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거장으로 손꼽히는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 가운데 ‘풀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이란 영화가 있다.
일단의 신병들이 미국 해병대 훈련소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고 베트남 전쟁의 한 전투에 참가해 일어난 일을 2개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린 것이다.
고문관격인 한 신병이 훈련소에서 처절한 훈련과 훈련소 상사의 가혹한 억압을 통해 자아를 상실하고 황폐해진 나머지 자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상사를 죽이고 자살하기 직전에 보여주는 이 신병의 광기어린 눈빛과 상황이 압권이다.
또 베트남의 한 마을에서 해병대 1개 소대가 베트남 저격병과의 대결을 벌이면서 결국 알고보니 저격병이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는 대목에서는 전쟁의 광기에 또한번 전율하게 한다.
갑자기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요즘 각박해지고 허전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기분이 정말 안난다’는 한인들이 많다.
자신들이 나이가 먹어가면서 일상적인 일에 점차 관심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몰라서 세태 탓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이가 먹는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세태를 이용하는 것일까.
그나저나 새해를 불과 10일 남겨놓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전쟁이 일상화되고 있고 뉴욕의 한인들도 연말 대목을 맞아 그동안의 불황을 메우기 위해 바쁘다.
한인들의 연말모임도 시큰둥하다. 한해를 결산하기 보다는 의례적인 행사 치레가 되고 있고 그나마 상당수가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하긴 놀고 먹고 자축할 기분이 아니겠지만.
9.11 테러 때문이겠지만 그냥 정신없이, 계획없이 한해를 달려온 느낌이다.
어쨌든 지루했던 한해가 가고 새해가 다가오면서 다짐을 해야 할 것 같다. 내년 이맘때는 이런 글을 쓰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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