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형제들 중심 우파 연합 ‘압도적 승리’
▶ 반이민 정서 자극하고 전 정권 불만 끌어안아…멜로니 “이탈리아가 우리를 선택했다” 자축
이탈리아의 선택은 ‘극우’였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승리하면서, 그 중심에 있는 극우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인 조르자 멜로니(45)가 차기 총리에 오르는 게 사실상 확정됐다.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79년 만에 처음으로 극우 지도자가 집권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유일한 대안 야당으로 이전 정부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반대표를 대거 흡수한 것이 총선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최악의 인플레이션 등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이민자에 대한 적대심을 자극하는 등 자국 우선주의 전략도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표가 막바지에 접어든 26일 오후 3시 기준(한국시간 오후 10시), 우파 연합은 44%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이탈리아 안사 통신 등은 보도했다. 상원(200석)^하원(400석) 모두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수치다.
민주당 중심의 중도좌파 연합은 약 26%를 득표했다. 민주당은 19%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좌우 연합에 속하지 않은 오성운동의 득표율은 15% 수준이다. 멜로니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이탈리아가 우리를 선택했다”며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했다.
우파 연합은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FdI와 동맹, 중도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로 구성돼 있다. 정당별 득표율을 보면, FdI가 26%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동맹과 전진이탈리아가 8%대에서 근소한 차이를 두고 뒤를 이었다.
이로써 우파 연합에서 가장 큰 지분을 확보한 FdI 멜로니 대표가 이탈리아 차기 지도자 등극 수순을 밟게 됐다. 세 정당은 최다 득표를 한 당에서 총리 후보 추천 권한을 갖기로 합의한 상태다.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출구 조사 발표 뒤 이미 멜로니 대표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하며 “우파 연합이 확실한 과반을 차지한 만큼, 적어도 5년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확실히 밀어붙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엔리코 레타 민주당 대표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다음 대표에게 ‘강한 야당’을 주문하며 “민주당은 이탈리아가 유럽의 중심에서 사라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멜로니 대표의 승리는 마리오 드라기 정권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란 평가가 나온다. ‘경제 전문가’로 잔뜩 기대를 받았던 드라기 총리가 에너지 위기, 물가 급등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민심이 급속히 이탈했는데, 유일한 야당이었던 FdI가 전 정부 반대표를 고스란히 끌어안았다는 분석이다.
반이민 정서를 자극한 것도 멜로니 대표의 지지세를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와 마주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선 난민에 대한 적대감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특히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자국 우선주의의 연장선에서 유럽연합(EU) 체제에 대한 불만도 멜로니 대표의 존재감을 키운 요인으로 평가된다.
■ 새 총리 멜로니는 누구
무솔리니 추종 정당서 정치 데뷔
29세 하원 당선, 최연소 장관 기록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독일 시 사지 슈테른) “파시즘의 귀환”(미국 시 사지 애틀랜틱)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총 선에서 승리, 차기 총리직을 거머쥔 극우 여성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 아형제들(FdI)’ 대표에게 따라붙는 수식이다.
그는 ‘강한 이탈리아’라는 기치를 앞 세워 반(反)이민자, 반동성애, 반유럽통 합 등을 설파하며 입지를 다져 온 정치인이다. 영국 BBC방송은 “멜로니의 정치적 행보는 부재한 아버지에게 복수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멜로니는 1992년 열다섯 나이에 무솔 리니 추종자들이 창설한 네오파시스트 정당 ‘이탈리아사회운동(MSI)’ 청년 조 직에 가입하면서 정치에 첫발을 디뎠다. MSI는 1995년 해체돼 민족동맹(AN) 으로 계승됐고, 멜로니는 AN 학생 기구 대표를 맡아 정치 유망주로 떠올랐다. 29세 때인 2006년에는 AN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돼 마침내 중앙 정치에 입성했다. 2008년에는 당시 실비오 베를 루스코니 총리 내각에서 청년부 장관으 로 발탁돼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31 세) 장관 기록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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