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위 르펜 후보와 득표율 17%p 차이 신승
▶ 득표 격차 지난 대선 때 절반으로 좁혀져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 우파 ‘전진하는 공화국’ 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이 친(親)러시아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2017년 대선 승리로 ‘역대 최연소(39세) 대통령’이 된 데 이어 ‘20년 만에 탄생한 재선 대통령’ 타이틀까지 추가했다.
구체제 청산을 뜻하는 ‘데가지즘(dgagisme)’이라는 용어가 ‘정치 사조’로 통하는 프랑스에서 재선은 결코 작은 성취가 아니다. 그러나 좁아진 득표율 격차, 반세기 만에 가장 낮은 투표율 등은 마크롱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앞선 5년보다 더욱 험난할 것을 예고하는 암울한 징조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 개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은 득표율 58.54%, 르펜 후보는 41.46%를 얻었다. 양자 간 득표율 격차는 17.08%로, 5년 전 32.20%보다 크게 줄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겼음에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극우 민족주의가 이렇게 권력 중심부로 가까이 다가간 적이 없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극우 세력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반(反)르펜’ 연대로 결집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울며 겨자 먹기식’ 표가 쏠렸을 뿐, 득표율을 지지율로 치환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투표율도 처참하다. 프랑스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샤를 드골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했던 1969년 대선 투표율 68.9% 이후 53년 만에 가장 낮은 71.99%를 기록했다. 낮은 투표율은 유권자들의 불만과 무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청년 유권자 상당수가 결선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자 3분의 1 이상인 300만 명이 백지 투표와 기표 오류 등 무효표를 행사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보도전문매체 프랑스24는 “두 후보자에 대한 명백한 거부 의사”라고 평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지도자를 불신하는 프랑스 국민 정서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대선 1차 투표 때 3위로 탈락한 극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은 기권표와 무효표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며 엄중히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현실을 직시한 듯 겸손한 당선 소감을 내놨다. 당선이 확실해진 전날 오후 9시 30분 즈음 지지자들이 모인 파리 샹드마르스 광장을 찾아 “여러분이 나의 사상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극우의 사상을 막기 위해 나에게 투표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또 “이제는 한 진영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마크롱 2기 정부’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선거 과정에서 국정 운영 동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31년까지 퇴직 연령을 65세로 늦춰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첫 임기 때 실패한 정책이고, 이번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비판을 샀다.
프랑스 언론은 2018년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노란조끼 시위 때만큼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큰 공약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안정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달 프랑스 물가 상승률은 4.5%로 198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를 잡으려면 우선 에너지 가격부터 끌어내려야 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여의치가 않다.
마크롱 대통령의 첫 시험대는 6월 총선이다. 하원 577석 중 289석을 얻어야 정국 안정을 도모할 수 있지만, 지난 총선 같은 압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10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그 바로미터다. 마크롱 대통령 27.8%, 르펜 후보 23.1%, 멜랑숑 후보 21.9%로, 세 정당이 사실상 삼등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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