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나마 파병때 총상 PTSD 시달리다 마약소지 전과 뉴욕서 체포´자진 추방´
▶ 〃트럼프 반이민 광풍 희생자〃여론에 ICE ·국토안보부 논평 안해

미 육군으로 복무 당시 박세준씨.
미 육군으로 복무하면서 퍼플하트 훈장까지 받은 한인 1.5세 참전군인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추방 지시를 받아 결국 자진 출국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공영라디오 NPR 보도 등에 따르면 하와이에 살던 한인 영주권자 박세준(55 Sae Joon Park)씨가 23일 오전 한국으로 자진 출국했다. 미 육군으로 복무하며 전투에 참여해 명예로운 훈장까지 받았던 박씨는 트럼프 행정부의 추방 종용으로 인해 50년 넘게 고국으로 여겼던 미국 땅을 떠나야 했다.
7세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박씨는 어머니와 함께 마이애미를 거쳐 LA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한국군 대령이었던 삼촌을 존경했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군에 입대했다. 당시 20세였던 박씨는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파나마로 파병됐고, 1989년 미군의 ‘정당한 명분 작전’(Just Cause)에 투입됐다가 등쪽에 총격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미국으로 귀국한 박씨는 명예 제대하고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전투의 상흔은 박씨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심하게 앓는 이유가 됐다. 수면 장애와 극심한 불안 등 증상이 악화되면서 그는 약물에 의존하게 했다.
이로 인해 20~30대 내내 코카인 중독에 시달렸던 박씨는 어느날 밤 뉴욕에서 마약상과 만났을 때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박씨는 법원 심리에 불참했고, 결국 규제 마약소지 혐의 및 보석 조건 혐의로 기소됐다.
미군으로 복무했던 박씨는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박씨는 “시민권 취득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군 입대 군인의 경우 최소 1년 이상 복무하거나 전시 상황에서 명예 제대한 경우 시민권 신속 부여 제도가 있지만, 박씨의 복무 기간은 12개월이 되지 않았고 그가 부상을 입은 파나마 군사 작전은 전시로 분류되지 않은 탓에 시민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씨는 기소되고 결국 징역 3년형을 받게되면서 시민권 취득이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박씨는 감옥에 있으면서 마약에 대한 유혹을 완전히 끊었고, 출소 후 당시 가족이 살고 있던 하와이로 이주해 새 삶을 살았다. 그는 호놀룰루의 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하며 아들과 딸을 키우며 삶의 보람을 느끼며 생활했다.
출소 후 박씨는 추방 명령을 받았지만 매년 이민국 직원에게 확인을 받는 조건으로 미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었다. 이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추방 우선 순위로 분류하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예 조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이민 단속의 칼끝이 박씨를 겨냥했다. 이달 초 ICE는 박씨에게 추적 장치를 부착시키고 몇주 안에 자진 출국하지 않으면 구금 및 강제 추방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박씨는 자신이 고국으로 여기고 가족들이 살고 있는 미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결국 그는 85세 어머니와 자녀들, 친구들과 미국에 남겨두고 눈물을 흘리며 한국으로 떠났다.
박씨는 출국 전 “내가 목숨을 걸고 지켰던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렇게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고, 헤어지게 되는 가족과 친지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법을 어겼지만 죄값을 치렀다. 벌을 받고 징역을 살았는데도 그들이 내게 하는 처우는 지나친 것 같다. 그간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덧붙였다.
박씨의 안타까운 상황을 접한 이들은 “미군으로 복무하며 훈장까지 받았던 참전용사에게 미 시민권을 부여하고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추방하려는 행동을 납득할 수 없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NPR과 하와이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박씨의 상황에 대한 논평 요청에 ICE와 국토안보부 등은 응하지 않고 있다. 박씨를 대리하는 다니콜 라모스 변호사는 “박씨는 모든 면에서 미국인이지만 단지 서류상으로만 그렇지 않다”며 “그는 이 나라를 위해 총을 맞았지만, 현재의 이민 정책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그는 참전용사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부실한 시스템의 희생자”라고 지적했다. 라모스 변호사는 “미군의 38%가 비시민권자이고, 수천 명이 비폭력 범죄로 인해 추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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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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