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 가주 지원 축소에 병원 폐쇄·보험료 상승
▶ “중산층까지 ‘직격탄’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의료복지 예산 축소 정책 여파로 캘리포니아주의 공공의료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캘리포니아의 경우 메디캘)의 재정 기반이 흔들리면서 수백만명의 보험 상실 가능성은 물론 병원 폐쇄와 의료 서비스 축소, 보험료 인상 등으로 중산층까지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LA 타임스 칼럼니스트 아니타 차브리아는 최근 칼럼에서 “캘리포니아 의료 시스템이 붕괴 직전 상황에 놓였다”며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 지난해 연방 의회를 통과한 HR 1 법안이 있다. 이 법안은 전국적으로 저소득층 공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 예산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특히 캘리포니아에 훨씬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캘리포니아는 메디캘이라는 이름으로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주민 약 3명 중 1명인 1,500만명이 가입해 있다.
그동안 캘리포니아는 ‘관리의료 기관세(MCO Tax)’라는 독특한 재정 구조를 활용해 연방 정부로부터 연간 약 70억 달러의 재원을 지원받아 왔다. 그러나 HR 1 법안은 이 MCO 세금 구조를 크게 제한하면서 사실상 핵심 재원을 차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 상원 지도부의 모니크 리몬 의원(민주)은 “이 문제는 공공 의료보험 가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병원과 의료기관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 결국 중산층을 포함한 모든 주민들이 의료 접근성 악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빈 뉴섬 주지사 역시 새 예산안을 통해 메디캘 재정 구조 개편에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주정부는 연방 규정에 맞춰 MCO 세제를 재설계하려 하고 있으나 최종 승인 권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쥐고 있다. 실제로 연방정부는 지난 3월 메디캘 재원 마련과 관련된 또 다른 병원 수수료 개편안도 거부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새로운 MCO 세제안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 캘리포니아 의료 시스템 전체가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당파 정책기관인 캘리포니아 예산정책센터의 아드리아나 라모스-야마모토는 “연방정부 승인이 불발될 경우 엄청난 재정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의료비 부담 증가가 이미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UC 버클리 노동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메디캘 가입자의 42%는 정규직 근로자다. 기업들이 형식적으로 건강보험을 제공하더라도 근무시간 제한이나 높은 보험료 부담 등으로 실제 이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인 SEIU 캘리포니아의 티아 오르 사무총장은 “매일 일하는 노동자들이 식품보조와 메디캘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며 “기업들은 사실상 의료비 부담을 납세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주 상원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공공복지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대기업들에 추가 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공정 분담’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법안 단계는 아니지만 의료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입법분석국(LAO)은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섬 행정부는 연방 메디캘 정책 변화로 인해 2026~27 회계연도에는 4만4,000여 명, 2029~30 회계연도에는 최대 130만여 명이 보험을 잃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보험 상실이 단순히 개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병원과 클리닉의 재정 악화, 응급실 과밀화, 의료 인력 이탈 등 연쇄 충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소비자 단체 ‘헬스 액세스 캘리포니아’의 레이철 린 기시는 “최악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상황이 실제로 악화된 뒤 대응하려 하면 이미 너무 늦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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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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