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이 10억 달러가 넘는 대부호가 전 세계에는 2,919명이 있다고 한다. 스위스 은행 UBS가 지난 주 발표한 2025년(4월 기준) 억만장자 보고서의 내용이다. 보통사람이 10억 달러라는 액수를 실감하기는 어렵다. 연봉 10만 달러인 사람이 100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은다고 가정해도 총액은 불과 1,000만 달러(재테크로 불릴 가능성은 접어둔다). 그 너머의 1억 달러, 10억 달러는 상상으로도 가늠하기 어려운 액수이다.
같은 지구상에서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어떤 이들은 하루 1~2 달러로 근근이 살아가고 또 어떤 이들은 억대의 풍요 속에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억만장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돈에 쪼들려 전전긍긍하는 사람에 비해 생활비 걱정 없이 넉넉하게 사는 사람의 행복감이 높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 되었다. 돈으로 어느 정도는 행복을 살 수가 있다는 말이다.
억만장자는 보통사람이 상상할 수도 없는 호화로움 속에서 살 테니 행복감 역시 백배 천배 더 해야 할 텐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들 나름의 고민이 있다. 억만장자 자기들끼리의 시기와 경쟁심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인정, 부의 축적 속도, 혁신, 시장 점유율 등을 둘러싼 질투심이다. 잘 알려진 대표적 라이벌은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핵심 테크놀로지를 누가 더 빨리, 더 혁신적으로 개발해내는지, 누가 1위로 인정받는지, 누구의 명성 누구의 영향력이 더 대단한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시기심 외에도 억만장자들에게는 그들만의 두려움이 있다. 억만장자 지위와 재력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의 성공에 항시 위협을 느낀다고 한다. 학창시절 전교 1등이 혹시라도 1등자리를 빼앗길까 내심 불안해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톨스토이의 작품 중에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어느 농부가 싼 값에 많은 땅을 가질 기회를 맞는다. 해 뜨고 나서부터 하루 종일 걸어서 이동한 구역 내 땅을 차지한다는 계약이다. 단, 해가 지기 전까지 돌아오지 못하면 계약은 무효가 된다.
농부는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쉬지 않고 걷는다. 덕분에 엄청난 땅을 확보하지만 문제가 생긴다. 너무 멀리까지 간 것이다. 해지기 전에 돌아오려고 죽을힘을 다 한 나머지 도착하자마자 쓰러져 죽고 만다.
결국 그가 차지한 땅은 그의 시신이 묻힌 2미터 남짓 길이의 작은 고랑. 걷고 또 걷던 어느 지점에서 “이만하면 충분하다, 돌아가자” 했다면 평생 풍족하게 잘 살았을 터였다. 만족을 모르는 과욕이 화를 불렀는데, 우리 인생이 대부분 그러하다. 억만장자들이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그만큼 가졌으면 차고 넘치는데, 거기서 또 더 앞서 가고, 더 갖고 싶어 속을 끓인다. 그럼에도 행복한지, 얼마나 행복한지는 그들만이 알 일이다.
한인들의 이민생활도 다르지 않다.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진다. 처음 이민 와서는 1,000달러 주고 산 중고차에도 감격하며 행복해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달라진다. 더 좋은 자동차, 더 큰 집을 갖고 싶어진다. 그만큼 열심히 일해서 결국 그것들을 손에 넣지만 그래서 더 행복해졌는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다. 더 많이 가질 욕심에 일만 하다 보니 어느새 너무 늙어 돈 쓸 일도 없어진 경우들이 많이 있다.
행복의 기본은 만족이다. 더 많이 가져서 행복한 게 아니라 가진 것에 감사하며 만족하면 행복해지는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우리 삶을 돌아보자. 어떻게 사는 게 현명할지, 행복할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