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후조정 첫째날 협상 ‘평행선’
▶ CXMT 등 중국산 D램 탑재 추진
▶암참은 “경쟁사에 반사이익” 경고
▶노 ‘영업익 15%’ 고집에 협상 정체
▶경찰 노조 압수수색 긴장감 고조
▶경제부총리 “호황기 기회 잡아야”
▶노동부 장관 등 잇달아 중재 노력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앞두고 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지만 산업계의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12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의 파격적 성과급 요구를 두고 이견을 제대로 좁히지 못하면서다. 애플을 필두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잇달아 우려의 입장을 표명하며 공급망에서 이탈할 가능성마저 시사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과 HP 등 삼성전자의 빅테크 고객사 실무자들이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파업 가능성, 대응 계획 등을 사측에 잇따라 문의했다. 애플과 HP는 아이폰과 PC에 삼성전자의 D램을 쓰고 있는 만큼 파업에 따른 생산 중단이 자사 제품 출시 차질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둘러싼 걱정이 특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 HP 등 PC 제조사들은 최근 메모리 품귀와 맞물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중국산 D램까지 탑재하거나 탑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빅테크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전자 파업 여부를 놓고 미국 재계 상당수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빅테크를 포함해 800여 개 회원사를 둔 국내 최대 외국 경제단체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이날 “삼성전자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공급 병목현상과 가격 변동성 확대, 조달 안정성, 전반적인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질 수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과 경쟁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이 삼성전자 파업으로 피해를 볼 경우 CXMT와 TSMC 같은 중국이나 대만의 메모리·파운드리 업체로 공급사를 옮길 가능성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고객사들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것은 파업이 예고된 21일이 임박했는데도 노사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이날부터 이틀간 정부세종청사에서 재협상 절차인 사후 조정에 돌입했지만 첫날 제대로 입장 조율을 하지 못한 채 회의를 종료했다. 중노위가 둘째날인 12일 회의를 재개하고 중재안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양측 동의를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노조의 입장이 강경하다. 대표 협상권을 갖고 있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의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사후조정 회의장에 들어서며 “영업이익 15%의 성과급 지급 및 상한 폐지, 제도화를 계속 말하고 있다”며 “회사가 이에 대해 입장이 없으면 오늘이라도 조정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앞서 임금 단체 협상에서 올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책정하고 임금 인상률 6.2%, 최대 5억 원의 저리 주택 대출을 포함한 복지 혜택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최근 노조가 임직원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해 노조 가입 여부를 조사한 이른바 ‘노조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두고 8일 경찰의 압수수색까지 이뤄지며 긴장감은 한층 높아진 상태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상 접속 기록이 남은 IP 4건을 확보하고 사용자들을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40조 원 줄어들고 협력 업체들도 연쇄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 인사들도 잇달아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사후 조정과 관련해 “삼성전자 노사가 기술로 세계 일류 기업을 일궜듯이 노사 관계에도 새로운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또 하나의 가족, 삼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사 모두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조정에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반도체 칩을 못 구해 전 세계가 한국에 와서 어떻게 해서든 칩을 구하려고 하는 중요한 시기에 노사 불협화음이 나서 스스로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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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ㆍ송주희ㆍ신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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