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재판 못지않는 긴장감"
▶ 윌슨중학교 정식 커리큘럼
우드로우 윌슨 중학교 강당은 가끔 법정으로 변모한다. 판사가 있고 12인 배심원이 있으며 범죄용의자, 검찰과 피고측 변호사, 증인, 과학수사연구소 직원, 형사, 경찰, 검시관 등이 총출동하여 용의자의 유무죄 판단에 열을 올린다. 방청객들도 검찰이나 변호사의 명변론이나 판사의 판결이 나올 때는 박수와 환호, 또는 한숨을 쉬며 재판 전개과정에 온 귀를 기울인다.
실제 법정보다 결코 긴장감이 덜하지 않은 이 법정은 우드로우 윌슨 중학교 8학년들이 선택한 ‘범죄 현장 수사 6주 코스’의 완결편이라 볼 수 있는 모의법정이다.
따라서 피고부터 변호사까지 모두가 13세짜리 학생들이다. 그러나 판사석에는 학교 경찰이 앉고 때로는 증인에 이들의 교사가 나오기도 한다. 기소된 용의자의 유무죄를 결정하는 배심원은 이들보다 한 학년 아래인 7학년 학생들이 뽑혀와 있다.
6주 코스에 등록한 학생들은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 소장됐던 골동품 인형과 스포츠카드 등 3,000여달러 어치가 도난 당했다’라는 등의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수사관이 되어 범인 찾기에 나선다. 이 때부터 추리소설 기법이나 과학상식, 일반상식 등의 모든 지식이 총동원된다.
이들은 증거확보, 용의자 체포 및 심문, 지문재취, 유전자 감식 등 증거의 과학적 분석, 목격자 인터뷰 등의 과정을 4주에 걸쳐 마친 다음 용의자를 기소하고 모의 배심원 재판을 통해 진범을 가리고 적당한 형량을 선고하는데 다시 2주일을 사용한다.
"절도범으로 유죄가 확정된 피고는 앞으로 1주일 동안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에 쓰레기를 줍는 형을 내린다"는 등의 판결을 끝으로 긴장된 6주 코스가 끝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이 학교에서 역사, 과학, 영작을 각각 가르치는 바브라 해리스, 로버트 키얼, 크리스 콜마이어 등 3인 교사가 공동 창조한 선택과정으로 정식 커리큘럼의 하나로 학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코스는 지난 96년 교과서 출판사인 프렌티스 홀사와 전국 중학교협회가 수여한 팀 티칭상을 수상했다. 그 이후 주내 다른 학교와 타주에서도 이를 정식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 3학교가 학생들에게 이 과정을 제공하고 있고 일리노이주와 펜실베니아주의 수개 중학교에서도 모의 법정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 클래스는 사법제도나 역사, 과학 등의 주입식 교육에 흥미가 없었던 학생들에게도 재미를 주고 있다. 누구나 한 배역 이상을 맡아 연구하고 쓰고 발표하면서 미국의 근간을 이루는 법 제도와 사회를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
그래서인지 이 클래스는 물론 8학년 학생의 출석률은 현저히 향상됐다.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생활에 취미를 붙였다고 전화나 편지로 고마워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지역의 변호사나 검찰, 경찰, 기자들까지 한 배역을 맡거나 자문 등으로 기꺼이 학생들의 교육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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