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까지 일정 빡빡…국무위원 오찬 석별의 정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의 정부 5년의 영광과 좌절을 뒤로 하고 일반 시민으로 되돌아갔다. 24일 청와대에서 마지막 집무를 마친 그는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동교동 사저로 퇴근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표현하기 어려운 감회 속에서도 차분하게 청와대 생활을 정리했다. 국립묘지 참배와 국무회의 주재, 첸지천 중국 부총리 접견 등 빠듯한 공식 일정들이 빈틈없이 처리됐다.
김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의 손을 잡고 “그 동안 수고 많았다”고 격려한 뒤 오찬을 함께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청와대를 찾은 권노갑 전 의원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 동교동 비서출신 인사들에게도 일일이 노고를 치하했다.
김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퇴임사를 낭독하면서 간간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여야정권교체, 외환위기, 월드컵 등 다사다난했던 지난 5년을 차근차근 되돌아본 뒤 “국민 여러분의 태산 같은 은혜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험난한 정치생활 속에서 저로 인해 상처입고 마음 아파했던 분들에 대해선 충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정치적 화해를 통한 대승적 마무리를 잊지 않았다. 사형선고를 받았던 1980년 등 부침을 거듭했던 정치역정을 회고하면서 “역사를 믿는 사람에게는 패배가 없다”고 숙연히 말하기도 했다. 퇴임사를 읽어가는 그의 목소리는 내내 떨렸고, 자주 끊겼다.
김 대통령은 오후 5시 박지원 비서실장, 안주섭 경호실장 등의 수행을 받으며 총총이 청와대를 떠났다. 본관 앞에서 청와대 정문에 이르는 길에는 청와대 직원들이 도열해 김 대통령을 환송했고, 정문 앞 무궁화 동산에는 시민들이 나와 손을 흔들었다.
김 대통령과 이 여사를 태운 승용차가 동교동 사저에 들어서자 골목을 가득 메운 이웃주민 150여명이 일제히 태극기를 흔들며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연호하며 반갑게 맞았다. 김 대통령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사저로 들어서는 그의 뒷모습엔 당당함과 아쉬움이 겹쳐 있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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