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준비를 하며 듣자니 티비에서 전해 주는 말이 베이 브리지 앞이 꽉 막혔단다.
하던 화장을 중단하고 화장통에 주워 담고 어제 입었던 옷에서
안에 받쳐 입은 브라우스만 다른 것으로 바꾸어 입는다.
시간이 없을 때는 전 날 입었던 옷에서 상의나 하의 그리고 쟈켓 중에서
하나만 다른 것으로 입는게 상책이다. 어제는 검은 색을 받쳐 입었으니
오늘은 흰색에서 아무거나 꿰어 입고 어제 입었던 바지와 쟈켓을 걸치고
부랴 부랴 멍멍이를 재촉해 차고로 향한다. 오늘 따라 멍멍이는 왜 이리 행동이 굼 뜨는지...
하기야 인간 나이로 91세가 되었으니 이해는 해 줘야 겠다.
문득 이상 선생님이 어느 단편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그러나 개들은 음력을 모르니 달력을 봐도 복날이 언제인가 알 수가 없다..."
이 멍멍이도 영어를 모르니 방송을 들었어도 베이 브리지가 막힌 것을
알아 들을 수가 있었겠는가. 남의 속도 모르고 어슬렁 어슬렁 침착하게
마당으로 나온 멍멍이는 쉬야를 할 생각도 않고 큰 콧구멍을 하늘로 치켜 들고 벌름 거리며 신선한 공기를 들이 마시고 폼을 잡는다.
기다리다 못해 구둣발로 육덕 좋은 엉덩이를 냅다 밀어 붙이자 역시 느릿느릿 즐겨 쉬하는 자리로 들어가더니 쭈그리고 앉아 밤새 모아둔 소변을 내 보낸다.
그 동안 난 차고에 있는 봉지에서 비스켓을 한 개 꺼내 대령했다가 쉬를 마치자 마자 멍멍이의 입에 물려 주고 집안으로 들여놓고 일터를 향하여 출발을 한다.
역시 도로 사정은 말이 아니어서 느긋하게 화장을 다 마치고도 시간이 남아 평소엔 잘 하지도 않는 마스카라까지 정성스레하고 시계를 차고 귀걸이를 걸고도 30여분 지나서야 베이 브리지 톨 게이트에 도착한다.
2불을 내려고 차창을 여니 얼굴로 몰려오는 신선한 공기에서... 아! 어느새 가을이 짙어 졌더라.
순간 가을을 느끼며 귀에 들릴 듯 말 듯, 어떤 음악이 생각이 나는데..그렇지! 카세트 테잎을 뒤져 말러의 심포니 1번을 크게 튼다. 말러가 이 음악을 가을 숲을 떠오르며 작곡을 했는지. 또는 가을 숲에서 악상이 떠 올랐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말러가 이 음악의 악상을 어느 숲 속에 갔다가 아득히 들려 오는 피리 소리에서 얻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여하튼 이 음악을 들으면 마치 내가 숲 속, 그것도 가을 숲 속에 있는것만 같다. 그리고.. 그리고 또 어떤 詩가 생각이 나는데 그게 무엇인지 도무지 생각이 안난다. 가슴 속에서 나올 듯, 말 듯...어느 아름다운 가을 노래가 어렴풋이 생각나...
사무실에 도착 하자마자 낡은 노트를 뒤져보니...오호라! 이 시였구나!
遠上寒山石徑斜/ 白雲生處有人家/ 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
가을 산 비탈진 돌길 오르노라니 / 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 두세 집/ 수레를 멈춰 앉아 단풍잎 바라보니 / 서리 물든 가을 잎 봄 꽃보다 더 붉다 (杜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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