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헤란 주요 광장마다 낮부터 인파…경찰, 특수 ‘진압 부대’ 대거 투입
▶ 시위 여파 차량 정체 극심…시위대 “고비 맞아 변화의 목소리 모을 것”

이란 반정부 시위 [로이터=사진제공]
도로에 빼곡히 늘어선 차량은 1시간째 움직이지 않았다.
교차로마다 배치된 경찰 특수부대는 지나는 차들을 면밀히 감시했다.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순간 경적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차량정체로 악명높은 테헤란 시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울리는 경적은 무언가를 말하는듯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이어진 지 4주째를 맞은 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광범위한 시위가 다시 불붙었다.
이날 오후 3시께 테헤란 중심 도로인 발리아스르 거리와 샤리아티 거리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두 도로가 북부에서 만나는 타즈리시 광장에서는 이날 대규모 집회가 예정됐다.
경찰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광장 진입로를 폐쇄했다.
광장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배치된 경찰은 검은색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하고 원형 방패와 진압봉을 들고 있었다.
시위 장소에서 사진·영상 촬영은 매우 위험하다. 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는 이란 내 시위를 취재하다가 체포된 언론인이 최소 28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발리아스르 거리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마흐야(43)씨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경찰이 배치되고 검문이 수시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누가 물건을 사려고 나오겠느냐"며 "요즘 이곳은 항상 긴장감이 흐른다"고 전했다.
지난달 17일 시작한 반정부 시위는 보통 저녁에 시작해 이튿날 새벽에 마무리됐지만 이날 테헤란 곳곳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인파가 모이기 시작했다. 통상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중부 아자디 광장은 물론, 그랜드 바자르, 서부 카라즈, 북부 타즈리시, 파크웨이 등지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된 영상을 보면, 시위대는 "눈먼 지도부에 죽음을", "여성의 삶에 자유를", "이 정권은 우리의 수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손뼉을 쳤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아이딘(32·가명)씨는 "오늘은 그동안 이어온 시위의 중요한 고비가 되는 날로, 한 번 더 이란의 변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낮부터 저녁까지 집회를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위는 지난달 17일 촉발된 뒤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아미니의 고향인 서부 도시 사케즈를 비롯해 타브리즈, 우르미야 등 쿠르드계 이란인이 사는 지역에서는 경찰과 충돌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지난 4일 기준 최소 133명이 시위와 연관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강경 진압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는 잦아드는 분위기였다.
당국은 지난 4∼7일 시위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한때 인터넷 접속 규제를 일부 완화하기도 했다.
시위는 향후 지속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국면을 맞았다.
이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테헤란 중심 도로인 발리아스르 거리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고 거리를 걷는 여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시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인 방법으로 항의의 뜻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현지 주민은 전했다.
집 안에서 창문 밖으로 소리치는 방법으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는 매일 밤 계속됐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전국 주요 대학 학생들은 시위의 새로운 주축이 됐다.
이란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테헤란대와 샤리프 공과대에서는 학생과 경찰의 충돌이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시위의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이란 최초의 여대인 알자흐라대를 찾아 "적들이 대학에 침투해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지만, 우리의 깨어있는 학생과 교수진은 적들의 꿈을 실현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테헤란 중부 도심에서는 공포탄이나 최루탄 발사 소리로 들리는 폭발음이 여러 차례 울렸다.
택시 운전기사 베흐루즈(50)씨는 "이 정도 시위는 이란에서 여태껏 없었다"면서 "어찌 됐든 시위하는 학생들과 경찰까지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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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탁" 치니까. "억"하고 죽어버리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