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고학력 백인여성 결혼율은 20%’?
20년 전의 ‘점괘’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당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내놓은 점괘는 “30대 고학력 백인 여성은 결혼하기 정말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백마 탄 왕자를 매혹시키기에 30대는 너무 늦은 나이”일뿐 아니라 인종적 배경과 고학력 역시 배우자감을 만나는데 걸림돌로 작용 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었다.
당시 뉴스위크 전망 “너무 늦은 나이에다 고학력이 짝찾기 걸림돌”
월스트릿지 최근호 “당시 여성 추적해보니 80%가 결혼해 잘 살아”
이같은 점괘를 전한 ‘메신저’는 뉴스위크였지만 예언자의 역할은 예일과 하버드 대학이 담당했다.
‘사학의 쌍벽’을 자처하는 이들 두 명문대의 연구팀은 설문조사와 센서스 등의 자료 분석을 통해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을 지닌 30대 백인 여성들 가운데 단 20%만이 남편감을 만날 것”이며 “40대로 올라갈 경우 이들의 결혼 확률은 2.6%로 추락한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이 정도만 해도 ‘엘리트’를 자부하는 백인 노처녀들을 자극하기엔 차고 넘칠 판. 하지만 뉴스위크는 여기에 한술 보태 “40대 고학력 백인 여성이 배우자감을 만나 결혼할 확률은 테러리스트에 죽임을 당할 가능성보다 낮다”는 ‘악담‘ 같은 해설까지 곁들였다.
명문대의 분석을 앞세운 뉴스위크 보도가 당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지난 25일자 월스트릿 저널은 뉴스위크의 20년 전 기사에 정면으로 시비를 걸고 나섰다.
월스트릿은 당시 뉴스위크에 등장했던 여성 10명을 추적해 본 결과 이 가운데 8명이 결혼을 했고 나머지 2명은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 독신생활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2000년도 센서스에서도 50~60대 대졸 이상 여성들 가운데 미혼자는 10% 미만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0년 전 뉴스위크가 결혼하기 힘든 부류로 지목했던 집단이다.
최근 나온 연구결과 역시 20년 전의 점괘가 빗나갔음을 보여준다.
워싱턴 대학 경제학과 엘레이나 로즈 교수는 지난달 공개된 연구보고서에서 “1980년에는 석사 등 전문학위나 박사학위를 가진 40~44세의 여성들이 고졸 학력의 동년배 여성들에 비해 결혼 확률이 25%나 낮았으나 2000년으로 들어서면서 동일한 학력조건을 지닌 같은 연령대 여성들은 오히려 고졸 여성들에 비해 결혼할 확률이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로즈 교수는 “오늘날 대학 졸업생들의 57%가 여성”이라며 “더 이상 고등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결혼의 장애물이 되는 시대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하버드-예일 연구의 공동 저자인 나일 버넷 교수는 20년 전 연구 결과가 언론에 의해 과도하게 단순화됐기 때문에 오해를 낳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당시 연구가 결혼을 원치 않는 여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던 점도 예측이 빗나가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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