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려는 지금부터 2천500여년전 초나라에서 태어났다. 초나라가 오나라 때문에 거의 망하게 되자 그는 오나라의 원수 월나라 왕 구천 밑으로 들어간다. 그 후 오나라 왕 합려가 공격해 오자 범려는 자살 특공대를 조직해 합려에게 상처를 입히며 이로 인해 합려는 죽게 된다.
왕위를 이어받은 합려의 아들 부차는 오자서의 도움으로 월나라를 정복하고 구천을 사로 잡는다. 오자서는 구천을 죽일 것을 촉구하지만 구천의 간계에 넘어간 부차는 그를 살려준다. 고국에 돌아간 구천은 범려와 문종 등 충신의 도움으로 국력을 키우고 부차와 오자서를 이간질해 오자서를 죽게 만든다. 그후 구천은 오나라를 물리치고 부차를 잡아 자살하게 한다. 구천은 곰의 쓸개를 핥으며 복수의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싸움이 끝난 후 의기양양한 구천을 보고 범려는 동지였던 문종에게 “새 사냥이 끝나면 활이 필요없고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는 삶긴다”며 월왕은 고난은 같이 할 수 있어도 영광은 같이 할 수 없는 상이라며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권하나 문종은 듣지 않는다.
끝까지 권좌를 탐하던 문종은 결국 반역 혐의가 씌워진채 자살을 강요당한다. 월을 떠나 제나라에 숨어 살던 범려는 제나라에서도 재상 자리를 권유받지만 이를 거부하고 스스로를 ‘도주공’이라 부르며 몸을 피했다. 말년에는 장사로 돈을 벌어 평화롭게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권력자를 도와 대업을 이루고도 말년이 비참해지는 경우는 중국 역사에서 이후에도 여러 번 되풀이 된다. 기원전 3세기 한신은 한나라의 대장군으로 유방을 도와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한나라가 천하를 제패하는데 누구보다 큰 공을 세운다. 젊었을 때는 깡패의 가랭이 밑을 기는 수모를 참으며 때를 기다릴 줄 알았지만 나중에 권력의 맛을 본 후에는 분수를 모르고 황제와 맞먹으려다 참수당하고 삼족이 멸족되는 비극을 맞는다.
그 후 다시 2천년 세월이 지나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승리해 천하를 거머쥔다. 이 때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임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37년 산서성에서 115 사단을 이끌고 일본군 5사단을 매복해 궤멸시켰는데 이는 중일전쟁 후 계속 지기만 하던 중국군의 첫번째 승리였다. 이후 동북 인민해방군 총사령관을 맡아 1948년 국민당군을 물리치고 승리를 잡는데 결정타를 날린다.
1959년 군부에서 유일한 라이벌이던 팽덕회가 실각하고 문화 대혁명이 시작되면서 그는 사실상 모택동의 유일한 후게자로 지목된다. 그러나 그의 세력이 커지자 모택동의 의심을 사게 되며 이에 맞서 선제 공격을 모의하다 발각되며 도주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다.
세상에 어려운 일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힘든 것이 제2인자의 자리다. 거기까지 올라가기도 쉽지 않지만 일단 그 자리에 서면 사방의 견제를 받는다. 그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1인자의 견제다. 재물은 많으면 나눠줄 수 있지만 권력은 나눌 수 없다. 왕정이건 민주정이건 최종 결정을 하는 사람은 하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제1인자의 자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가에 관해 잘 말해주는 것이 ‘다모클레스의 검’이라는 우화다. 전설에 따르면 시칠리아의 왕 디오니시우스의 궁전을 방문한 다모클레스는 온갖 사치와 쾌락 속에 절대 권력을 누리고 있는 왕은 얼마나 행복하겠느냐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왕은 자신과 자리를 한 번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자 다모클레스는 기쁘게 이를 수락한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머리 위를 바라보자 말총 털 한 자락에 매달린 칼이 그의 목을 겨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겁을 한 다모클레스가 제발 이 자리를 떠나게 해달라고 빌며 도망쳤다는 것이다. 왕좌가 권력을 원하는 무리로부터 얼마나 위협을 받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도널드와 한 때 그의 절친이자 제2인자였던 머스크간의 파열음이 요란하다. 도널드가 집권 최대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대해 머스크가 부채를 늘린다는 이유로 “끔찍하다”고 비판하자 도널드는 머스크를 “미쳤다”고 불렀다. 그러자 머스크는 도널드가 “은혜를 모른다”며 탄핵 찬성 의사까지 밝혔다.
이 둘의 불화를 촉발한 것은 도널드가 머스크의 절친 자렛 아이작먼을 NASA 국장으로 임명했다 머스크가 퇴임하자마자 갈아치운 일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근본적 원인은 선거의 1등공신인 자신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는 머스크의 불만 때문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도널드 집권 기간은 이제 3년반 남았고 자신은 40년 세월이 있다며 맞서려 하지만 그 3년반 동안 도널드는 머스크를 얼마든지 괴롭힐 수 있다. 머스크는 범려와 한신과 임표의 고사를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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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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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 대고 코를 풀 수있는 절호의 챤스.
내가 보기에는 마지막 승자는 일론 머스크 일것 같다. 트럼프가 지금 권력을 휘두루며 머스크를 괴롭힐수 있지만 그렇게 할수 있는게 고작 3년이다. 반면 머스크는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것은 그의 정보력과 X (구 twitter) 를 통햔 언론의 힘이다. 테슬라 운전자로부터 매일같이 빨아들이는 data 와 수천만명이 가입된 X 에서 오가는 문자 메세지에서 들어오는 정보들... 머스크의 이 저력은 트럼프의 임기 3년보다 길다. 정권 싸움은 100 미터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미련한 것들이 지만 잘 낫고 잘하고 똑똑해 무엇이든 누구든 자기를 위할거라 영원할거라 쌩각으로 결국엔 너도 나도 모두가 어려움을격는 꼴이 될 걸로 난 짐작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