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을 가만이 들여다 보면 한결같이 푸르기만 한 숲이지만 나무마다 다른 모양의 잎을 보여 준다. 마치 꽃잎의 모양이 각각이듯 이 색깔 역시 한결같이 초록 같지만 자세히 보면 연초록·진초록 등 수없이 구분되는 빛깔을 지녔다. 다양함이 주는 아름다움이다.
한인사회 지도자들이나 정부 공직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들의 편협하고 획일화된 사고체계에 가끔 숨통이 조여올 때가 있다. 자신들의 생각에서 벗어나면 도무지 대화가 되지 않는다. 획일적인 ‘정책’이나 ‘지침’ 운운하는 그들에게서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유연성은 찾아볼 수 없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테두리 밖의 것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편협함으로 다양성을 잃고 쉽게 리더십의 한계를 보인다. 심하게 표현하면 편을 가르는 것이다. 아니라고 하겠지만 자신들의 사고 밖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분리현상이 여기서부터 싹트는 것이다. 이것이 결국 한인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끼리끼리’나 ‘내편, 네편’이 되는 것이다.
한인사회에 이런 유무형의 도식화된 문화와 온갖 허울을 뒤집어쓴 잘못된 원칙들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신들의 생각만을 강요하는 획일성이야말로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체계를 무너뜨리는 무서운 현대병의 뿌리가 아닐까.
작금의 세계는 다양성의 보편적 가치가 자연스레 자리잡고 있지만 한인사회는 아직도 이민 초기의 형태, 즉 오래된 한국의 군사문화에서 잉태된 수직적이고 획일화된 문화일색이다. 군사 정권이 통제 목적으로 획일성을 강조, 그런 문화에서 그렇게 살아 온 까닭이다. 한 예로 지금도 한인사회에서 사람들은 어느 대학을 나왔는 가에 의해 획일적으로 평가된다.
우리는 어떤 사실이 객관적이라는 것과 주관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구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보편 타당성에 대한 논리적 사고로부터 온 일종의 착각이다. 엄밀히 말해 어떤 사실이 절대적으로 주관적이다, 혹은 절대적으로 객관적이다 라는 것은 집단사회의 획일적인 사고로부터 강요된 편견적인 인식이다.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나 혹은 타인이 생각하는 것을 어떤 특정한 기준이나 규정에 의해 일종의 흑백논리 방식으로 객관과 주관을 구별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외부로부터 형성된 보편적인 지식에 의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객관적인가 주관적인가를 쉽게 판단하고 있다.
인간을 평가하는 데 인간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객관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객관적인 인간평가가 가능하고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객관화와 획일성은 창의성을 저해, 다양성을 잃게 하는 요인일 뿐이다. 다양성만이 인간관계의 친화와 상호완전성을, 자연스러움과 진정한 자유로 향한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한인사회 지도자들과 정부 공직자들이 이런저런 일에서 상황 대응능력과 순발력이 부족하고 유연성, 통솔력, 신뢰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양성의 결여 때문이다.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에서 변화관리에 능동적인 이미지를 소유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개선, 의견수렴 및 정치성에서 쉽게 한계를 노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인사회 리더들의 보편적 취약점인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것도 역시 문제다.
훌륭한 리더십을 들지 않더라도 보편적 리더십의 특징은 지도자의 ‘역지사지(易地思之)’ 하는 정신이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 한다’는 마음으로 함께 바른 한인사회 건설을 설득하고 솔선하며 편협함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나의 관점이 아니라 상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발상은 이미 상황에 대한 대응준비가 되어있음을 말한다. 즉 한인사회의 합리적 경영 관점에 근거한 의사결정을 중시한다는 유연성을 소중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호연지기 정신에서부터 출발한다.
아무리 좋은 이념이나 사상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일단 균형을 잃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그 본래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것이 될 뿐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바로 그 같은 편향된 사고 방식이 가져올 수 있는 획일화된 이념, 사상에 대해 지도자는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이것이 신록의 계절에 우리에게 주는 자연의 가르침이다.
<편집·취재부장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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