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1900년대 초 미국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위대한 독재자’에서 나치에 대항하는 소련을 지원하자는 ‘친공’발언을 했고, ‘살인광 시대’를 통해 제국주의 전쟁을 비난하면서 미국 보수파로부터 공산주의자로 몰 렸다.
채플린이 ‘라임 라이트’ 발표 차 영국으로 떠나자 미국정부는 그의 귀환을 보장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추방통고를 했다. 그래도 그는 추방 20년 만인 1972년 미국 영화예술 아카데미 초청으로 ‘제2의 고향’에 돌아와 아카데미 특별상을 받았으니 명예는 회복한 셈이다.
쓰라린 추방의 경험은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도 맛보았다. 레닌의 혁명동지로서 거사 성공 후 외무장관으로 부상하기도 했으나 레닌 사후 스탈린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 추방됐고, 떠돌이 생활 끝에 멕시코에 머물다가 스탈린이 보낸 자객에 피살됐다. 하지만 ‘영구혁명론’ ‘러시아혁명사’ 등을 저술한 트로츠키는 일부 학자에 의해 헤로도투스, 투키디데스에 버금가는 역사가로 평가되고 있으니 원혼이라도 ‘추방의 쓴잔’을 감내할 수 있을 게다.
정 붙이고 살던 곳에서 쫓겨나지 않더라도 추방대상에 오르는 일 자체만으로도 가슴앓이를 하게 된다. ‘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러시아혁명의 추한 이면을 고발하다 소비에트 작가동맹에서 제명됐을 뿐 아니라 국외로 추방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추방은 면했지만 노후를 병마에 시달렸다. 하지만 ‘닥터 지바고’가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맛보았으며, 작가동맹으로부터 사후 복권됐으니 한을 삭일 수 있을 것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의 부인 셰리는 최근 자국민이 뽑은 ‘국외추방 희망자’ 여론조사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으니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남편이 총리이고 이라크 전쟁 후 부시와 함께 인기 상승세에 있으니 아쉬운 대로 참을만할 것이다.
90년대 후반 불법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혐의로 한인 265명이 추방재판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결과에 나쁘면 쫓겨날 판이다. 이들 대다수는 영주권 취득 오래 전부터 이곳에 체류하고 있었으므로 자녀가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추방판결이 나오면 영주권자 자녀는 교육적응이 어려운 한국 등 외국으로 부모와 함께 떠나야 하고, 시민권자 자녀는 최악의 경우 이산가족이 될 수도 있다. 추방가족은 명예회복은 고사하고 위안거리나 도움 받을 구석도 없다. 영주권 취득 이후 흠 없는 준법생활을 했다면, 위법행위에 대해 다른 벌을 내리되 인도적 차원에서 추방만은 재고했으면 한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인도주의’를 외쳐온 미국이 아닌가.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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