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지 매크니는 두 대학 가운데 하나를 가기로 결정해야 했다. 하나는 도심의 문화가 물씬 풍기는 보스턴대학이고 다른 하나는 펜실베니아 북서부 고지대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인문사립대학 앨리거니 칼리지다. 고민거리가 될 것 같지만 실제 결정은 간단히 내려졌다. 보스턴대학은 1년 학비가 3만1,530달러다. 학자금은 없다. 반면 앨리거니 칼리지는 1년 학비가 2만6,650달러인데 5만 달러의 장학금을 주겠다고 했다. 연간 학비의 절반이 면제되는 셈이다. 린지는 앨리거니 칼리지를 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학비 싼 주립대학-명문 사립대학 사이 샌드위치
가정형편보다 성적기준 장학생 늘려 우수생 유치
교수인력 확보재원 삭감으로 교육의 질 저하 우려
형편 어려운 학생에 대한 지원감소로 이어질 수도
지방의 중소규모 인문학 사립대학들이 요즘 돈을 쓰고 있다. 한편으로는 학비가 싼 주립대학들의 ‘저가공세’를 견뎌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명성으로 승부하는 명문대학들과 맞서야 한다. 중간에 끼어 어려움을 겪다가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성적우수 장학금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전통적으로 장학금은 가정형편을 고려해서 제공하지만 이들 대학들은 성적순으로 결정한다. 이들 중소규모 칼리지가 성적순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또 다른 이유는 종종 학생 정원이 충족되지 않아 강의실이 비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정원을 채우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전국적으로 성적 장학금 지급액은 늘었지만 그 폭은 크지 않다. 조금씩 느는 정도다. 하지만 가정형편에 의거한 장학금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1994년 12억 달러에서 2004년 73억 달러로 급증했다.
중소규모 칼리지들은 학비인상에 따른 학생들의 부담을 고려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성적 장학금을 늘리고, 캠퍼스 투어를 원하는 신입생들에게 항공료를 지원하며, 신입생 입학신청 비용을 면제해주기도 한다. 지원자가 쇄도하는 명문대학들에서는 좀체 고려하지 않는 인센티브들이다.
10위권 바로 밑에 처진 사립대학들도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끌어들여 신입생 SAT평균을 올리고 대학 서열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학들의 성적 장학금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이들보다 수준이 떨어져 지원자가 많지 않은 칼리지들이 적극적인 공세를 편다. 사활이 걸린 이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거엔 학생들을 유치하는 일을 하지 않고 오는 학생들만 받던 대학들도 이젠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왕창 주려니 재원이 넉넉하지 않다. 명성이 적은 이들 학교들은 그만큼 기부금도 적다. 장학금을 너무 많이 쓰면 우수한 교수들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또 그 반대의 경우도 골칫거리다.
성적 장학금을 늘리는 데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작 돈이 없어 배우고 싶어도 대학을 다닐 수 없는 학생들을 배제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성적 장학금 제도 확대에 대한 지지자들도 상당수다.
우선 성적 장학금을 위한 재원이 기존의 장학금과 재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별도의 소스에서 확보하는 재원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성적장학금은 기본적으로 연간 학비가 4,000-9,000달러하는 주립대학과 2만5,000-3만2,000 달러 하는 중소규모 사립대학의 차이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
앨리거니 칼리지의 경우 2,000여 학생의 75%가 이런저런 장학금을 받는다. 장학생의 3분2의는 경제사정에 따른 장학금을, 4분의 3은 성적 장학금을 받는다. 상당수 학생이 두 가지 장학금을 모두 받는다는 얘기다. 펜실베니아 헌팅턴의 주니애타 칼리지의 경우, 전체 학생 1,400명 가운데 75%가 소득기준 장학금을, 75%가 성적 장학금을 받는다. 두 가지 모두 받는 학생도 상당수다. 반면, 펜실베니아 이튼의 라파예트 칼리지는 성적장학생이 15%에 불과하다.
앨리거니 칼리지와 주니애타 칼리지는 적극적인 장학금 프로그램 덕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과거보다 많이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재정이 풍부하지 않은 대학들이 언제까지 이러한 선심행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결국 재정적으로 버틸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대학들이 담합해 성적장학금을 주지 말자고 할 수도 없다. 연방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입장은 분명하다. 장학금이다. 앨리거니 칼리지의 신입생 20명 가운데 1-2명은 장학금 때문에 다른 대학을 포기하고 앨리거니를 택했다고 했다. 또 장학금을 주더라도 한 푼이라도 더 많이 주는 대학에 호감이 간다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 대학들이 성적 장학금 제도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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