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매달려 낮과 밤이 뒤바뀐 자녀의 컴퓨터를 화가 나서 내동댕이쳤다는 아버지. “너는 애가 왜 맨 날 그 모양이니?” “이게 다 너희들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이렇게 책망하는 엄마. 부모의 자녀교육을 위한 이런 언행은 그 의도가 비록 교육을 위한 것이라 해도 분노와 짜증의 정서가 스며들어있으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부모의 분노, 짜증이 자녀의 성품형성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제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분노가 계제된 질책성 언행은 이를 듣는 사람에게 즉각적인 방어자세를 취하게 만든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기 보다는 자신의 정서를 다치지 않는 방어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부모의 “공격”이 끝나고 나면 마음에 생겨 난 상처를 또 어루만져야 하므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돌아보고 잘잘못을 깨우칠 여유가 없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서 부모와 자식 간에 되돌릴 수 없는 깊은 감정의 골이 파이게 된다.
또 이런 아이들은 부모의 의도와는 달리 자의식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로 자라게 된다고 교육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위계질서와 대인관계에서, 특히 ‘authority figure’ 앞에서 불편해하고, 확신에 찬 행동을 보이지 못하고, 전두엽의 기능 또는 정서지능(EQ)에 문제를 보이게 된다.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분노와 짜증으로 자녀들을 대하는 이유는 다른 방법으로 자녀를 교육하는 기술을 익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녀들의 좋지 못한 행동과 여기에 반응하는 부모의 부정적인 감정행동을 두고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따지기 전에 부모의 감정관리기술 습득이 우선하여야 하겠다. 그럴 경우 때때로 자녀의 나쁜 행동이 동반하여서 개선되기도 한다. 자녀에게 분노를 터뜨리지 않는 능동적 문제해결방법으로 다음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우선 엄마, 아빠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 자녀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지적해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지금 밤 11시야. 내일 학교 가는데 너 컴퓨터를 하고 있어.” 이렇게 자녀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사실그대로 가감 없이 알려주어야 한다. “너 지금 시계가 몇 신데 아직도 컴퓨터 앞에 있어?”가 아닌 자녀가 하고 있는 행동을 그대로 자녀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의 기분을 자녀에게 말로 표현하여 그대로 전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빠(엄마)는 무섭게 화가 났다.” 이것이 컴퓨터를 집어던지고 싶은 부모의 심정일 것이다. “그거 아빠가 확 부셔버린다”가 아니다. 부셔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 그 심정을 자녀에게 그대로 말로써 전달하여야 한다.
그 다음은 부모가 원하는 바를 자녀에게 전달하여야 한다. 잠자리에 드는 것을 부모가 원한다면 “야, 당장 집어치우지 못해?”가 아니라 “컴퓨터 끄고 이제 잠잘 준비해.”라고 말하는 것이 부모가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주문이 이행되는지를 확인하여서 후속조처를 취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의 주문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는지를 분명하게 못을 박아서 알려주어야 한다. “지금 그만 두지 않으면 일주일 동안 컴퓨터 하지 못한다.” 또는 “내일부터는 10시 이후에 컴퓨터 전원 circuit breaker 내려놓는다.” 이렇게 지키지 않을 때는 자녀행동에 책임을 지우는 분명한 대가가 기다리고 있음을 주지시켜주고 부모는 이를 실행에 옮김으로 언행의 일관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서 자녀들의 문제가 개선되어진다면 그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분노, 짜증으로 인하여 자녀들의 마음에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겨서 자녀의 정서능력을 위축시키지 않는 부모노릇의 기술을 익히는 일이다. 위 4단계 부모기술은 자주 연습하면 분노, 질책성 언행보다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자녀교육의 방법이 될 것이다.
문의 (818)360-4987, rksohn@ yahoo.com
리차드 손 <심리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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