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운동회?
사모아 투포환선수 “창으로 물고기나 잡을까”
세계 최고의 건각들만 모였다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학교 운동회에서나 일어날 법한 해프닝이 잇따라 펼쳐져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대회 나흘째를 맞은 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한번은 경기 감독관의 진땀을 뺀 것이고 다른 하나는 3만여 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달했다.
첫 사건은 남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에서 벌어졌다. 홈팬들의 열렬한 성원을 등에 업고 5m45에 도전한 핀란드의 마티 모노넨(22)은 힘차게 장대를 짚고 올라서더니 바를 건드린 다음 내려오다 바를 지탱하고 있는 계측장비를 발로 차 박살내버렸다. 고가의 장대높이뛰기 계측장비는 단 2대 뿐으로 양쪽에서 A, B조로 나눠 경기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B조 장비가 철봉 모양의 몸체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버린 것. 경기 감독관으로 앉아있던 ‘인간새’ 세르게이 부브카는 B조 경기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자 한참 고민하다 “시간이 없으니 예선통과 기준기록을 5m75에서 5m60으로 낮추고 한쪽에서만 하자”고 결정, 5명은 운 좋게도 단 한번씩만 뛰고 결승에 올랐다. 모노넨이 ‘이단옆차기’로 장비를 망가뜨린 덕에 어부지리를 얻은 셈. 그러나 정작 모노넨 자신은 팬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5m45도 넘지 못해 예선 탈락했다. 중국의 류펠리앙은 마치 서커스를 하듯이 장대를 쥐고 그대로 떨어지다 맨땅으로 추락해 의료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남자 창던지기 예선에서는 약간의 감동을 선사한 사건이 펼쳐졌다. 주인공은 사모아 출신의 샤카 솔라(28). 인구 17만명의 남태평양 섬나라에서 온 솔라는 원래 포환던지기 사모아 챔피언이다. 그러나 핀란드행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대회 첫 날인 지난 7일 벌어진 포환던지기에는 출전하지 못한 채 이틀이나 늦게 헬싱키에 도착했다. 기준기록과 상관없이 나라별로 1명씩 출전하는 약소국 배려 엔트리로 출전한 솔라는 대회 조직위로부터 “이왕 이 곳까지 왔으니 다른 투척 종목이라도 한번 해보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태어나서 처음 창을 손에 잡았다.
참가에 의의를 두고 투포환에서 투창으로 종목을 바꾼 것. 솔라는 미끄러지면서 힘차게 창을 던졌지만 날아간 거리는 불과 38.31m. 예선 1위를 한 세르게이 마카로프(러시아)의 기록(85m08)과는 무려 46m이상 차이가 났다. 그러나 올림픽스테디엄을 가득 메운 팬들은 먼 나라에서 온 ‘손님’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고 솔라는 2차 시기에서 간신히 3m를 더 던졌다. 솔라는 “박수를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경기장에서 다시 창을 잡을 일은 없겠지만 사모아에 놀러오신다면 내가 창으로 물고기를 잡아주겠다”며 웃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