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개수대를 기어 오른다제 살 곳에 살지 못하는 것이 저 달팽이 뿐이랴만언제 이 사막을 건널 것인가연유를 묻지 않아도 여기, 지금 이곳응, 나야 하고 말 걸어 볼 사람 하나 …
[2019-02-19]담쟁이 덩굴을 타고 부스럭거리며 매끄럽게 찾아와돌아온 죽은 자의 목소리처럼 떠나는;또 다시, 저 지나간 달콤함을 내 귀에 쏟아넣고빛없는 층계로 이끌어가는거미줄 축축한 뿌리의 지하…
[2019-02-14]아직 이름이 없고 증상도 없는어떤 생각에 빠져 있을 땐 멈춰 있다가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시 생동하는 세계와 같은 단지 조금 이상한 병처럼단지 조금 이상한 잠처럼 마음속에서 발생하…
[2019-02-12]아직 밖은 어두운 새벽녘커피를 들고 창가에 선다신문을 돌리는 한 소년과 그의 친구가 길을 올라오는 것을 바라보며늘 그렇듯이, 생각에 잠기면서모자를 쓰고 스웨터를 입었다한 소년은 …
[2019-02-07]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힘들 때 왜 날 낳았냐고 원망해서 미안해엄마 새끼보다 내 새끼가 더 예쁘다고 말해서 미안해언제나 외롭게 해서 미안해늘 나 힘든 것만 말해서…
[2019-02-05]너를 위해 밤새 노래를 불렀지만 너는 아무 관심도 없었지. 너도 너무 슬펐지, 작은 새야. ‘그 누구도 세상으로 다시 불러올 수 없지만, 아마 여기 오래 데리고 있을 수는 있을거…
[2019-01-31]겨울이 오면 나는 바람이 될 거야 더는 못 참는 침묵에서 더는 못 감출 이름을 마음껏 소리쳐 불러보는 목소리가 밤낮 주야 가리지 않고 천지사방 거침없이 목놓아 외쳐대는 북풍의 목…
[2019-01-29]배고픈 한 마리의 늑대가 밤을 물어뜯는다고결(高潔)은 그런 극한에서 온다야성을 숨기기엔 밤의 살이 너무 질기다그러니 모든 혁명은 내 안에 있는 거다누가 나를 길들이려 하는가누가 …
[2019-01-24]누가 이 세상을 만들었지?누가 백조를, 흑곰을?누가 메뚜기를 만들었지?내 말은 바로 이 메뚜기를-풀밭으로부터 날아올라내 손 위에서 설탕을 먹고 있는 바로 이 메뚜기 말야턱을 아래…
[2019-01-22]그들은 〈서정시〉라는 파일 속에 그를 가두었다서정시마저 불온한 것으로 믿으려 했기에파일에는 가령 이런 것들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머리카락 한 줌손톱 몇 조각한쪽 귀퉁이가 해진 손…
[2019-01-17]마흔 살 되던 해 생일 날베란다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난데없이사람 하나와 낙타 하나가 나타났지.둘 다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흐르듯 길을나섰지, 타운을 떠나며 그들은 노…
[2019-01-15]디킨슨은 앵무새가 있었는데세미라미스라 부르며무척 사랑했었다휘트먼은 대식가였으며가장 좋아하는 음식은잡탕 스튜였다프로스트는 긴 산책을 했다엘리엇은 구기놀이 크로케를 했다파운드는 펜싱…
[2019-01-10]자이나교도는 1년에 하루 단식을 한다그간 먹어치운 음식과감정의 거품들다 털어버린다내장에 쌓인 사체의 고통을 지우고누구의 상처를 덧나게 한 적 없는지듣고, 왜곡하진 않았는지입과 귀…
[2019-01-08]할인점에서 고르고 고른새 냄비를 하나 사서 안고 돌아오는 길이었다때마침 폭설 내려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불안한 길마저 다 지워지고한순간 허공에 걸린 아파트만을 보며 걸어가고 있…
[2019-01-03]아주 오래전 시원에사람과 동물이 함께 지구에 살았을 때, 그때는사람은 짐승이 될 수 있었고짐승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네때로 사람은 사람이기도 했고 짐승이기도 했으니그 둘이 별 다…
[2018-12-27]나무가 겨우내 읽을거리를 구하고 있다 바람을 읽고 지나가는 행인을 읽는다 우듬지를 통과한 문장은 시베리아 고기압처럼 차갑다 허기진 문장들 물관이 봄까지 읽는다 읽을 것이 없다면 …
[2018-12-25]밤새, 눈, 새벽엔, 얼음비가 내렸고 아침이 되자온 도시가 고음의 유약을 바른 듯, 반짝거린다말끔하게 닦인 빛남, 모든 것이부드럽게 섞인,끝없이 흩날리던 눈발로 인해 차창까지 파…
[2018-12-20]개 돼지들의 세상 시인 다섯 마리 망원 시장통에모여 앉아 3900원짜리 닭곰탕 먹는다.명동 어딘가에 있는 유명짜한 곰탕집은 보통이 12000원특이 15000원 그 위에 존귀하신 …
[2018-12-18]부자들은 다르다 우리가 문손잡이를 다는 곳에 나 같은 도어맨을 둔다, 저 위쪽 동부, 8월의여송연 상점 앞에 서있는 인디안처럼, 폴리에스터를 입은입주자들이 테네리페나 모나코에서 …
[2018-12-13]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누구도 그립지 않은 날 혼자 쌀을 안치고 국 덮히는 저녁이면 인간의 끼니가 얼마나 눈물겨운지 알게 됩니다 멀리 서툰 뜀박질을 연습하던 바람다발 귀 기울이면 …
[2018-12-11]‘2025 한국일보 오픈 겸 뉴욕한인골프협회 왕중왕 골프대회’가 지난 11일 뉴욕주 스프링밸리 소재 뉴욕 컨트리클럽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한국…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DFUSA)는 15일 민주당 수하스 수브라마니암(Suhas Subramanyam) 연방 하원의원을 만나 연방 의회에…
꽁꽁 얼어붙었던 가족이민 영주권 문호가 모처럼 풀리면서 이민 대기자들의 숨통을 터줬다.가족이민 문호 모처럼 풀렸다국무부가 최근 발표한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