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는 12학년이 된 아들이 있다. 12학년이 된 아들은 대학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12학년 아들이 있는 필자에게 지인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미국 대학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세이라는 말이다. 한국에서만 대학입시 경험을 한 필자에게 미국 대학교 입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에세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필자가 생각하기에 에세이는 읽는 사람에 따라 점수를 잘 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너무나 주관적 평가 기준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수능점수 같은 객관적 기준이 합격 여부를 결정해야 공평하지, 입학 사정관의 주관적 기준으로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공평한 평가 방법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이 에세이를 쓰는 과정을 보면서 왜 미국 대학에서 에세이를 합격의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난생 처음 자신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아들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힘들어 하고 있다. 학교에서 신문 기자로 여러 글을 써본 아들이었지만 자신에 대해 에세이를 쓰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래서 필자는 아들을 돕기 위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어? 너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니? 너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나 사건은 무엇이니? 하면서 그동안 아들과 하지 않았던 대화들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도 아들에 대해 좀더 알게 되었고, 아들도 그동안 살아온 삶을 하나씩 하나씩 되짚어 가면서 자신의 인생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아들은 아내와 함께 대화도 해보고, 학교 선생님과도 대화를 하게 되었고,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물어 보게 되었다. 대학 입시를 위해 에세이를 써야 하기에 시작한 일이지만, 주변 사람들과 자신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아들은 보내고 있다.
대학은 성인이라는 새로운 인생의 챕터를 여는 관문이다. 이렇게 성인으로 새로운 인생의 챕터를 열기 전에 내가 무엇을 좋아 하는지, 나는 어떠한 인생을 살아왔는지, 내가 살아갈 인생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한번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과정이 미국 대학 입시 에세이인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대학 입시는 한국 대학 입시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한국에서 고3들은 수능 점수를 따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일을 대학 입학 뒤로 미루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공부하고 싶고, 어떠한 인생을 살고 싶은 지 생각도 안해보고 점수에 따라 대학과 전공을 정하게 된다.
그래서 대학에 가서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른 체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2021년도 통계에 따르면 4학년 대학생 2천여명들을 대상으로 진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6.9%가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대학교 4년을 공부했는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대학생들은 한번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자신의 인생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가져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학을 한국에서 나왔기 때문에 미국 대학 입시를 잘 모른다. 그래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아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에세이를 핑계로 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들이 인생을 돌아보는 일을 돕고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몰랐던 아들에 대해 점차 알아가는 것이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경재 나성북부교회 담임목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