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축축한 여름 시술자
재수술비율 높은 점 착안
습도와 레이저 파장 조절
수술 성공률 크게 높여
“라식수술은 겨울에 받아라?”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라식수술에 기후조건이 주요 변수라는 얘기다. 무덥고 축축한 여름보다 건조한 겨울에 라식수술을 하는 게 훨씬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안과전문의의 집념 어린 연구가 낳은 결론은 최근 의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2001년 12월의 어느 날 오후. 키이스 월터 박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막 수술 한 건을 마친 참이었다. 이 날도 5명의 환자들에게 라식수술을 시술하느라 아침부터 바빴다. 수술은 모두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오늘 시술한 환자 중 2명이 지난 여름 자신의 손으로 수술해 준 환자였던 것이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여름에 시술한 환자 중 3명이 다시 찾아와 재수술을 요청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윈스턴살렘에 위치한 웨이크 포리스트 침례병원의 안과의사인 월터 박사는 라식수술에 있어서 만큼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었다. 수술방법이 잘못된 건 아닐 터였다. 정확하게 시술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환자들은 수술 후에도 여전히 시야가 흐릿하고 기대만큼의 시력이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었다.
이유가 뭘까. 고민하던 월터 박사가 무릎을 쳤다. 갑자기 한가지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혹시 날씨 탓이 아닐까. 재수술 환자들이 모두 8, 9월에 들어왔던 데 생각이 미쳤다.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는 지난 여름부터 시술한 184명의 환자 파일을 다시 뒤졌다. 당시 기후 상황도 다시 찾아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겨울에 시술한 환자는 재수술 요청이 하나도 없었다.
반면 9월에 수술 받은 환자는 50%, 즉 절반이나 재수술을 해야 했다. 해마다 9월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오전 중 습도가 90%까지 올라가는 시기다. 수술실의 습도도 영향을 미쳤다. 월터 박사는 당시 수술실의 습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10%가 높아지면 환자 중 9%가 재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외부환경도 문제였다. 수술 전 2주 동안의 실외 습도가 영향을 끼쳤고, 일교차가 심한 기온도 한 원인이었다.
원리는 의외로 간단했다. 라식수술은 각막 표면을 절개해 얇은 판을 뜬 뒤 그 아래 각막주변을 레이저로 깎아내는 방법이다. 그런데 습도가 높으면 각막도 좀더 축축해지게 마련. 같은 레이저 파장을 쏘였을 때 절삭되는 양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극히 미세한 차이지만 수술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레이저 파장을 좀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건조한 겨울이나 봄철에는 파장을 낮춘다.
해답을 찾은 월터 박사는 실제 수술에 응용했다. 우선 실내 습도를 조절하고, 계절에 따라 레이저 파장을 달리했다. 2년여간 시술한 결과 15%에 달하던 전체 재수술 빈도를 3%대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자신을 얻은 월터 박사는 이 연구 성과를 최근 학계에 정식 보고했다.
<신복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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