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가전제품을 비롯, 모든 가정생활용품에 누드 전쟁이 시작되었었다.
전세계적으로 “속을 보여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는 투명 마케팅, 일명 누드 마케팅(Nude Marketing)이 인기를 끌면서 그 영향이 생활 전반에 미쳤던 것이다.투명한 소재를 이용하여 제품 내부를 훤히 보여주는 투명 디자인은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판매 전략이었다.
속 보이는 시계, 투명한 전화기, 부품이 훤히 보이는 컴퓨터, 뚜껑을 투명하게 만든 누드세탁기, 낚시줄을 이용한 누드 목걸이, 조명을 받으면 빛을 반사하는 누드 청바지, 그외 가습기, 전자 레인지, 냉장고, 청소기, 카메라, 휴대전화, 건물까지 안이 다 들여다보이는 별의 별 것이 다 나왔었다.
이처럼 속 보이는 제품이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저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하던 호기심 만족, 남과 다르기를 원하는 파격적 디자인, 젊은 신세대 감각 등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처음 나왔을 때는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높이 평가받았으나 요즘은 그 인기가 시들해 졌다. 모든 것을 알고 나니 더 이상 구매 욕구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 있는 배우와 탤런트 등이 누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연실의 누드 집, 이승희의 사이버 누드, 서갑숙의 자서전 등으로 시작된 누드 열풍 조짐이 탤런트 성현아의 누드 집 출간이 화제가 되면서 본격적인 누드 마케팅이 시작되었다. 화보집,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서비스가 확대되며 이혜영, 권민중, 김완선, 이지현, 함소원 등 너도나도 옷을 벗어제치다 못해 헤어 누드까지 보여주겠다고 안달이다.
다들 ‘예술’의 이름을 팔거나 더 늙기 전에 젊음을 영원히 남겨두기 위해서, 혼자 보기 아까워 등등의 이유를 든다.그런데 그들이 누드 촬영 이후 명감독의 좋은 작품에, 드라마 주연급으로 출연한다거나 영화 출연 계약을 했다는 말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미 볼 것 다 본 배우들에게 무슨 신비감이 남아있어서 그가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를 본단 말인가. 재능, 연기, 실력, 이 모든 것에 자신이 없고 한계에 달할 때,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을 때 그들은 마지막 보루인 자신의 몸을 내보이는 것같다.
배우나 탤런트 등 이른바 연예인의 장수 조건은 여성이건 남성이건 자기관리를 잘 해야 함은 물론 섹시함과 더불어 묘한 매력을 끊임없이 도출하는 신비감이 있어야 한다.알 듯 말 듯, 보일 듯 말 듯, 은근하게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매력이 있어야 대중은 그가 출연한 작품이라면 일부러 찾아서 보게되고 계속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법이다.
누드족 마을이나 해변에 가서 살면서 누드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건 썬탠을 하건 아무도 손가락질 할 사람이 없다. 거기선 오히려 옷 입은 사람이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보수적인 한국인들은 지금이야 유명 연예인의 누드에 강한 호기심을 표시했더라도 실컷 본 다음에는 ‘뭐 별 거 아니네’ 하는 심사가 들 수도 있다.
하물며 대중문화 천국인 미국에 어느 톱 여배우가 누드집을 발간했던가? 포르노 배우가 아닌 다음에야 자기 몸 관리를 잘 한다. 자신의 몸 이상으로 가치 있는 것이 없음을 잘 알고있다. 한국의 일부 여배우들이 일시적으로 목돈을 벌고 허명을 얻고자 옷들을 벗고있다면 이러한 누드 마케팅이 ‘반짝 경기’임을, 배우로서의 생명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노출 강박증에 걸린 일부 여배우들은 제발 이제 그만 옷을 입어주기 바란다. 날씨도 점점 추워지고 있지 않는가.
어느 비평가가 기업이나 사회가 투명한 것이 좋다는 사회적 관심사로 인해 누드 마케팅이 붐을 이룬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대로 이 ‘누드 정신’이 정치 비자금 관계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기업과 정계에 몰아쳐 선거자금의 내역 및 출처 공개, 기업의 투명 경영으로 가는 기적으로 이어지는 수는 없을까 싶은데, 불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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