
▶ 내년 10월 3연임 앞둔 시진핑, 안보 앞세워 뉴욕행 테크 장악 시도…디디추싱, 개장 전 25% ‘폭락’
중국 정부가 ‘대륙판 우버’ 디디추싱에 대해 사이버 안보 조사를 통한 사실상의 손보기에 들어가면서 자본시장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올해 최대 호황이 예상되는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도 여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안보’를 전면에 내세운 중국 당국의 서릿발 같은 조치에 하반기 최대 17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중국발 뉴욕행 IPO 행렬에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이 중국 본토나 홍콩으로 ‘유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당장 ‘대어’로 꼽히는 중국 자전거 공유 업체 헬로바이크와 메타버스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 운영사 솔게이트는 한창 진행하던 미국 IPO 절차를 돌연 중단했다. 최고조에 달한 미중 갈등이 글로벌 자본 시장에 미칠 파장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시진핑, 빅테크 장악력 강화 포석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 등 자국 기업의 뉴욕행을 막아서면서 미중 갈등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이 뉴욕 증시 입성을 목전에 둔 디디추싱 측에 ‘상장을 연기하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디디추싱이 당국의 경고를 흘려듣자 여봐란듯이 안보 조사 대상에 올렸고 최악의 경우 시장 퇴출까지 염두에 둔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자국 기업에 ‘미국행을 당분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을 건드리는 세력은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는 과격한 말로 미국 주도의 반중 드라이브에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는 빅테크도 예외가 아니다. 내년 10월 3연임을 앞두고 있는 시 주석으로서도 중국의 내로라하는 빅테크들이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중국 당국의 간섭과 감독을 피하려는 시도를 눈감아주기 어렵다.
■날벼락 맞은 하반기 170억 달러 IPO
컨설팅 업체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올해 뉴욕 증시 상장을 선택한 중국 기업은 상반기에만 31개, IPO 규모로는 총 88억 2,000만 달러에 달한다. 올해 전체로 보면 2014년 알리바바 상장으로 역대 최대 IPO였던 257억 달러를 훨씬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이번 사태로 총 169억 달러(257억-88억 달러) 규모의 IPO가 발이 묶이거나 상하이·홍콩 증시로 향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이는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저금리 기조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투자 붐으로 뜨거워진 미국 IPO 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중국 ‘빅테크’의 증시 수혈이 사실상 막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레이엄 웹스터 미 스탠퍼드대 중국센터장은 “중국 정부는 정보기술(IT) 기업 서버에 쓰이는 외국산 장비를 통해 데이터가 유출되고 이것이 국가 안보 위해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1차 ‘뉴욕 퇴출’, 2차 ‘홍콩 양다리’와 다른 새 국면
최근 자본 시장을 둘러싼 중국 기업의 움직임은 이전과 다르다. 1차 파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시절에 시작된 뉴욕 상장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였다. 2차 파장은 중국 정부가 자국 IT 공룡에 대한 고강도 ‘길들이기’에 나서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홍콩 증시에 재상장하면서 일종의 ‘양다리’를 걸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번 3차 파동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한 고강도 단속에 나서면서 뉴욕 증시 상장 자체를 규제하는 경향을 띤다. 이는 미중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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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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