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영락교회 상조회가 파산 위기라 하여 많은 논란이 오가고 있다. 가까운 지인 한분도 이 교회 은퇴권사로서 10년 넘게 상조회 회비를 꼬박꼬박 납부해왔는데 1만 달러가 넘는 돈을 하루아침에 날리게 됐다고 망연자실해있다.
영락상조회는 그동안 한인사회에서 운영돼온 많은 상조회들이 부도와 파산으로 사라져간 와중에도 가장 건실하다는 평판을 지켜온 마지막 단체였으나 결국 운영의 구조적 취약성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상조회는 한인커뮤니티에만 존재하는 유사보험 형태의 사금융조합으로, 계모임처럼 현찰거래에다 세금이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사회에서 이런 단체들이 성행했던 이유는 비싼 장례비용을 미리 준비하여 자녀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상조회가 사망자 유족에게 1만5,000달러를 지급해왔는데, 이것이 최소한의 비용일 만큼 장례비는 많은 사람에게 큰 부담이다.
우선 묘지를 구입해야하고 나무관과 겉관, 비석도 필요하며, 장의사와 장례서비스(방부처리부터 운구행렬, 하관식까지)외에도 식장 사용료, 목사와 연주자(피아노, 성가) 사례비, 조객들 식사대접, 꽃, 신문부고 광고비 등등 하여 생각지도 못한 돈이 술술 들어가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묘지 값이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로즈힐스와 포리스트론의 묘지가격은 최저 4,000달러부터 프라이빗 부지는 수십만 달러까지 치솟는다. 관도 결코 싸지 않아서 나무, 금속, 청동 등 재료에 따라 1,000달러에서 1만 달러가 넘기도 한다.
화장할 경우 납골당도 만만치 않다. 12층 납골당의 경우 1기당 4,000~6만 달러를 호가하는데 1층과 12층이 가장 싸고, 눈높이나 가슴높이 층, 거기에서도 정 가운데가 가장 비싸다고 한다.
인생은 살아서도 공평하지 않지만 죽어서도 계급차가 심하다. 누구나 가는 길인데 죽어서 누울 땅 한 평, 유골 넣어둘 작은 칸 하나 차지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편히 눈을 감겠나. 요즘 세계 여러나라에서 친환경장례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배경에는 이 같은 매장 장례의 비용과 절차의 번거로움, 환경오염 우려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화장이 매장에 비해 돈이 적게 들고 환경친화적 대안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모았다. 관이 필요 없고, 묘지가 없어도 되며, 염(방부처리)을 위한 화학물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장이 오히려 환경오염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이용자가 서서히 줄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화장은 과도한 탄소를 배출하고, 시신에서 나온 중금속과 수은(치과재료) 등 독성물질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며, 유골 분골을 바다에 뿌릴 경우 해양오염의 우려까지 있어 매장만큼이나 환경에 좋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진짜 자연을 해치지 않는 친환경장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자연장례는 ‘그린 베리얼’(green burial)이다. 방부처리하지 않은 시신에 자연섬유 수의를 입히고 나무관에 넣어 매장함으로써 가능한 한 빨리 자연적으로 분해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라는 성경 창세기의 말씀에 가장 충실한 매장법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그린장례는 현재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 허용하고 있다. 비용이 전통매장의 절반 정도밖에 들지 않는데다, 많은 일반 공원묘지들도 그린매장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멀리 가지 않고 공원묘지에 묻히는 ‘하이브리드’ 그린장례가 보편적이다. 전국장의사협회 조사에 의하면 현재 그린장례를 선택하겠다는 사람은 10% 미만이지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람이 60%가 넘는다.
두 번째로 많이 이야기되는 자연장례는 ‘시신 퇴비화’(Human Composting) 매장이다. 한마디로 시체를 빨리 썩혀서 흙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특별한 시설에서 호열성 미생물과 박테리아를 사용해 시신의 자연 분해과정을 가속시키면 약 한달 만에 뼈와 치아를 포함한 모든 것이 흙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흙은 가족의 정원이나 화분에 사용할 수도 있고, 지역 토지보존단체에 기증해도 된다. 이 역시 사람이 완전히 흙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고 성경적이다. 비용은 5~6,000달러로 전통매장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수목장, 해양장, 수분해장, 빙장 등이 있다. 수목장은 추모목 아래에 화장한 유골을 묻거나 뿌리는 것이다. 해양장은 화장한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장례로 요즘은 드론을 이용하기도 한다. 수분해장(Aquamation)은 알칼리 가수분해 장례라고도 하는데, 알칼리용액으로 시신을 분해하여 유골만 수습하는 방법이다. 빙장(Promession)은 시신을 급속 동결한 후 분쇄하여 건조시킨 가루를 땅에 묻는 장례로, 유네스코에서 추천하는 방식이다.
삶과 죽음은 자연의 순환일 뿐이지만,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가족과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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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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